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고미술의 과학 - 석굴암의 신비
작성일
2005-07-0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2967

예술과 과학기술의 총체적 실현으로 평가되는

석굴암(石窟庵)의 신비

석굴암은 불국사와 함께 오늘날 한국에서 첫 손꼽히는 명승고적으로, 통일신라시대 조형미술의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은 건축·수리·기하·종교예술·과학기술의 총체적 실현이라 평가되며, 1995년 12월에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석굴암에 적용된 수리과학
석굴암 본존불의 위치와 크기, 벽면에 부조화된 불상들의 배치, 원형의 주실(主室) 모양이나 천장을 이루는 돔(Dome)의 구조 등 석굴암의 조형이나 불상 배치를 살펴보면 치밀한 수리과학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석굴암은 좌우가 철저한 대칭을 이루도록 배치되었는데, 이는 고대 조형미술의 기본원칙이기도 하지만 석굴의 시지각적 안정감에 기여하고 있다. 석굴암에는 정사각형과 그 대각선의 사용, 정삼각형과 수선(垂線)의 사용, 정확한 원의 작도, 정확한 곡률의 구면 사용, 원에 내접하는 정육각형 사용, 등할(等割)의 사용 등이 엿보인다. 이는 모두 건축학적으로 시지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비례구도로서, 궁극적으로 석굴암의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천개석의 위치나 본존 뒤 광배(光背)의 위치, 채광에 이르기까지 수학적인 비례에 근거하여 참배자를 배려한 석굴암 조형에는 놀라운 수리과학이 적용되었음을 찾아볼 수 있다.
   본존상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비례를 보면 다시 감탄이 나온다. 석굴암 본존불상의 얼굴 너비는 2.2자, 가슴 폭은 4.4자, 어깨 폭은 6.6자, 양 무릎의 너비는 8.8자로서 1:2:3:4의 비율을 보여준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1.1자는 본존불상 자체 총높이의 10분의 1이다. 10분의 1이란 비율은 로마신전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서>에 나오는 균제비례(Symmetry)로서, 본존불상 자체를 1로 보았을 때 10분의 1이라는 균제비례가 석굴암의 본존상에 적용되었던 것이다.

석굴암의 건축학적 독창성
석굴암을 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주목할 것은 원형 주실의 천장이다. 세계 유일의 인공석조건축인 석굴암은 고도의 축조기술이 적용되었는데, 특히 설계와 시공의 탁월성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천장이다. 돔형에 360개의 판석으로 교묘하게 구축된 천장은 꼭대기에 연화문을 새긴 원판을 덮개돌로 하여 천개로 삼고 있는데, 무게가 무려 20톤에 이른다. 석굴암의 천장 구조는 돔형 구조라는 기본 틀에 쐐기돌이라고 하는 특이한 ‘무게의 균형장치’를 더하여 돔형 구조의 약점을 보강한 특이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쐐기돌은 돔형의 천장 밖으로 길게 나와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함으로써, 윗돌이 아랫돌에게 전하는 힘을 상쇄한다. 이것이 바로 석굴암이 자랑하는 독창성이다. 따라서 석굴암의 천장 구조에 있어서는, 아랫돌이 먼저 무너지지 않는 한 돌이 따로 아래로 떨어질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석굴암을 지켜온 고대과학의 비밀
석굴암에는 온도차 때문에 생기는 석상 표면의 결로(結露)현상을 막기 위한 과학적인 조치가 갖추어져 있는데, 바로 절묘한 통풍 및 온도조절 장치이다. 석굴암 주실의 10개 감실들은 그것을 받치고 있는 밑의 벽석보다 두껍게 되어 있어서 감실과 감실을 받치고 있는 벽석(이맛돌) 사이에는 틈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서 공기가 유통되면서 석굴암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석굴암의 공기순환 장치로는 광창(光窓)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석굴의 외벽에는 직경 십수 센티미터의 돌들이 석자나 쌓여 있었다고 기록에 나온다. 이 돌들은 얼기설기 얽혀 곳곳에 공기를 함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자갈층을 통해 공기가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따라서 석실 내부는 언제나 뽀송뽀송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한편 지하수를 석굴암의 본존불 대좌 밑바닥의 암석기초층을 관통하여 흐르도록 해 바닥의 온도를 벽면의 온도보다 낮춤으로서 불상 표면의 결로를 방지하였던 것이다.

20세기 중수(重修)와 현대과학의 맹점
석굴암은 1910년대 조선총독부와 1960년대 우리 정부에 의해 두 번 보수되었는데, 모두 ‘개악’한 것으로 여겨진다. 석굴암은 갖가지 비책에 의해 공기 맑은 대자연 속에서 호흡하면서 1200년이란 긴 세월을 살아왔다. 그러나 20세기의 현대인과 현대과학은 강제로 석굴암을 거대한 유리관(콘크리트 외벽과 이중 돔) 속에 눕혀 놓고, 산소호흡기(냉온방습도조절기)를 끼워 놓았다. 오만한 현대인이 현대과학이라는 서투른 치료법으로 석굴암을 중환자 취급하여 병상에 눕혀 놓은 것이다.
   석굴암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를 통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생명력을 얻었던 그 시절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성규 / 인하대학교 인문학부 객원교수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