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사랑
- 제목
- 노을빛 치마에 써 내려간 아버지 정약용의 기록, 『하피첩』
- 작성일
- 2022-08-30
- 작성자
- 국가유산청
- 조회수
- 504
지식인 정약용, 아버지 정약용
“원래 역사를 좋아했지만 역사 웹툰을 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에게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특히 역사 속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사적(私的) 기록이 담긴 문화재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들죠. 그중에서도 정약용 선생의 가족 사랑이 담긴 『하피첩』은 문화재 지정 여부를 떠나 제 마음속 ‘보물’이에요.”
무적핑크는 웹툰 작가로 데뷔한 지 5년 만에 SNS에 올린 『조선왕조실톡』이 주목을 받으며 ‘톡(Talk)’ 형식의 역사 웹툰으로 이름을 알렸다. 『조선왕조실톡』을 비롯해 『세계사톡』과 연재 중인 『삼국지톡』은 흥행에 힘입어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인기 비결은 기록 속에 갇혀 있던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인물 간의 생생한 대화이다. 그 뒤에는 몇 장면으로 압축된 웹툰 한편 한편을 위해 온갖 역사 기록물을 찾아 읽는 치열한 노력이 숨어 있다.
“저는 시각디자인과에서 메타버스와 VR(몰입형 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전공했어요. 언뜻 지금 하는 일과 동떨어진 공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대학교는 ‘지식이 아닌 태도’를 배우는 곳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는 미술대학에서 디자인학도로서 ‘어렵지만 중요한 정보를 쉽게 표현하는 방법론’을 배웠어요. 역사 웹툰을 작업할 때도 대학교에서 배운 대로 항상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하죠.”
대화가 흥미롭게 읽히려면 말을 하는 사람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한다. 무적핑크가 공식적인 기록보다 사적 기록에 더 큰 애정을 갖는 이유이다. 역사 속에서 사적 기록을 많이 남긴 인물은 흔치 않은데, 정약용(1762~1836)은 다방면에서 업적을 남긴 관료이자 지식인으로 다수의 저서와 기록을 남겼다. 그중 『하피첩』은 그가 강진 유배지에 있을 때 아내가 보내준 빛바랜 치맛감을 잘라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이야기를 직접 써준 것이어서 그 안에 담긴 정서가 각별하다.
정약용 선생의 가족 사랑이 담긴 『하피첩』은 문화재 지정 여부를 떠나 제 마음속 ‘보물’이에요. 유배를 떠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고자 충고의 말을 기록했다니, 참 숭고하지 않나요. 그 마음을 헤아려볼수록『하피첩』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존경하던 군주를 잃고, 사랑하던 형제를 잃고, 홀로 유배를 떠나는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요. 원망스럽기도 했을 테고요. 그런 상황에서도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지식을 집대성한 저서를 펴내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자식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의 말을 남겼다니, 참 숭고하지 않나요. 그 마음을 헤아려볼수록 『하피첩』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역사 속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속 인물의 사적 기록에 기울이는 무적핑크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은 그의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독특한 생명력을 불어넣곤 한다. 단순히 기록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행간에 담긴 저자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역사적 평가에 담기지 않은 성격의 실마리를 찾아내 표현하는 것이다. “흔히 제갈량은 신선 같은 이미지로 그려지는데요, 『삼국지톡』에서는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표현했어요. 『제갈량문집』을 읽으며 ‘이 사람, 성격이 장난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멍청한 팀원에게 시키느니 내가 다 하고 만다!’라며 잔업하는 팀장 같다고 할까요.”
이제 7분 능선을 넘긴 『삼국지톡』 연재를 마치고 나면 다음 작업으로는 『조선왕조실톡』 외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에는 역사 속 인물 사이로 좀더 깊이 들어가 정사(政事)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중전, 공주와 옹주, 군주와 왕이 되지 못한 왕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참이다. “우리 모두가 역사를 만드는 주인공”이라며 어떤 등장인물도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 무적핑크가 보여줄 조선왕실의 ‘주변인들’은 또 어떤 대화로 우리를 흥미진진하게 혹은 놀라게 할까. “제가 그린 웹툰이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역사의 매력을 더 많은 분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숨가쁜 연재 일정에도 흥미로운 소재 덕에 신나게 작업하고 있는 『문화재사랑』의 ‘기록에 담다’도 관심 있게 봐 주세요.”
글. 편집실 사진. 와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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