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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1세기 어진화사(御眞畵師), 디지털 기술로 그려내다
작성일
2017-05-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885

21세기 어진화사(御眞畵師), 디지털 기술로 그려내다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태조어진 모사(模寫) 왕의 초상인 어진 제작이 조선시대에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현존하는 어진은 소수에 불과하다. 근래에는 어진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인 가치와 국민적인 관심증대로 인해 이모(移模)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사란 이미 그려진 어진이 훼손되거나 새로운 진전에 봉안(奉安)될 경우 등 기존본을 범본(範本)으로 하여 신본(新本)을 그려내는 작업을 말한다. 본고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태조어진(광무4, 1900)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본 제작 과정에 대해 기술해본다. 이 글은 <디지털 복원을 통한 태조어진의 형태 고찰>(2016, 곽은경, 손태호, 이현주, 보존과학회지 32권 1호 pp51-61)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이미지 병합 작업 2 ⓒ국립고궁박물관

왕의 초상화, 어진을 모사하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태조를 비롯하여 10여 점의 어진이 소장되어 있다. 원래 창덕궁 신선원전에 봉안되어 있던 어진으로,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옮겨져 임시 보관 되었다가 대부분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태조어진(그림 1)은 화마로 절반 정도 소실된 상태였다. 일차적으로 모사 작업을 위해 밑그림의 복원이 필요했다. 『영정모사도감의궤(影幀摹寫都監儀軌)』(1900) 등의 문헌 자료를 조사하고, 국보 제317호 조선태조어진(1872, 어진박물관 소장), 태조어진 장년상 유리건판(1913, 준원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하 유리건판 준원전본), 태조어진 유리건판(1915, 경기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하 유리건판 경기전본)등 관련 문화재 정보를 수집하여 비교·분석했다. 또한, 반소(半燒)된 화면은 작업 과정 중 제작자 고유의 방식이 투영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분할 촬영법, CMS(Color Management System) 등 다양한 디지털 이미징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이 기술 자체로는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진’이란 대상의 특성을 봤을 때 색다른 접근방식으로 복원을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01_태조어진 ⓒ국립고궁박물관 02_데칼코마니 기법 적용 ⓒ국립고궁박물관 03_이미지 병합 작업 1 ⓒ국립고궁박물관 04_태조어진 모사본 ⓒ국립고궁박물관

디지털 드로잉, 선·면을 복원하다

수집된 근거를 바탕으로 검토해보면, 태조어진은 정면의 좌우대칭 형태를 하고 있다. 복원 기준점으로 삼기 위한 좌우대칭 축을 찾는 작업은 데칼코마니 기법을 적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그림 2). 기존 다분할 촬영법에서는 카메라의 무시차점(Non Parallax Point)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수평방향으로 이동하며 촬영되기 때문에 개개의 분할 이미지의 오차가 발생해 각 이미지를 병합하면서 원형의 왜곡이 수반된다. 이번 작업에서는 카메라의 무시차점을 고정시킨 상태로 카메라의 축을 회전시키며 촬영하여, 각 분할 이미지 자체의 오차 및 병합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최소화했다. 또한 이미지의 크기와 해상도를 극대화하는 ‘판형SLR을 활용한 360° VR 방식을 평면에 적용하는 촬영법’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기법들을 활용해 복원 대상물의 중심축을 찾아 화면의 전체 틀을 설정하고, 용안(龍顔)을 중심으로 소실된 선과 그 외부분은 면을 중심으로 복원했다. 중심점과 축을 맞추기 위해 불에 타 늘어진 부분을 원래대로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 후, 기본형태의 대칭 기준이 되는 선을 찾아 화면의 틀을 올바르게 정렬했다. 복원 대상과 기준 자료의 이미지를 디지털 데이터화하여 상호 비교·분석했으며 각 부분별로 적합한 참고 자료를 차용하여 정밀하게 복원했다. 복원의 결과물 또한 디지털 형식으로 완성했다(그림 1~4).

디지털 이미징 기법을 통해 수집된 정보

이번 복원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걸어온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복원 과정 중에 몇 가지 흥미로운 정보도 발견할 수 있었다. 1872년에 모사한 노년상과 1900년에 모사한 장년상에 나타난 용안의 인상 차이에 대한 견해이다. 기존에는 두 어진이 용안의 인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고, 이는 용안 외곽선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분석을 통해 두 어진 용안의 외곽선은 거의 일치하며, 이목구비 형태와 크기 또한 매우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노년상이 장년상에 비해 주름이 더 많고, 흰 수염으로 턱의 각을 가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윤곽선이 부드러워 보인 것이다. 근래에는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장년상과 노년상 간의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견해의 논문 등이 발표되고 있다.

준원전본, 경기전본의 모사 범본과 이모본의 관계는 의궤 등의 고문헌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디지털 이미징 기법을 활용한 상호비교를 통해 모사의 질적 정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준원전본을 유리원판이 아닌 실제 어진으로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각 참고자료들에 대한 명확한 고증이 더욱 확보되었다면 한층 더 세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향후 관련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어 장년상과 노년상의 시기적 선·후 관계, 노년상을 바탕으로 장년상을 수정·제작했을 가능성 여부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문헌 • 왕의 얼굴, 조선미, 사회평론, 2012, pp.42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순종황제 어진>에 대하여, 조선미, 왕실문화유산 보존연구1, 2015, pp.85

 

글+사진‧이현주(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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