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광양읍사무소 문화재등록에 대한 의견

한국의 근대역사 유구를 지키고 그 활용방안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 여러분 그리고 근대문화재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근대역사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국제적으로 결성된 DOCOMOMO (Documentation and Conservation of Modern Movement-근대운동의 기록과 보존)의 한국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60여 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고 본부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두고 있으며(곧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전 예정) 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입해 있습니다. 우리보다 근대화와 도시화를 일찍 체험한 이 회원국들은 1970년대부터 불어 닥치는 도시재개발과 재건축의 물결 속에서 한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잘 담아내는 도심 활성화의 방법을 제시하는 보존운동을 펼쳐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도코모모 코리아는 2003년에 발족하여 근대건축사 전공의 교수와 학자, 건축가들이 모여 우리나라의 근대건축 발굴과 보존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 단체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전라남도의 구 광양읍 사무소를 근대문화재로 등록하기로 결정해 주신 것에 대하여 우리 도코모모 코리아 임원과 회원일동은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문화재등록 예고를 접하고 현장을 방문한 결과 마땅히 등록되어 보존되어야 할 건물이 지금까지 지방의 옛 중심지역에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에 아쉬움이 컸으며 이제라도 보존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에 크게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1943년에 건립된 본 건물은 붉은 벽돌조 건물로, 외벽은 벽돌 치장쌓기로 마감하여 우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앙 현관 부분은 당시의 관공서 주출입구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으며 현재 드러난 지붕의 구조와 부속설치물들은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고 보존 상태도 최상급으로 좋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반듯하게 지붕틀이 유지되어 있는 1940년대의 유구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천장의 반자틀도 옛날의 부재를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건축마감 재료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유구입니다.
벽돌조이면서도 장식물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1940년대의 모더니즘 디자인이 지방의 작은 관공서에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것을 웅변해 주는 유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본관의 좌측 부속동은 보다 성숙한 모더니즘의 외관을 하고 있고 6.25 이후 산업화 시기인 1968년에 2층으로 증축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에 1층의 지붕, 즉 2층의 바닥을 콘크리트 슬라브로 개조하였는데 아마 건축구조에 깊은 지식을 가지신 분이 처리하셨는지 1-WAY 슬라브로 하고 보가 있는 부분에는 헌치를 두어 구조적으로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을 채택하였습니다. 2층에도 창문 위의 인방부분에 본드 빔(벽돌벽에 하중으로 눌러 조적벽이 안정되게 하는 보로서 구조장치에 해당) 을 두어 작은 장치로 구조적 큰 효과를 보는 전문가적인 해결방법이 여러 군데 눈에 띄어 건축기술사, 재료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유구입니다.
이 건물을 발굴, 보존, 활용하는 과정에는 지방자치단체인 광양시의 노력이 대단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여 융통성 있는 보존방법을 도입한 데는 이와 같이 풀뿌리 지역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역사유적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존/활용을 활성화 하도록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련 인식과 가까운 과거 근대의 유산을 주민 스스로가 지키도록 유도하자는 데에 큰 뜻이 있었던 것으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 취지를 바탕으로 볼 때 광양시의 본존운동은 바람직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등록되는 이 건물이 현재를 사는 주민들에게 좋은 문화시설로 거듭나 지나간 역사의 교훈과 오늘의 새로운 역사가 어우러지는 역사의 현장으로 재탄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9월 16일

사단법인 도코모모 코리아 (한국근대건축보존회) 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