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는 지혜
작성일
2017-05-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087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는 지혜 - 조선 실학자 이익이 이야기하는 ‘만물 친족설’이 칼럼은 과거의 인물이 현대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가상칼럼입니다. 인간이 배를 불리기 위해 가학적인 방법으로 고기를 얻는 것도 모자라, 순간적 충동으로 동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태어나서 계란만 낳는 닭은 흙 한번 밟아본 적 없고, 길고양이는 스트레스를 푸는 샌드백 역할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풍조는 이미 사람에게까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살아 있는 것을 경시하는 그 마음의 뿌리를 다시 잡기 위해, 성호사설의 한 구절을 펼치고자 한다.

내가 일전에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뽀얀 나비가 펄럭펄럭거리며 떼를 지어 날아와 일렁이는 물결 위를 빽빽하게 덮고 있었다. 사공이 말하기를, “이는 물벌레가 변해 나비로 된 것입니다.” 하기에, 나는 이것으로써 곤어(鯤魚)가 변해서 대붕(大鵬)이 되는 이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이익의 『성호사설』 中 -

인간은 동물과 함께 벌레라는 조상에서 시작하여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동물원의 한식구이다. 티끌도 인간과 친족 관계다. 그러나 인간은 티끌에서 작은 벌레를 아우르는 모든 생명과 함께 인류애를 나누기 어렵고 티끌을 자식처럼 사랑할 수는 없다. 그 불가능함을 아는 인간은 애초에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사랑을 함부로 입에 담지 못한다. 그렇다고 저 티끌과 벌레, 온갖 동물들이 나의 친족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같이 살아야 하듯, 사람은 한 지구에서 태어난 벌레 형제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고민을 하는 유학자들은 자신들 역시 벌레에서 시작된 하나의 짐승임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이 ‘남의 살을 먹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정당한 답변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온갖 만물과 인간이 결국은 한 가족처럼 동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동물들을 관찰해보면 이 짐승들은 인간과 다를 바 없다. 도둑질을 하기 위해 남의 눈치를 보는 쇠똥구리, 형제자매를 극진히 돌보는 닭, 군중심리에 민감해 남들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하는 새, 서로 협동해서 달걀을 훔치는 쥐, 온몸에 진흙을 발라 나무토막으로 위장하여 먹이를 잡는 족제비. 이 짐승들은 인간처럼 욕심도 부리지만 인간처럼 희생하기도 하고, 인간처럼 똑똑하기도 하지만 인간처럼 바보 같은 실수도 한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보다는 동물과 인간을 관통하는 동일한 작동원리를 찾는 것에서 이 세상의 무궁무진함을 엿볼 수 있다.

조선말 학자 최한기는 ‘습성’에 대한 이야기로 만물 친족설을 언급한 바 있다. 최한기는 나와 다른 혐오스러운 습성을 가졌다고 나보다 작고 약한 짐승,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에게 쉽게 횡포와 폭력을 저지르는 이유는 대개 아무 반추 없이 좋고 싫음에 기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들은 그런 습성에 중독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짐승, 그리고 짐승 같은 인간들이라는 낙인을 찍고 폭력을 저지르는 습성을 깨려면 모든 만물이 그저 한 뿌리에서 시작되어 같은 원리로 살아갈 뿐이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조선의 실학자들은 이미 만물 친족설을 바탕으로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습관을 마음의 표식이자 독특한 지문으로 추앙하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가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몸이 변하면 습관과 거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다양한 짐승들이 그들의 몸으로 겪는 추측과 나의 몸이 겪은 추측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우리 모두 같은 뿌리에서 살아간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이에 대해 쓴 정약용의 시로 글을 맺고자 한다.

나방이 종이 위에 있을 때는 곰실곰실 다정하고 가깝지 그러나 나방이 누에가 되면 혼인이 무언지도 모르고서 한자리에 늘 자고 눕고 하면서도 길가는 남남이나 마찬가지라네 새들도 한 둥지에 함께 살 때는 다정하고 순수한 사랑에 빠져 날개를 맞대고 정겨움을 표하고 목을 포개면서 은근한 정 나누다가 바다로 들어가 조개가 되어 버리면 전신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네 몸이 변하면 세상도 변하는 법 옛정에 다시 끌릴 이치가 없네 - 정약용의 「다산시문집」 제5권, 시, 나방이 나오다 -

글‧최지원 작가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