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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짙게 수놓다 창덕궁 농수정
작성일
2024-06-27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9

짙게 수놓다 창덕궁 농수정 궁궐의 누정(樓亭)은 주로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었으나 위치와 규모에 따라 쓰임이 달랐다.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가 열렸고, 창경궁 함인정에서는 국왕과 신하가 경연(經筵)을 하기도 하였다. 농수정(濃繡亭)은 창덕궁 후원 연경당 동북쪽에 위치한 작은 정자이다. 후원의 수많은 정자 중 하나인 농수정은 어떤 공간일까. 01.창덕궁 농수정

연경당 안에 있는 아담한 정자

연경당 선향재 뒤편 돌계단이 높이 이어져 있는데, 이 위에 있는 정면 1칸, 측면 1칸의 작은 정자가 농수정이다. 정자로 오르는 돌계단의 돌난간과 정자를 두르고 있는 나무 난간에 모두 조각하였고, 지붕 위에는 호리병 모양의 장식 기와가 올려져 있어 단정하면서도 품격 있는 외관을 갖고 있다. 사방에는 길상을 뜻하는 ‘卍’자 모양의 완자문이 있는데 모두 들어 올려 시원하게 트일 수 있다. ‘짙게 수놓다’라는 이름처럼 녹음이 우거진 창덕궁 여름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농수정 동쪽 담장에는 소휴문(紹休門)이 있어 후원으로 바로 통한다.


02.일제 강점기의 창덕궁 농수정 Ⓒ국사편찬위원회 03.창덕궁 농수정의 고종 사진(1884) Ⓒ보스톤미술관 04.창덕궁 농수정의 순종 사진(1884) Ⓒ보스톤미술관

최초 어사진 촬영지

1884년 3월 10일 미국인 퍼시벌 로웰(1855~1916)은 조선을 방문하여 고종과 당시 세자였던 순종 사진을 촬영했는데, 촬영 장소가 농수정이다. 어색해하는 어린 순종의 모습을 보면 곤룡포를 입은 차기 왕위 계승자의 품위보다 10살의 아이다움이 물씬 느껴진다.(사진 04) 이 사진은 고종과 순종이 최초로 찍은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농수정은 왕과 세자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 어진이 아닌 사진 어진, ‘어사진’을 남긴 역사적인 장소이다. 연경당에서 고종 대와 순종 대 원유회를 치른 기록이 있는데, 농수정도 함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지 않았을까. 어사진의 촬영지가 농수정이 된 것도, 연경당에서 로웰을 접견하고 촬영하게 된 것은 아닐지 추측해 본다.


응봉 자락 한가운데 위치한 산정(山亭)

1985년 농수정 안내판 사진(국가유산청 소장)을 보면 농수정은 ‘연경당의 산정(山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창덕궁 후원은 북악산에서 뻗어 내려온 응봉 자락에 있다. 그래서 농수정을 ‘산속에 있는 정자’라고 표현한 듯하다. 안타깝게도 조선시대 문헌 속 농수정 기록을 찾기가 어려워 이곳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였는지 알기 어렵다. 대신 농수정 기둥에 걸린 주련1)(柱聯)을 보면 농수정이 어떤 공간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아마 농수정은 한가로이 계절을 즐기는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었을 것 같다.


春水方生華來鏡 봄철 불어난 물에는 꽃이 거울에 띄운 듯 떠내려오고
吾廬可愛酒滿床 사랑스러운 내 오두막에는 술이 상에 가득하네
如斯嘉會知難得 이같이 좋은 모임 얻기 어려움을 알겠는가
常駐詩人若有緣 항상 머무는 시인은 인연이 있는 듯하구나
- 농수정의 주련 중에서


창덕궁 후원을 관람하게 된다면 수많은 정자 가운데 농수정을 찾아보자. 현재 농수정은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아 계단 아래에서 올려 볼 수밖에 없지만, 최초로 국왕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역사적 장소이자 단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로 세월을 지켜온 농수정의 모습을 마음에 담아오길 바란다.


주련: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 주로 한시(漢詩)의 연구(聯句)를 쓴다.




글. 강정인(궁능유적본부 궁능서비스기획과 전시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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