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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을 담는 기록, 시간과 가치를 지키는 사진 한 장 - 생태사진작가 김연수
작성일
2012-07-1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592

생명문화재의 길에 동행하다

점점 악화되어 가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모태인 물과 땅에게 길을 묻는다. 과연 우리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가 있을지. 이 달콤한 바람, 맑디맑은 하늘이 무한히 우리 곁에 있을지. 그 물음에 돌아오는 메아리는 지금의 자연을 지켜내는 것이 힘들다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이 이야기해주는 메시지다.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은 개체수가 아주 적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지정을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 산천에는 많은 야생동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을 중심으로 기록에 남겨두는 것은 지금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다신 볼 수 없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생태사진작가 김연수는 1985년도 일간지 사진기자로 입사해 업무 외 시간을 이용하여 야생동물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는 그간 도시와 자연을 오가는 삶을 살았다. 쉬이 잡히지 않는 동물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그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기다림’이었다. 움직임에 민감한 동물이 놀라지 않도록 부동의 자세로 위장막 안에서 하루 이틀을 꼬박 지내기도 했다. 또 때를 놓치면 단 한 장면을 찍기 위해 해를 넘기며 기다리기도 했다.

“천연기념물은 생명을 지닌 문화재, 생명문화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나기 쉽지 않은 동물을 찍다보니 그들을 만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또 생태환경을 알아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 찍는 순간보다는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 길 수밖에 없지요.” 김연수 사진작가의 바지런한 기록의 여정은 우리 산천 야생동물의 삶 그 자체다. 그는 그 삶에 동행하면서 우리들에게 그들의 일상을, 찰나를 보여준다. 삼십 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생명의 찰나를 잡아내는 사진의 찰나가 얼마나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일러주고 있다.

“80년대 중반, 광릉 크낙새를 찍을까 말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크낙새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사진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혹시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중단했었죠. 그런데 그 다음해부터 크낙새가 보이지 않았고, 멸종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내일 일을 모르는 것이 우리들 삶이기 때문에 저는 언제나 미리 준비해야 한다, 미리 기록해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기록에 남기는 작업에 게으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요.”


생태계, 자연의 삶

“우리가 천연기념물을 지정하는 것은 그 종이나 서식지가 문화적, 생태학적,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희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정보다는 그것을 해제하는 것이 상징적으로도 더욱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 종의 개체수가 안정화되었다는 증거이니까요.”

그 예가 바로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다. 흰머리수리는 1970년대, 미국 전역에서 멸종위기에 도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학자와 NGO 등 많은 단체가 발 벗고 나서 종 개체수의 안정화를 위해 힘썼다. 오랜 복원활동 끝에 현재 2만 여 마리까지 개체수를 늘려, 90년도 초반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앞에서 흰머리수리 천연기념물 해제 선포식을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 그리고 해제하는 것 모두 우리 산천의 생명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굉장히 많고, 그것을 다시 안정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데, 종이 안정화 되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해야 할 때가 온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 용기를 주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다. 우리의 삶은 문명이기에 앞서 생명이었고, 결국에는 땅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우리 곁에 있는 생명의 존재, 생태계의 건재는 우리의 미래다. 김연수 사진작가의 사진은 많은 야생동물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땅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해야 하는 공간임을 말해준다.

김연수 사진작가가 좋아하는 생명문화재는 맹금류다. 맹금류는 먹이사슬 상층부에 있고, 사람들은 상층부에 있는 것이 온전하다면 그 밑의 생태계 또한 그렇다고 평가한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맹금류를 기록하고자 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람의 눈』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맹금류와 맹금류를 통한 친환경적인 사냥법이라고 할 수 있는 매사냥을 소설형식을 빌어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새를 기록하는 작업을 오랜 시간동안 하면서 우리 민족의 DNA가 새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한국의 매사냥이 동반 등재되었지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매사냥이 가치를 인정받은 것만 해도 그것을 알 수 있어요.”

백제는 응준鷹, 즉 매의 나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 공주에서 귀족 무덤 하나가 발굴되어 금관이 나왔는데, 약품처리를 해 재현해보니 매가 날고 있는 형상이 나왔다. 이것은 결국 백제가 일본에 매사냥 문화를 전수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한반도에서 자연과 함께 공감하고 교류하는 전통 스포츠를 가능케 한 매사냥. 김연수 사진작가는 맹금류와 사람의 친화에 주목한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 찰나의 기록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워 엘리트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제 주변만 해도 그렇고요. 그런 것만 쫓는다면, 발전이 없는 죽은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한 시대의 삶이 집약된 것이 문화인데, 문화가 빠진 일상은 미래가 없지요.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드라마, K-POP에서 보듯이 문화산업이 일반 상품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아요. 그 밑바탕에는 독특한 우리 문화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해 보편성 있는 인류 문화로 재창조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수 사진작가는 계속해서 셔터를 누를 것이다. 우리 산천의 야생동물을 피사체로 삼아 그들의 삶을, 찰나를 한 장의 사진 속에 낱낱이 담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바라는 것 한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함께 걸어가야 더욱 가치있는 일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어새에 대한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저어새의 번식지는 남북이 대치해 있는 NLL(1953년 정전 직후 클라크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이지요. 저는 앞으로 저어새를 남북이 화해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어새는 서로 배려를 해요. 부리 자체가 뾰족하지 않아서 남을 해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지요.”

글·박세란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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