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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설명

제목
[어린이 문화재 박물관 ⑨] 복은 받고 한은 풀고, 굿
등록일
2007-12-24
주관부서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063
‘굿’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화려한 옷과 방울, 무당이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생각난다고요? 흔히 굿을 미신이라고 업신여기기 쉬운데, 굿에는 우리 민족의 믿음과 세상을 보는 눈이 녹아들어 있어요. 또 굿에 사용되는 춤, 음악, 무가, 그리고 갖가지 도구들은 우리 문화를 가르쳐 주지요. 여기서는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대동 굿인 ‘강릉 단오굿’, 마을 굿인 ‘은산 별신굿’, 개인의 원한을 풀어 주는 ‘진도 씻김굿’을 알아보기로 해요.



5월 단오에 펼쳐지는 강릉 단오굿



강릉 단오굿은 전해 오는 옛날 이야기를 바탕으로 굿판이 펼쳐집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다고요?

옛날 강릉에 사는 정씨에게 시집 갈 나이가 된 딸이 있었어요. 하루는 정씨 꿈에 대관령 서낭신이 나타나 “내가 장가를 가야겠으니 딸을 주시오.”라고 말했어요. 정씨는 서낭신에게 귀한 딸을 줄 수 없다며 딱 잘라 거절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호랑이가 나타나 마루에 앉아 있던 딸을 등에 태우고 달아났어요. 서낭신이 딸을 데려다가 아내로 삼으려고 호랑이를 보냈던 거예요. 딸을 잃은 정씨는 정신없이 대관령 서낭당으로 달려갔어요. 거기에는 이미 죽어서 혼은 없고 몸만 비석처럼 굳은 딸이 서낭신과 함께 서 있었어요. 정씨는 부랴부랴 화가를 불러 와 딸의 모습을 똑같이 그려서 붙였어요. 그랬더니 딸이 살아났답니다.



이 이야기에서 서낭신과 정씨 집 딸의 혼인에는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강릉 사람들은 이런 바람을 담아 단옷날에 굿을 펼쳤어요. 강릉 단오굿을 진행하는 순서도 이 이야기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지요. 호랑이가 태우고 간 정씨 집 딸이 대관령 서낭신과 혼인을 했다는 음력 4월 14일은 신을 모셔 오는 날로, 이 날부터 강릉 단오굿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음력 3월 20일에 신에게 올릴 술을 담그는데, 사실 굿은 이 때 시작되는 셈이에요. 본격적인 놀이와 행사는 5월 1일부터 펼쳐집니다. 단오굿과 관노 가면극을 중심으로 씨름, 줄다리기, 윷놀이 같은 민속놀이와 갖가지 행사가 열리지요.

단오굿은 부정굿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신간 등 굿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불사르는 5월 6일까지 50일 정도 계속됩니다. 워낙 행사가 커서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하지요. 큰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됩니다. 대동 굿으로 대표적인 강릉 단오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온 마을이 하나 되는 은산 별신굿



은산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보름에 산신제를 지내고, 굿은 3년에 한 번씩 합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정월 초에 마을 굿을 치르면서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지요.

은산 별신굿이 처음 시작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옛날 은산 마을에 무서운 병이 돌았습니다. 어떤 약을 써도 듣지 않았고, 젊은 사람들만 자꾸 병에 걸려 끙끙 앓다가 숨지고 말았지요. 집집마다 곡소리가 그치지 않아 온 마을이 근심에 싸여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마을 어르신 꿈에 어떤 장군이 하얀 말을 타고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오래 전 이 마을에서 백제를 지키다 억울하게 죽은 장군이오. 나라가 없어진 뒤에 어느 누구도 나와 부하들을 돌보지 않아 영혼이 떠돌고 있소. 내가 마을에 도는 병을 없애 줄 터이니 우리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시오.”

잠에서 깬 어르신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장군이 말한 곳으로 가 보았지요. 거기엔 오래된 듯한 뼈가 잔뜩 흩어져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뼈를 거두어 정성껏 묻고 영혼을 위로하는 굿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을에 돌던 병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을이 다시 평화로워졌지요. 이 때 올린 제사가 바로 별신제랍니다. ‘별신’이란 말에는 죽은 군사들의 넋을 위로한다는 뜻이 담겨 있지요.

동네 사람들은 별신굿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을 맞추고 하나 됨을 느끼며 뭉치게 됩니다. 이처럼 은산 별신굿은 마을 굿 중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높고, 마을을 하나로 만드는 기능이 뚜렷해서 중요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었답니다.



원한을 씻어 주는 진도 씻김굿



옛날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원한을 씻어 주지 못하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죽은 사람의 원한을 풀어 주어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굿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것을 ‘씻김굿’이라고 해요. 원한을 씻는 굿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무당이 화려하고 울긋불긋한 옷을 입는 보통 굿과는 달리, 진도 씻김굿에서는 무당이 흰 고깔에 흰 버선, 흰 치마저고리 위에 장삼을 입고 그 위에 다홍색 띠를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허리로 빗겨서 걸칩니다. 옷이 소박하지만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데, 불교에서 입는 승복과 무척 비슷하지요. 음악 또한 아주 흥겹고 아름다워요. 춤은 죽은 사람의 한을 풀어 주는 지전춤을 주로 추는데, 다른 무당춤과는 달리 발을 올리거나 뛰는 동작이 없답니다.

