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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시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된 공존의 미학
작성일
2017-07-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346

원시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된 공존의 미학 - 천연기념물 제524호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 ‘늪’하면 떠오르는 직관적인 단어들을 향해 당당히 딴죽을 거는 경남 창녕 우포늪. ‘습하기 때문에 악취가 나지는 않을까’하고 품었던 우려와 ‘늪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풀기 위해 우리는 우포늪으로 향할 가치가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혜롭게 구현하고 있는 우포늪에서 궁극적인 ‘생명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볼 참이다. 우포늪 전경

호수나 연못 등의 고인 물에서 자라는 수생식물 마름.꽃은 7~9월에 핀다.

※람사르 협약 : 정식 명칙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이란의 람사르라는 도시에서 처음 개최되어 그 도시 이름을 따 람사르 협약이라 불렸다.

우포늪의 탄생과 늪으로서의 가치

경남 창녕군의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 4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펼쳐지는 우포늪은 수많은 타이틀로 존재감을 자랑한다. 1998년 3월 국제 람사르 협약에 등록했고, 1999년 8월 환경부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2011년 1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늪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생명’의 터전이자,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늪은 물을 빨아들이는 속성이 있어 많은 양의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홍수 방지를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늪 바닥에서 올라오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면서 공기 중으로 산소를 분출함으로써 지구 온난화 예방에 일조한다. 또한, 이곳에 자라는 창포나 생이가래 등의 식물이 물을 썩게 만드는 영양분을 먹기 때문에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늪은 생명을 탄생하고 가꾸는 데 특화된 공간이다.

이러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우포늪은 언제 생겨났을까. 그 생성 시기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우포늪 주변을 이루는 퇴적암층에서 공룡 발자국, 빗방울 무늬와 곤충 화석이 발견되면서 약 1억 4천만 년 전에 형성됐다는 주장이 첫 번째 가설이다. 반면 기원전 4천 년 경 지구의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육지에 얼어있던 빙하가 녹았을 때, 우포늪과 낙동강이 생성됐다는 설도 있다.

우포늪은 그 규모에 걸맞게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지세가 소의 형상을 한 우포(소벌)를 비롯해 목포(나무벌)와 사지포(모래벌), 쪽지벌로 구성되어 있다. 목포는 장재마을, 노동마을, 토평마을 일대 소나무가 많이 자란 데다 한국전쟁 이전, 배를 타고 건너가 땔감으로 쓸 나무를 가져온 지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지포는 모래가 많았다는 의미이며 쪽지벌은 그 이름 그대로 네 개의 늪 중 가장 크기가 작음을 뜻한다.

01_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우포의 대대제방, 02_목포와 쪽지벌 사이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 03_늪을 찾은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04_제3관찰대에서 바라보는 버들군락, 05_우포늪 중 가장 크기가 작은 쪽지벌, 06_왜가리 집단 번식지가 있는 목포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포늪과의 삶

등산으로 혹은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을 믿고 우포늪 트래킹에 무작정 뛰어들었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면적만 약 8.6㎢, 천연보호구역은 약 3.4㎢ 정도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 습지이다. 초행길인 사람들이 계획 없이 마냥 걷다가는 녹다운의 흰 수건을 던지기 일쑤다. 하지만 우포늪은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들렀느냐에 따라 맞춤형으로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우포늪 생태관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으며 연인이나 친구들 간에는 자전거로 늪의 곳곳을 달리며 풍경에 젖어들 수도 있다.

우포늪 초입에 위치한 생태관은 늪에 대한 생태환경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로 전시실을 구성했다. 그중에서도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란 공간에서는 파노라마 영상을 통해 계절별 우포늪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으며 지역 주민과 우포의 조화로운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여름 우포늪을 만나기 위해 창녕으로 떠난 무수한 차량이 그 길목에서 어김없이 포착하게 되는 풍경은 한창 수확 중인 양파 농사다. 양파로 가득 찬 빨간 망들이 밭 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우뚝우뚝 솟아 있는 모양새는 흡사 설치 미술에 버금갈 정도의 조형미다. 이러한 기이한 풍경은 여름철 우포늪 주변에서 일어나는 낙동강의 범람과 관련이 있다. 장마와 태풍으로 물이 넘치면서 흙이 쌓였다 쓸려나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는 비옥한 땅을 만드는 충분조건이 됐다. 농부들은 가을부터 봄까지 이곳에서 양파와 마늘을 재배한다. 지금까지 양파와 마늘은 우포늪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다. 원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포인트다.


왜 우리는 우포늪을 보호해야 하는가?

산업화가 가속도를 붙이며 달리는 동안 우리는 달콤한 발전의 맛을 즐겨왔다. 하지만 자연이 자기 정화의 힘을 잃는 순간 우리 역시 공멸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연의 지혜와 덕목을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늪은 생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터전이다.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인 늪은 생물 유전자원으로의 가치도 높다. 현재 우포늪에는 43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 종류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 중에서도 수생식물 종류는 국내 전체의 50~60%를 차지할 만큼 이곳의 수생 생태계는 건강하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자연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에서 비롯됐다.

우포늪을 보며 ‘늪이 어떻게 이 정도로 깨끗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면 답은 수생식물에 있다. 생이가래·마름·자라풀·개구리밥·가시연꽃 등은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생명체이지만, 늪의 수질을 정화해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정한 자연에는 자연스럽게 생명이 모이기 마련. 조류는 논병아리, 꺅도요,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를 비롯해 큰기러기, 물총새, 왜가리 등 62종이 이곳에서 계절을 달리하며 터를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물치, 붕어, 잉어, 뱀장어 등 28종의 어류와 연못하루살이, 왕잠자리,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 55종의 수서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황소개구리와 배스, 블루길 등과 같은 외래종이 증가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 실정이다. 시민들로 구성된 우포늪 지킴이는 자발적으로 우포늪의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은 우포늪의 보존이 개인, 단체, 정부만의 영역을 넘어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현재 우포늪 보호를 위해 외래종 제거, 겨울철 철새 먹이 주기, 생태해설과 모니터링 활동, 환경 캠페인, 우포늪 탐방과 생태체험 활동, 따오기 종 복원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글‧최은서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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