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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벼랑 위에 선 자연유산 곤충
작성일
2008-09-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189



[b]와! 장수하늘소다.[/b]

큰 딱정벌레만 보면 어린아이들이 부르는 탄성이다. 그만큼 장수하늘소란 이름은 우리에겐 익숙하다. 하늘소란 이름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지난 1900년대 초부터 일제 강점기에 놓였던 그 당시 우리 국민들에겐 교육의 기회 마저 주어지지 않았고 혹사당하기만 했던 그 쓰린 아픔을 우린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런 결과로 곤충학을 공부한 한국인 연구자는 나비박사로 알려진 석주명 선생과 조복성 박사 두 사람 뿐이었다. 석주명 선생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나비학자요, 언어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그 당시 국제적 관심사였던 에스페란토어의 국제화 및 보급에 앞장섰던 다재다능한 분이었으나, 불행하게도 나이 41세에 요절했다. 이렇게 한 사람을 6.25 동란 중 잃게 되었으니 해방 후 남은 곤충학자는 조복성 한 사람 뿐이었다. 그 후 몇 사람에 의해 그 많은 곤충 이름들이 지어져야 했으니 하나하나 뜻을 생각하며 이름을 붙일 여유가 있었겠는가? 그래서 하늘소란 이름도 중국어의 천우과天牛科란 곤충 무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별 다른 의미가 없다. 북한에서는 장수하늘소를 아직도 강원 일부 지역의 방언으로 남아있는 ‘돌드레(돌을 들어 올린다는 뜻)’란 이름을 따 ‘장수돌드레’로 불리고 있는 걸 보면 그 이름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b]멸종 위기에 놓인 장수하늘소, 대안 시급[/b]

장수하늘소Callipogon relictus Semenov는 전 구북구舊北區 지역에서 가장 큰 딱정벌레로 우리나라 곤충 중 처음으로 1968년 천연기념물(제218호)로 지정된 종이다. 그러나 장수하늘소는 이미 일제 강점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으며, 그 당시 처음 발견되었던 춘천의 추곡리에 장수하늘소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기념비는 소양 땜 건설에 의한 추곡리의 수몰로 그 지역 한 독지가에 의해 현재의 소양 땜 어느 산등성이 중턱에 옮겨져 숨겨진 탓에, 일제 잔해의 소탕작전(?)을 피해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 소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기념비의 소재를 파악하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문화재청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장수하늘소는 북방계열 곤충으로 동북아세아 특산이며, 알려진 분포범위로 볼 때 우리나라 중부지방이 남방한계선으로 보여진다. 단순히 크다는 의미뿐 아니라 동물지리학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산과 강원도 춘천 지방에서 채집된 것을 일본인 무라야마(1936)가 처음으로 보고하였다. 춘천을 빛낸 문인 이외수 씨의 장편소설, ‘장수하늘소’가 탄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의 기록에 의하면 강원도 춘천, 화천, 양구 등에서도 채집된 기록이 있으나 지난 80년대 이후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 지금은 경기도 광릉에서만 그 생존이 확인되고 있다.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4~5년에 한번 꼴로 국립수목원이 조사를 해왔지만, 조사기간 동안 직접 장수하늘소를 확인한 경우는 한 번도 없으며, 지난 10년 동안에 간접적으로 목격된 경우가 몇 번 있을 뿐이다. 멸종위기종이란 위급성은 강조하면서도 이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 대안은 없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밀어 닥치고 있는 기후 변화, 즉 한반도 지역 온난화의 영향은 이들을 더욱 위급한 상황의 처지로 몰아넣고 있어 보존을 위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 [b]비단벌레의 문화유산적 가치[/b]

한편 문화적 배경을 근거로 본다면 장수하늘소 보다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어야 할 곤충이 있다. 바로 비단벌레이다. 비단벌레Chrysochroa tulgidissima Scheoenderr는 몸길이 4㎝ 정도의 중형 딱정벌레로 금록색의 화려한 색깔과 그 영롱함 때문에 예로부터 옥충玉蟲으로 알려져 왔다. 예로부터 비단벌레는 여러 가지 공예곤충으로 이용되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선 완도, 해남, 변산반도 등 극히 일부 지역에 극소수 분포하고 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II급 곤충이다. 금관장식물로 1921년에 출토된 금관총이나, 1970년대 초 출토된 황남대총 등 신라시대 고분뿐만 아니라 고구려 진파리 고분에서 출토된 마구 장식에서도 비단벌레의 날개가 장식으로 이용된 증거로 출토되었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된 북한 문화재 특별전에 전시되었던 평양의 진파리 7호분에서 출토된 고구려 금속공예품의 대표작 금동판도 비단벌레의 날개를 깔아 바탕을 금록색으로 장식한 것이었다. 5~6세기경 신라인들은 비단벌레의 화려한 딱지날개를 이용하여 왕실의 장신구나 금속장식 공예, 직물 등에 이용되어 왔다. 일본에서도 장롱장식물로 유명한 법륭사法隆寺의 옥충주자玉蟲廚子는 그 기단을 비단벌레 10,000여 마리의 날개로 장식한 것으로 1960년에 복원한바, 그 문화적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복원품의 의미 외에 일본인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소중한 국보급 유물이다. 이외에 일본에서는 옥충 장식품이 많은 만큼 이를 통해 고대 한일 문화교류의 실체를 입증하는 학술연구와 함께 비단벌레의 대량증식 기술, 옥충장식 기법의 재현 등 새로운 문화교류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지난 2005년 울산 MBC가 ‘천연불사의 꿈, 비단벌레’라는 신라상고 시대를 주제로 하는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마구馬具 복원을 재현하였다. 이 마구의 복원을 위해 쓰인 비단벌레는 일본에서 20여 년간 개인적으로 옥충(비단벌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시자와 시치로(당시 74세)로부터 비단벌레 1천여 마리를 무상으로 기증받은 것이다. 이 비단벌레의 딱지날개를 이용해 우리나라 금속공예가인 최광웅 씨가 1600년 여만에 마구 복원을 재현했다. 이는 단순한 문화유산의 복원이란 의미 외에도, 한일 양국간 역사적 문화의 흐름을 조명하고 양국에서 공통으로 사용한 비단벌레 장식의 비밀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해 준다. 이처럼 문화적 상징성이 어떤 생물보다도 크고, 미적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진 비단벌레가 우리들의 무관심 하에서 자연밀도가 격감해 멸종에 직면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 이에 비단벌레의 천연기념물 지정은 실로 큰 의미가 있으며, 더 이상 지정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이외에도 곤충 가운데 천연기념물 후보 종으로 고려할 종으로는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노랑홍모시범나비와 유사종인 붉은점모시나비, 쇠똥구리, 그리고 우리나라 곤충으로는 처음 신종으로 기재 발표되었던 제주홍단딱정벌레 등을 들 수 있다. ▶글_ 박규택 문화재위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사진_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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