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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양성의 조화를 품은, 1500년의 색동
작성일
2016-04-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0559

색채를 새기다. 다양성의 조화를 품은, 1500년의 색동 우리 민족이 지니는 고유색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순수하고 간결한 백색이고, 다른 하나는 오방색을 통한 음양의 조화다. 이 중 음양오행색은 색동을 통해 상생의 의미를 담는다. 색동은 단지 아름다운 색들의 조합이 아니다. 서로를 살릴 수 있도록 구성해서 과하지 않은 ‘미(美)’를 완성했다. 넘치는 것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는 선조들의 철학이 색동에 스며있는 것이다.

색동저고리 ©토픽이미지

고대부터 사랑받아온 색동의 역사

우리가 아이들의 설빔이나 새신부의 저고리에서 봐왔던 익숙한 ‘색동’에는 무슨 뜻이 있는 것일까? 색동은 ‘색을 동 달았다’라는 뜻으로 ‘동’이란 한 칸을 의미한다. 색색을 한 칸씩 이어 단 것이다. 삼국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의 생활과 깊이 연관지어 사용되고 있는 색동은 명절과 같은 ‘경사’에 입음으로써 형형색색의 즐거움을 돋웠다.

또한 아이들 한복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장식 중 대표적인 것이 색동이다. 색동은 김영숙(1998)의 『한국복식문화사전』에 의하면 ‘오색으로 염색을 하거나 오색 비단조각을 잇대어서 만든 어린이 저고리의 소맷길 또는 잇대는 데 쓰이는 좁은 헝겊오리’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어린이 저고리 소매’에서 많이 보이는 것은 물론 경사스런 날인 혼례식에서도 신부가 착용하는 원삼에 이 색동소매가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복식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색동이 사용된 초기 복식들에 대한 자료는 멀게는 고구려 수산리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여인이 착용하고 있는 ‘색동천을 이은 치마’가 있다. 수산리 고분 벽화 속 부인이 착용한 A라인의 치마는 색동이 위에서 아래로 넓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자색, 적색, 살색 등으로 절묘한 배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다카마스 무덤의 벽화에서도 색동치마를 입은 여인이 있어 동북아시아에서 ‘색동치마’가 고대부터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마도 동북아시아 지역에 공유되고 있는 음양오행사상과 같은 철학적 인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소수민족과 중국의 당대(唐代, 618~907) 서역 아스타나에서 출토된 목조여인상에서도 나타난다.

수산리 고분 벽화 ©연합콘텐츠 우리 선조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문중,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심신 안녕이나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주술적, 염원적 의미로 ‘색동장식’을 만들어 사용해온 것이 아닐까 한다.

색동 속, 오방색이 지닌 의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색동은 때론 다섯 가지, 때론 세 가지, 때론 가짓수와 상관없이 그저 다양한 형형색색의 천이나 염색을 통해 다채로운 색을 연결하거나 표현하는 방법으로 우리 전통 복식의 중요한 특징으로 현재까지 애용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색동의 의미나 상징성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와 같은 우주적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오방색(오행의 기운과 직결된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사용을 통해 ‘음양의 조화’나 ‘오행의 조화’ 또는 ‘오복(五福)의 구비’를 달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 장식 문화일 수 있다.

오방색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황(黃)은 흙(土)으로 고귀한 색이었으며 청(靑)은 나무(木)에 해당해 봄의 색이자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비는 의미로 쓰였다. 백(白)은 오행 중, 금(金)으로 결백·순결 등을 뜻하였으며 적(赤)은 불(火)로, 애정이나 생성 등 벽사의 색으로 자주 쓰였다. 마지막 흑(黑)은 물(水)로서 인간의 지혜와 연결되어 있다.

‘음양오행’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색들은 신부의 연지곤지에도, 어린아이 색동저고리에도, 음식 위 다소곳이 오른 고명에도 깃들어있다. 각각 귀신을 쫓거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등 의미를 갖고 말이다.

 다카마스 무덤 벽화 ©연합콘텐츠

실제로 결혼과 관련되어 혼수를 할 때도 음양을 상징하는 ‘청·홍’ 계열의 포장지를 사용하고, 장식 물품에도 비교적 색(色)스럽게 색동이나 잣물림 장식 또는 색실로 누빈 물품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혼수를 넣은 함 속에 다섯 가지로 색을 달리한 복주머니에 장수나 풍요, 행운, 다산 등을 염원하는 여러 상징성을 가진 곡류나 물품을 넣어주는 전통들이 지역을 달리하여 지금까지 전해져 온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색동에 담긴 선조의 가치관과 전통복식

현대 과학과 같은 첨단의 기술 문명이 삶의 일상에 등장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문중,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심신 안녕이나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주술적·염원적 의미로 ‘색동장식’을 만들어 사용해온 것이 아닐까 한다. 어딘가 편벽되어 버린 가치관과 한가지로만 매몰된 편협한 생각들이 다양성을 가지되 조화를 이루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기운들을 색동을 통해 발견할 수 있기에 이들을 개발해서 물려준 것이다. 그 색의 결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어슴푸레나마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전통복식 생활문화에서 자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첫돌 복식으로 색동소매를 만들어 저고리나 두루마기에 달고, 오방색 주머니를 채웠다. 첫돌에 남아(男兒)는 색동저고리에 호랑이 얼굴 형태를 수놓은 ‘호건’을 썼는데, 이는 악한 기운이 물러가기를 바라는 벽사의 의미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아이들은 물론 가족의 일상생활 용품에서도 각종 오색 헝겊 조각을 이용해 베개 마구리나 수저집 등의 소품들에 장식을 해온 것들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복식에서 보이는 색동이라는 디자인 요소는 비단 우리 선조들이 지닌 것에서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최근의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색동은 타고난 저마다의 성향은 다르지만 함께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창작물’을 통해 조화로운 마음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글‧김혜순(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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