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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대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작성일
2013-06-1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684

고대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01 능사는 성왕의 ㅁ여복을 빌기 위한 백제왕실의 사찰로, 웅장한 대웅전과 38m에 이르는 오층 목탑은 그 규모도 장관이었지만 단청의 화려함에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백제의 문화가 오롯이 숨 쉬고 있는 부여는 늘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생활에 발이 묶여 있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친구와 함께 부여와 공주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시댁에 볼일이 있어 가야 한다는 친구를 따라나서게 된 것이었다. 시댁이 공주인 친구에게 공주는 신혼시절의 꿈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했다.

산성시장에서 떡 좌판을 했던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시장에 가보고싶다는 친구를 따라 금강교錦江橋를 건넜다. 시장은 장날이 아니라 한산했고 노점에 앉아 있는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었다. 두, 세분씩 모여 소박한 물건을 올망졸망 차려놓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분들에게서 느림의 여유가 느껴졌다.

손님이 오면 좋고, 찾지 않아도 그만인 듯 넉넉한 표정은 서울에서 늘 봐온 시장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경하는 마음속의 풍경을 찾아 자연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내게는 처음인 공주가 친구의 추억 속에 녹아 마치 오래된 고향처럼 느껴졌다.

공주에서 볼일을 보고 난 뒤 백제문화단지로 방향을 잡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1400년 전의 고대왕국이 화려하고 웅장하게 우릴 맞아주었다. 21세기의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4세기경의 백제왕궁의 문화가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사비궁의 정문인 정양문正陽門을 지나며 문득 올려다본 천장의 단청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옛 시절 백제인의 섬세한 예술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사비궁 의독특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능사陵寺의 오층목탑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1400년전이지만 백제문화는 일본 아스카문화에 영향을 주었을 만큼 찬란했다고 하니 백제인은 분명 미적 감각이 뛰어났을 것이다.

능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층 목탑과 대웅전을 가까이서 올려다보자 한층 더 웅장해 보였다.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백제왕실의 사찰인 능사는 부여 능산리陵山里에서 발굴된 유적을 원형과 같이 재현했다고 한다. 능사 오층목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던 곳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재현된 백제시대 목탑이라고 하는데 38m에 이르는 높이도 장관이지만, 단청의 화려함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색의 조화란 바로 이런 것인가. 옛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되살아나는 듯, 내 마음속에서는 백제인의 환호성이 들려오고 하루해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02 백제문화단지의 생활문화마을, 백제 사비시대의 계층별 주거유형을 재현해 놓았다.

생활문화마을을 걷고 있는데 잔잔한 음률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발견하게 된 건 흔하게 생긴 돌인데 음악소리는 바로 돌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창의적이고 이채로운 풍경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생활문화마을은 고즈넉한데 돌담길을 걷다보니 어디선가 개구쟁이 아이들이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어디쯤에서는 빨래방망이 소리가 들리고, 어느 초막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를 것 같아 대문을 기웃거려보고 울타리 위를 넘겨다보았다. 순박한 아낙네가 바가지를 들고 마루에서 내려오는 모습도 보이고, 절굿공이로 절구질을 하고 있는 초로初老의 모습도 그려졌다. 소매를 걷어 올린 건장한 남자의 장작 패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생활문화마을을 지나 위례성 쪽으로 향했다. 위례성 내부에는 움집형태의 집들이 있고, 망루며 토성이 즐비했다. 고상가옥에 세워진 통나무로 깎은 계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백제시대에는 이렇게 자연을 이용한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움집 안은 화덕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단조로웠을 당시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 외로 아늑했다. 움집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21세기의 하늘이지만, 나는 잠시 고대의 백제인이 되어보았다. 그들은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된 삶도 마다하지 않았으리라. 지금처럼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시대가 아닌, 서로 어울려 살아갔을 그들의 삶의 모습도 움집처럼 동그랗게 이루어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부여는 매우 조용했다. 고대의 웅장했던 문화는 세월 속에 침묵하고 있는지 도시가 외롭게 느껴졌다. 패망한 왕국이라 현대인들에게도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랄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나 현대인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적셔줄 그날을 기대하며 우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문화재 사랑과 만나다 코너는 독자 여러분이 만드는 코너입니다. 여행에서 만난 문화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 우리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박물관 기행 등 문화재와 관련된 독자 여러분의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해진 주제는 없으며 문화재에 관한 소중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언제든지 보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양식에 맞는 원고와 사진을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와 함께 보내주세요. 원고분량 : A4용지 기준 1장 (10pt), 사진 : 해당 여행 관련 사진 5매 이상, 보내실 곳 : 문화재청 대변인실 김수현(nicosia@korea.kr)

글·사진. 장미숙 (서울시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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