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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전통문화가 소통되는 순간, 그 순간을 꿈꾼다
작성일
2013-05-1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607

전통문화가 소통되는 순간, 그 순간을 꿈꾼다.

전통문화가 소통되는 순간, 그 순간을 꿈꾼다. 어린 시절 미술시간, 바가지 위에 종이죽을 덧대어 탈을 만든 적이 잇었다. 제멋대로 만들어진 탈을 가지고 너도 나도 신났던 순간을 어렴풋이 기억해본다. 전통이 무엇인지, 탈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던 시절이었지만, 어렵사리 탈을 만들어낸 그 시간들이 분명 즐거웠다. 멈춰있는 전통은 의미가 없다. 전통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그것을 향유할 때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멈춰 있던 전통탈춤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다가오게하고, 고단한 삶의 한자락을 채워주었다. 탈춤의 두번째 전성기를 만들어낸 그, 권두현 안동축제관광조직위 사무처장을 만났다. 01.(재)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권두현 사무처장. 그는 이론과 현장의 접점에서 전통과 오늘을 이어가고 있다.

생동감 있는 전통문화축제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 삶의 활력이 필요한 사람들, 신나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 아이들을 위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 눈여겨보는 것은 지역축제이다. 작년 가을, 안동에서 열흘 동안 매일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집중시켰던 축제가 열렸다. 탈춤을 매개로 한 지역 축제 중 유일하게 생명력을 유지한 ‘국제안동탈춤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지역축제인데‘국제’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지역축제가 세계적인 축제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축제의 질과 성과는 대단했다. 더욱이 이 축제의 주인공은 지식인의 소산이나 권력의 가치로 여겨지는 편견을 지니고 있는 ‘전통’, ‘문화재’라는 이름 속‘탈춤’이다. 이 축제에서는 공연자나 관람자의 경계가 없이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옛 것을 오늘의 것으로 즐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심지어 한국적인 전통에 세계적인 전통까지 더해져 새로운 ‘탈춤’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이 생동감 있는 축제를 만든 장본인 권두현 사무처장, 자칫 재미없고 따분하게 생각되는 ‘전통문화’를 살리기 위해 그는 어제, 오늘 그랬듯 아마 내일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저 13개의 탈춤만 매년 반복하면, 누구의 흥미를 끌 수 있겠어요. 무형문화유산을 그대로 아는 것은 보존 가치는 있지만, 축제에 대한 열광을 이끌어낼수는 없어요. 그래서 전통과 결합할수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한 겁니다. 전통적인 탈춤에 현대적인 감각의 탈춤을 결합시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죠.”

권두현 (재)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사무처장 - 02. 2011년 5월 개관한 안동세계탈문화전시관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16년의 역사와 세계의 탈춤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문화산업’은 내 운명

그는 안동에서 나고 자랐다. 전통이 풍부한 그곳에서 살 때에는 오히려 그 가치를 모르고 지냈다. 안동을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고 불교학생회와 풍물패를 스치며 새롭게 전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저항문화처럼 인식되었던 풍물이었지만, 그는 문화가 지닌 기본적인 본질이나 가치에 주목했고, 이런 것들을 이론적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그리하여 대학원에 진학했고, 동시에 풍물강습회, 민요 강습회, 전통놀이 강습회등 현장을 느끼며 문화 활동의 영역에 자신을 던져 놓았다. 대학원 졸업 후, 안동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활동을 시작하면서 안동문화운동연합회를 거쳐 경북문화산업연구소를 만들어 문화 활동의 저변을 넓혀갔다.

“민속학과를 다니면서 보니 안동은 굉장히 중요한 문화적 유산을 갖고 있는 경쟁력 있는 도시였어요. 어떻게 하면 안동을 가치 있는 도시로 만들까 고민했죠. 민속문화는 민중문화에만 관심이 있고 지배문화에 대한 관심은 소홀한 부분도 없지 않은데, 안동은 선비문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중문화도 풍성한 곳이었어요. 양반문화와 민중문화는 대립적인 구도가 아니라 완성된 사회 속에서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보편적으로 조선의 왕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어요. 하지만 문화적으로 가치 있고 행복하지 못한 부분이 많죠. 우리에게 문화적인 즐김에 대한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안동지역을 다니며 느낀 것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선비들의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것, 그들의 철학이 인간적인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느끼도록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안동에서 문화 활동을 하면서 세 가지 방향을 염두에 두었어요. 첫번째는 안동지역 문화를 잘 정리, 조사, 연구하는 학술적인 작업이고요. 두 번째는 안동문화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들과 관련된 활동을 하자는 것이었어요. 세 번째는 문화유산이 새로운 시대의 가치로 만들어지기 위해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는 늘 이론과 현장의 접점에 서있다. 그것이 전통과 오늘을 이어주는 길목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미래지향적 인문화,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문화를 만들어낼까 고민한다.

03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이 전통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04 안동세계탈문화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전통 탈.

사람과 소통하는 전통

“문화를 가지고 산업이라는 도구로 탑재시키는 방식을 찾지 않으면 더 이상 문화는 현 사회에 기여하기 어려울 거예요. 대중화되지 않는 문화, 보편적인 삶에 기여하지 않는 문화, 향유되지 않는 문화가 문화로서의 존재가치가 있느냐는 회의를 늘 가지고 있죠. 문화는 지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지금 사람들의 가치 속에 남아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의 문화활동 이력을 보면, 현재 명예가이드 제도 및 문화유산해설사의 근간이 된 시민명예관광가이드, <한 문화재 한 지킴이>의 원류인 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 고택숙박체험, 고가음악회 등 실제적이고 의미있는 활동들이 가득하다. 몇 가지의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그가 얼마나 전통문화를 대중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지 대단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오래전에 실시했던 기획안들이 오늘날 정책적으로 반영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된 모습이 눈앞에 있으니 그의 노력의 열매가 실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유산의 보존이라는 것이 지자체의 책임이 다가 아닙니다. 국가는 기본적인 제도를 만들어 주고 사회구성원들이 합의를 해서 그 가치를 확보해 능동적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려고 했을때 보존은 물론,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의미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 올해 가을에 열릴 ‘제16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가 지속가능한 문화가될수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문화경영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이다. 유네스코 문화기구인 국제‘탈연맹’을 통해서 세계적인 교류 또한 발전시킬 계획이다.

“문화유산은 소중한 것인데, 학습으로가 아니라 사람들의 감각, 감성, 삶 속에서 가치를 보증받는 논리, 세계관, 철학을 만들고 싶어요. 국보가 지방문화재보다 더 훌륭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개인이 느끼고 향유함으로써 그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무언가가 변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척 무모한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를 통해서 스스로 가치롭게 여기는 일을 오래도록 묵묵히 하면 어느덧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철창에 갇히고, 버려졌던,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문화유산들이 그를 통해 그리고 많은 이들을 통해 생명력을 부여받고있다. 이 봄엔 고택의 담장에 있는 꽃나무들을 보고, 여름엔 고택에서 캠핑을 하며, 가을엔 안동국제탈페스티벌에서 축제를 즐기고, 겨울엔 고가음악회에서 낭만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글. 김진희 사진. 김병구,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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