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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 가을의 향연 사찰
작성일
2005-09-2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256



깊어질대로 깊어진 불갑사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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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질대로 깊어진 불갑사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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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빛깔과 운치와 전통이 한데 어우러진

천년 고찰의 단풍 향연


상사화로 시작되는 불갑사의 가을
전남 영광군 불갑면 모악산 기슭에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처음 지은 도량이라 전해지는 고찰 불갑사가 있다. 이 유서깊은 사찰의 가을은 늘 상사화로부터 시작된다. 상사화는 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9월초부터 중순까지 불갑사 초입에서 모악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길에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정원과도 같다. 때맞춰 찾는 등산객들은 힘들이지 않고 상사화를 보는 호사스러움과 가벼운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상사화가 시들 무렵이면 불갑사 뒤쪽의 천연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된 참식나무 군락에서 빨간 열매가 열려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본격적인 단풍철에 들어서는 10월이면 사찰 초입의 활엽수림이 온통 알록달록 물들어 제대로 된 단풍을 연출한다.
   볼거리는 그 뿐만이 아니다. 천년 고찰답게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대웅전과 목조로서는 국내에서 제일 큰 거상으로 균형미가 뛰어나며, 화려한 조각솜씨를 보여주는 사천왕상(시도유형문화재 제 159호/전남), 그리고 만세루 등의 소중한 문화재들도 만날 수 있다.
   불갑사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가을이다. 세상 시름일랑 저만치 던져두고 돌탑과 담장 주위에 쌓인 은행잎 즈려밟으며 가을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불갑사에 가보라 권하고 싶다.



천 해 넘게 살아온 은행나무와의 인연 영국사
충청북도 영동군 천태산 동쪽에 자리한 영국사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통관 의례가 있다. 무려 수령이 천살이나 되는, 증조 고조 할아버지보다 몇 곱절은 나이가 더 많은 은행나무를 알현하는 일이다.
   영국사 본전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은행나무의 나이는 대략 1,000살 정도로 추정되며 현재 높이 31.4m, 둘레 11.54m 정도의 체구에 가지는 사방으로 퍼졌으며, 서쪽으로 뻗은 가지 가운데 하나는 휘어져 땅에 닿아 뿌리까지 내렸는데 높이 5m이상, 지름이 0.2m에 달해 독립된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이러한 은행나무도 볼 겸해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과 신도들이 영국사를 찾아오고 있다한다. 오랜 세월동안 대대로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내력 깊은 나무로 문화적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보존가치가 높아 이미 지난 1970년부터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줄곧 보호되어져 왔다.
   신라말기인 9세기 후반에 창건된 영국사는 비록 규모도 크지 않고 소박하지만 이 곳 역시 보물 제532호인 부도를 비롯하여 보물 제533호인 삼층석탑과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그리고 보물 제535호인 망탑봉 삼층석탑의 훌륭한 문화재들이 전해 내려온다.
   단풍의 붉음이 싫증났다면 천년도 넘는 세월동안 해마다 가을이면 샛노란 은행잎들을 비처럼 떨구며 서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를 한번쯤 알현하고 오는 것도 이 가을에 어울릴 듯하다.

만산홍엽의 중심에 있는 장곡사
산길을 따라 경내까지 한참을 오르는 동안 양 켠 나무들의 현란한 단풍에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충남 청양군 칠갑산 남쪽 기슭의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장곡사를 추천한다. 형형색색에 잎 모양도 가지가지인 무수한 나무들이 펼치는 향연을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삼사십 여 분 걸어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집이며 닳고 닳은 돌계단이 마치 신라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말 그대로 산사의 고즈넉한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도 있다.
   신라 문성왕 12년(850)에 축조된 고찰답게 장곡사에는 보물급의 보기 드문 문화재들이 상당수 간직되어있다. 국보 제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를 비롯하여 국보 제300호인 미륵불괘불탱, 보물 제162호, 제181호인 상 하대웅전과 보물 제174호 철조비로자나좌상부석조대좌, 그리고 보물 제337호 금동약사여래좌상과 유형문화재 제273호인 설선당 등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귀중한 문화재들을 직접 확인하고 나면 발걸음조차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축조 당시의 마루 그대로인 상대웅전을 둘러본 후 앞마당에 서서 온 산을 뒤덮은 단풍을 감상하는 것이 단풍철 장곡사 관람의 핵심! 자신이 올라왔던 길조차 가려져 보이지 않는 만산홍엽의 한가운데서 잠시 나를 잊고 시간을 잊고 그냥 그대로 순간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김혜라 / 프리랜서 작가 겸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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