사람이 죽은 까닭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그 한을 풀어 주는 굿을 펼치는 시간과 장소 또한 저마다 다릅니다. 이에 따라 씻김굿을 8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곽머리씻김굿은 초상이 났을 때 시신을 앞에 두고 하는 굿이에요. 둘째, 날받이씻김굿은 특별히 날을 받아 굿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걱정거리가 생기는 게 조상들 가운데 원한을 풀지 못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괘가 나오면 무당한테 날을 받아서 굿을 하지요. 셋째는 소상씻김굿입니다. 사람이 죽은 지 1년이 되는 날에 지내는 제사를 ‘소상’이라고 하는데, 그 날 밤에 하는 굿을 가리키지요. 넷째, 사람이 죽은 지 두 돌 만에 지내는 ‘대상 제사’가 있는데, 그 날 밤에는 대상씻김굿을 합니다. 다섯째, 초분 이장 때 하는 씻김굿이 있어요.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땅 위에 올려놓은 뒤 짚이나 풀 등으로 덮어 두었다가 2∼3년 뒤에 뼈를 골라 땅에 매장하는 것을 ‘초분’이라고 하는데, 그 날 밤에 하는 굿이 씻김굿입니다. 여섯째, 조상의 비를 세우거나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에는 조상의 덕에 보답하는 뜻으로 영화씻김굿을 하게 됩니다. 이 굿은 조상의 넋을 씻기는 것이 아니므로 ‘경사굿’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곱째, 넋건지기굿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넋을 물에서 건져 내서 씻기는 굿이에요. 옛 사람들은 물에 빠져 죽은 영혼은 뭍에 묻히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넋을 건져서 땅에 묻어야 한다고 여겼답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생겨난 굿이지요. 마지막으로 혼인을 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와 총각을 영혼끼리 혼인시키는 굿인 저승혼사굿이 있습니다.



진도 씻김굿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 씻김굿을 전수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2001년 12월 현재 예능 보유자로는 채계만(1915∼), 박병천(1933∼), 김대례(1935∼), 박병원(1945∼)이 있다. 이수자로는 이종대(1950∼), 홍옥미(1954∼), 박환영(1957∼), 박미옥(1963∼), 임수정(1966∼), 이태미(1961∼), 박경현(1967∼)이 있으며, 전수 교육 조교는 김오현, 송순단이 있고, 전수생으로는 이석주 외 세 명이 더 있다.



천부적 재능과 열정의 예인_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 씻김굿 예능 보유자 박병천



박병천 할아버지는 전라남도 진도 출신의 최고 예술가입니다. 할아버지는 1933년 피리 명인인 박범준과 무당 김소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덕분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굿판의 분위기를 익힐 수 있었지요. 더구나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기질을 타고나서 징을 잘 다루고 북춤도 잘 추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진도 지역의 예인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진도들노래와 만가를 지도하면서 예술적 기량을 떨쳤답니다. 그 후 박병천 할아버지는 국내는 물론 수많은 해외 공연을 통해 진도 씻김굿의 예술성을 전 세계로 널리 알렸지요.

박병천 할아버지는 1970년대 말 서울로 와서 지금까지 진도 씻김굿의 음악과 북춤을 알리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힘쓰고 있답니다.

아내인 정숙자 할머니는 무용가 출신으로, 할아버지와 결혼한 뒤 정식으로 굿을 배운 덕에 진도 지방에 전해지는 굿을 모두 해냈다고 해요. 무용단 출신답게 춤사위가 고운 무당으로 손꼽혔는데, 2001년 8월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큰아들 박환영은 1957년생으로,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굿 음악을 배우다가 1977년에 굿판에 처음 나갔어요. 지금은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으로 있지요. 대금으로 진도 씻김굿 이수자가 되었지만 굿판에는 나가지 않아요. 둘째 아들 박성훈은 2000년 1월부터 보존회에서 전수생으로 있으면서 피리를 불어요. 지금도 아버지인 박병천 할아버지와 함께 굿판에 나가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딸 박미옥은 목구성이나 춤사위, 인물을 모두 갖추었지만 무당의 딸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진도를 떠나 서울로 와서 판소리를 배웠답니다. 하지만 진도 씻김굿 전수생이 된 이후로는 씻김굿을 익히는 데 힘쓰고 있어요.



관노 가면극 | 강원도 강릉 지방에 전해지는 가면극으로, 관청에 딸린 노비들이 놀이꾼으로 참여했다. 대사 없이 춤과 몸짓으로만 노는데, 이러한 형식은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이다.

부정굿 | 본굿을 하기 전에 굿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부정한 일이나 더러운 것을 없애 신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깨끗하고 신성한 공간으로 정화하는 의례.

신간 | 신이 깃들어 있는 장대.

산신제 | 산신령에게 드리는 제사.

고깔 | 본래는 우리나라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의 한 가지였지만, 지금은 중이나 무당이 의식을 치를 때 쓴다.

장삼 | 중의 웃옷. 검은 베로 길이가 길고 품과 소매가 넓게 만든다.

승복 | 중의 옷.

지전춤 | 지폐를 가지고 추는 춤.

넋건지기굿 |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넋을 물에서 건져 내 한을 풀어 주고 영혼을 씻기는 굿이다. 죽은 사람이 빠진 강이나 바다, 방죽 등에 가서 넋을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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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출판사에서 발간한 [어린이 문화재 박물관②]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 이글의 저작권은 문화재청과 사계절 출판사에 있습니다.

* 사진과 글의 무단 전재나 복사를 금합니다.

* 문의_문화재청 홍보담당관실 (042.481.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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