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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1호 남사당패 전수생 박지나 -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
작성일
2007-02-2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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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1호 남사당패 전수생 박지나

수줍거나 혹은 
줄 위에서 펄펄 뛰거나

한창 수다가 즐거운 스무 살 꽃다운 나이. 아직 앳된 소녀티를 벗지 못한 그녀는 때로는 천진난만하게, 때로는 어른스럽게 표정을 바꾸며 전통문화만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남사당패의 무동놀이 공연을 본 이래 ‘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어린 마음을 지금껏 지켜왔다는 그녀는 오늘도 하얀 옷을 차려입고, 줄 위에 오른다.


“뭐? 줄타기를 하겠다고? 지나야, 그런 건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멋모르던 열 살 소녀가 불쑥 줄타기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놀라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드럼과 기타를 연주했던 그녀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왕이면 서양음악을 전공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길 원했던 것.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온갖 애교와 떼쓰기 작전으로 박지나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정식으로 줄타기를 허락받았다. 박지나 양의 부모님은 줄타기 배우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 중간에 포기한다거나 어렵다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라고 하셨단다.

줄타기, 그 아슬아슬한 매력을 아시나요?
“6학년 때 민속촌의 홍기철 선생님에게 줄타기를 처음 배웠어요. 그때 ‘아, 이게 내가 할 일이구나’라고 느꼈죠. 참 어린 나이였는데 말이에요.(웃음) 그 후로 지금까지는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의 이상철 선생님께서 꾸준하게 도움을 주셨죠.”
쉽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딸의 뜻을 굳이 꺾지는 않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남자도 하기 힘든 남사당 공연을, 그것도 줄타기를 하겠다고 하는 데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지금 박지나 양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않고 묵묵히 바라보신단다. 처음에는 응원이나 박수에 인색한 부모님의 그런 모습이 서운했지만, 지금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박지나 양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도 아직 크게 다친 적은 없어요. 연습할 때는 몇 번 줄에서 떨어지기도 했는데, 공연장에 나가면 아버지가 지켜본다는 생각때문인지 정신을 집중해서 더 잘할 수 있더라고요. 공연장에 나가 매호씨(줄 타는 ‘어름산이’와 재담을 주고받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면 힘이 나요. 관객들의 기氣를 느낀다고나 할까?”
아직 뽀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박지나 양은 수줍게 웃으며 어른스럽게 말을 꺼낸다.
“남사당놀이를 처음 보는 사람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몸놀림에 먼저 반해요. 하지만 두 번째는 줄타기에 숨어 있는 재담과 해학에 취하죠. 줄타기는 줄 위에서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공연장을 찾은 할아버지가 기분 좋게 취하셔서 건네는 덕담과 축언들, 아낙네들의 흥겨운 어깨춤,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줄타기 속에 담긴답니다. 모르셨죠?”
작은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그녀는 전통문화의 숨은 재미를 살짝 들려주었다. 

 hspace=0 src=원칙과 전통은 가져가고, 그때그때 옷은 갈아입어요
“예전에 한 놀이공원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놀이공원이라 주말에 어린 아이들이 많이 모였 있었죠. 그런데 거기서 ‘앞길이 구만리야, 내 인생은 풍전등화라. 이를 어이할꼬~’라고 재담을 해야 했는데, 아이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말일 것 같아 생략해 버렸어요. 대신에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들을 조금씩 풀었지요. 그러자 어린 아이들도 금세 이야기에 빠져 들었답니다. 눈만을 즐겁게 하는 서커스 공연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 맛을 알게 되면 남사당놀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박지나 양은 어릴 적 자신이 느꼈던 흥겨움과 친근함을 주변에 알리고 싶단다. 전통문화가 우리를 신명나게 하는 것은 그 속에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느끼던 푸근한 기운이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북소리, 장구소리, 꽹과리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쿵쿵 뛰어요. 마치 내 심장이 뛰는 걸 풍물소리가 대신 뛰어 주는 것 같아요. 줄타기를 하고, 전통공연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꼭 해야 될 일이잖아요. 관객들과 호흡하며 조금씩 표정을 달리하면서 전통공연에 담긴 정신을 이어가고 싶어요.”
금년 3월에 중앙대 국악대학 음악극과에 입학하는 박지나 양은 소리와 노래, 연기를 더 배우고 싶단다. 그 어떤 뮤지컬이나 영화로도 담을 수 없는 삶의 신명과 흥겨움을 자신의 줄타기에 담는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는 그녀. 부채를 잡고 줄 위로 오르는 박지나 양의 모습은 아무도 밟지 않은 2월의 하얀 눈보다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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