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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반 남자를 위한 독상 상차림 규칙
작성일
2016-02-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1594

양반 남자를 위한 독상 상차림 규칙 반상은 우리나라 고유의 일상식 차림이다. 국이나 각종 반찬으로 차려진 상에서 여러 명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풍습은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문화로 조선 시대 선비들의 엄격한 식사예법은 독상 문화가 기본이었다. 5첩‧7첩‧9첩 반상 차림을 통해 그 시대 밥상을 살펴보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3첩·5첩·7첩·9첩·12첩의 조선시대 상차림 규칙에 대해 최근 논란이 많다. 특히 조선 시대 왕의 일상식사가 12첩으로 차려졌다는 주장은 문헌의 근거가 부족하여 혹시 일제강점기 시기의 이왕직에서 행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문제 제기도 있다. 실제로 조선 시대 왕실의 식사관련 문헌 자료를 다 뒤져보아도 왕의 일상식사가 12첩 반상으로 차려졌다는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니 500년 내내 왕이 일상식사에서 12첩의 반상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논란 속에서 9첩·7첩·5첩의 상차림 그림이 그려진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시의전서(是議全書)·음식방문(飮食方文)』이다. 한글로 여러 가지 요리법을 써놓은 이 책의 끝 부분에는 ‘반상식도’라는 제목으로 9첩반상·7첩 반상·5첩 반상·곁상·술상·신선로 상의 상차림 그림이 나온다. 반상식도란 ‘상에 음식 차리는 법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모든 음식이 원안에 표기되어 둥글게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둥근 소반에 음식을 차릴 때의 배치법임을 알 수 있다. 9첩 반상, 7첩 반상, 5첩 반상에는 아랫부분에 모두 밥(반)과 국(갱)이 그려져있다. 밥과 국이 한 그릇인 이유는 한 사람이 이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양반 남자들은 식사 때 독상을 받았다. 그러니 이 ‘반상식도’는 양반 남자에게 차리는 독상 상차림의 규칙이다.

5첩 반상 기본: 밥·국·초장·지렁·젓갈·김치 첩 음식: 나물·조치·좌반·육숙·구이(5)

 

5첩 반상

5첩 반상 역시 밥과 국, 그리고 지렁·초장·조치의 세 가지 음식이 가운데 놓였다. 밥의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젓갈·좌반·김치·나물·숙육·구이의 여섯 가지 음식이 배치되어 있다. 이 5첩 반상에 차려진 음식은 모두 열한 가지이다. 여기에서 밥·국·초장·지렁·젓갈·김치·나물의 일곱 가지를 빼면 조치·좌반·숙육·구이의 네 가지 요리만 남는다. 5첩 반상의 그림 잘못된 것일까? 혹시 7첩 반상과 5첩 반상에서는 9첩 반상에서와 달리 나물을 첩에 포함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일곱 가지와 다섯 가지의 첩음식이 구성된다.

7첩 반상 기본: 밥·국·초장·겨자·지렁·젓갈·김치·쌈 첩 음식: 나물·토장조치·맑은조치·좌반·회·육숙·구이(7)

 

7첩 반상

7첩 반상에는 맨 아래에 밥과 국 두 가지, 가운데에 초장·겨자·지렁·토장조치·맑은조치의 다섯 가지 음식이, 밥의 왼쪽 방향으로 젓갈·좌반·회·김치·숙육·나물·쌈·구이의 여덟 가지 음식이 그려져 있다. 이것을 합치면 모두 열다섯가지의 음식이다. 그런데 9첩 반상처럼 밥·국·초장·겨자·지렁·젓갈·김치·나물·쌈은 똑같이 나온다. 이 아홉 가지 음식을 빼면 토장조치·맑은조치·좌반·회·숙육·구이의 여섯 가지 요리가 남는다. 분명 일곱 가지의 요리가 있어야 7첩 반상이 되는데 계산이 맞질 않는다.

분명 한 가지를 빼고 잘못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

9첩 반상 기본 : 밥·국·초장·겨자·간장·김치·젓갈·나물·쌈 첩 음식: 양조치·생선조치·맑은조치·좌반·전유어·숙육·회·생선구이·육구이(9)

 

9첩 반상

9첩 반상의 반상식도에는 아래에 밥과 국이, 밥의 위쪽 가운데에 초장·겨자·지렁(간장)·양조치·생선조치·맑은조치가 시계 방향으로 그려져 있다. 밥의 옆으로 외곽에는 시계방향으로 젓갈·좌반·전유어·숙육·김치·회·나물·쌈·생선구이·육구이가 그려져 있다. 말이 9첩이지 이 독상에 놓인 음식은 모두 열여덟 가지이다. 첩은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은 요리를 일컫는 말로 밥·국·초장·겨자·간장·김치·젓갈·나물·쌈의 아홉 가지 음식은 첩에 들어가지 않는다. 가운데의 양조치·생선조치·맑은조치 세 가지와 바깥의 좌반·전유어·숙육·회·생선구이·육구이 여섯 가지를 합하여 총 아홉 가지의 요리가 올라와 9첩 반상인 것이다.

 

글‧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일러스트‧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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