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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같음이 만든 다름
작성일
2017-07-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658

조선 여인이 갖춘 예복의 아름다움 - 국가민속문화재 제63호 왕비 록원삼

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여성 내면에 감춰진 숭고미까지 의복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우리의 전통 한복. 조선의 궁중 여인들은 원삼(圓衫)을 입음으로써 예(禮)를 갖추었고, 평범한 아낙들은 축복받아 마땅한 혼롓날 이 옷을 통해 아름다운 신부로 빛났다.

앞깃이 둥근 모양이라는 의미의 원삼은 무릎을 덮을 정도로 길이가 길고, 옆이 트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뒤의 길이가 차이를 보이며 넓은 소매 끝에는 색동과 한삼(소매 끝에 댄 흰색 감)을 이어 한층 화려한 멋을 더했다. 궁중의 예복이자 민가의 혼례복이었던만큼 금박으로 새긴 꽃무늬와 자수는 여성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국가민속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된 왕비 록원삼의 소매에는 홍색과 황색의 색동이 좁게 달려 있고 한삼 또한 넓지 않다. 품과 아래도련의 너비가 큰 차이가 없이 일직선으로 내려온 것은 조선 말기 궁중용 원삼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녹색의 겉감에는 수(壽)와 복(福)이란 두 글자를 일정한 간격으로 금박을 입혔으며 흉배에는 구름 속에서 노니는 봉황을 금실과 색실로 정교하게 수놓았다. 이 유물은 겉감과 안감을 각각 만들었던 초기 바느질에서, 안팎을 박아 뒤집는 방식으로 변천한 조선시대 봉제법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버려진 조각 ‘조화’로 다시 태어나다 -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조각보’

예술 작품 못지않은 색의 조합과 기하학적인 천 조각의 배열은 현대적 감성으로 바라봐도 모자람이 없다. 조각보의 완성도는 오히려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알뜰하게 옷을 해 입고도 남은 천을 쉽사리 버릴 수 없어 만들기 시작한 조각보는 우리네 어머니의 기지와 지혜가 엿보이는 공예품이다.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 함부로 천을 버릴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자투리 천은 조선시대 여성이 소녀 시절 바느질 솜씨를 키우는 연습교재였다. 시침질, 감침질, 공그르기 등 손끝에 굳은살이 배길 만큼 훈련을 거듭했다. 바느질이 익숙해지면 자투리 천마다의 색감과 구조를 파악하고 직관적으로 배치하며 조화의 미를 선보인 것이 바로 조각보다.

어여쁘기만 했다면 조각보가 지금까지 우리네 일상에 친근히 사용됐을까? 다채로운 색감과 구조적 아름다움 외에도 조각보가 가진 무한한 쓰임은 이 시대에 더 큰 가치를 불러일으킨다. 예단과 혼수, 이불 등을 싸서 보관할 때는 물론 밥 상을 덮어 놓는 상보로도 기꺼이 활용된 조각보. 그뿐만 아니라 만드는 동안 정성과 공을 들인 조각보 안에 복을 비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해서 장롱 밑에 깔아두거나 귀한 물건을 싸서 보관하는 데도 사용됐다. 만드는 이에 따라 상상 그 이상 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조각보에서 우리는 창작의 희열을 만끽하며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고됨도 ‘흥’으로 승화시키는 노동요 -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7호 거창 삼베일소리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길쌈 노동의 아픔을 담은, 거창 삼베일소리 단면에는 흥겨움으로 한(恨)을 풀고자 했던 여인네들의 고된 삶이 자리하고 있다. 씨앗을 뿌려 삼을 재배하고 이를 수확해 베를 짜기까지의 8개 과정을 풀어낸 거창 삼베일 소리는 거창군 거창읍에서 전해오는 노동요이다. 본래 삼베 일은 음력 3월 하순에 씨를 뿌려 6월 말 잎을 치고 7월에 삼을 삼았다. 모든 작업은 날씨가 추워지기 전인 추석 전에 마무리가 됐다. 이 과정은 거창 삼베일 소리에서 ‘삼밭 매는 소리-삼잎 치는 소리-삼곶소리-삼 삼는 소리-물레소리-베 나르는 소리-베매는 소리-베짜는 소리’로 구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매는 부분에서는 시집살이에 대한 고충이 고스란히 들어나 현대의 며느리들에게도 공감을 산다. 소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들도 시연자의 손놀림을 보며 옛 조상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길쌈을 소재로 한 소리의 원형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거창 삼베일소리는 옛 여성들의 진솔한 감정과 의식을 전달하고 있다. 길쌈 노동의 고달픔과 지루함을 달래고자 부르기 시작한 거창 삼베일소리가 이제는 지켜 내야 할 소중한 문화재로 남았다. 80세를 훌쩍 넘긴 길쌈보유자들도 생동감 넘치는 시연을 선보이며 우리 고유의 문화를 알리는 일에 여념이 없다.

 
 
 

인생의 축소판, 바느질의 일곱 벗 ‘규중칠우’- 직물을 옷으로 완성하기 위한 필수 도구

바느질은 과거 여인에게 용모, 말씨, 길쌈과 더불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인들은 자신의 정성과 염원이 깃든 바느질 용구를 귀중히 간직해 왔다. 바늘, 실, 자, 인두, 다리미, 골무, 가위는 규중 여인의 일곱 벗으로 꼽을 정도였다. 다양한 구전을 통해 가위는 교도, 실은 장수, 바늘은 고통을 미로 승화하거나 일을 잘 헤쳐 나가는 기능을 상징했다. 자는 기준이자 규범, 골무는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방패와 같은 힘, 인두와 다리미는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고 사람의 낯을 펴주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이에 대해 그리고 있는 작품이 바로 「규중칠우쟁론기」이다. 규방에서 부인이 잠든 사이 바느질 도구 간의 대화를 엮은 작품으로 서로 각자의 으뜸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이 이야기 안에는 여인이 바느질을 통해 세상을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아가야 함을 전하고 있다. 이는 비단 옛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제 몫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불평, 불만만 늘어놓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선비에게 문방사우가 있었던 것처럼 여성에게는 규중칠우가 존재했다. 꼭 익혀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일거리, 바느질을 하며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여실히 표현해낸 우리의 어머니들. 그들의 소소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규방의 소도구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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