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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림자
작성일
2018-06-2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823

그림자

존재를 증명하는 영역, 그림자

빛이 없어지면 사라져버리고, 물체가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허상, 허울로 여겨진다. 실체의 반대 개념으로 인식되곤 한다. 불행, 근심 같은 감정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심이라는 불을 켜 그 어두운 공간 밖으로 꺼내어 바라보면, 그림자에 담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자를 다만 헛것으로 여기지 않았던 조상의 혜안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조선 초에 만들어진 최초의 공중시계 앙부일구. 그림자 길이와 위치로 시각과 계절을 가늠했던 그 과학성 속에는 백성들을 향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숨어있고, 처마의 그림자, 뜰에 심은 파초 잎 그림자가 드리운 창호에는 조상의 멋스러운 낭만과 공간정서가 투영되어 있다. 흰 천을 쳐놓고 횃불로 그림자를 비추어 노는 만석중놀이는 헛것으로 삶의 헛됨을 일깨워주는데, 놀이 속에서 조상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발견하게 해준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는 존재를 증명하는 영역이자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실체이다. 문화재를 깊이 있게 바라보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그림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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