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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이산가족의 슬픔을 간직한 산굴뚝나비
작성일
2013-05-1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049



우리나라의 제주도 한라산 고지대에서 외롭게 서식하고 있는 산굴뚝나비는 지사학적地史學的으로 보았을 때 분명 고아나 다름없는 처량한 신세이다. 오랜 지구의 역사상 극히 짧은 시기인 신생대의 제4기에 우리 한반도는 지형학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중 홍적세 말기에 제주도가 대륙과 연결된 본토와 분리되고 차츰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산가족의 역사가 시작된다.
한대기후대에 적응되어 있던 산굴뚝나비는 차츰 한반도 주변의 기온이 상승하자 이와 비슷한 분포성향을 갖고 있던 가락지나비와 함께 이동을 시작한다. 즉, 한반도의 남쪽에 서식하고 있던 무리들은 계속 북상을 거듭하여 현재는 함경도 이북, 백두산 부근 등지의 고산지대로부터 몽골, 시베리아 등의 한대기후대에 속하는 지역으로 분포권을 좁혀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제주도가 섬으로 분리된 탓에 미처 북상을 못하고 제주도에 남아서 서식하고 있던 산굴뚝나비는 비상능력이 약하여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보다 기온이 낮은 한라산의 정상부근 고지대로 올라가서 분포권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대륙 본토의 무리와는 완전히 격리되어 생활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제는 이들의 생존이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산굴뚝나비는 제주도의 한라산 1300m 이상 고지대에서 5~9월에 걸쳐 연1회 출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7~8월에 걸쳐 주로 활동하고 있다. 산굴뚝나비의 유충은 벼과식물인 김의털(외떡잎식물벼목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의 잎을 먹고 자라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상세하게 생태학적 사실이 밝혀져 있지 않으나 성충이 된 후에는솔체꽃, 송이풀, 꿀풀 등의 꽃에서 흡밀吸蜜을 한다. 또한, 화산암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고 양지바른 곳의 풀밭이나 관목위를 천천히 비행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바람이 세게 불거나 인기척에 놀라면 멀리 날기도 한다. 모든 동식물이 그러하듯이 제한된 서식환경이나 생태환경을 가질 경우 그 종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는데 산굴뚝나비가 바로 그 경우이다. 산굴뚝나비의 생존을 위해서는 먹이식물과 흡밀식물이 풍부하게 있어야 되는데 현재 한라산에는 이들 식물의 현저한 감소로 인해 그 밀도가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본 결과 먹이식물인 김의털이나 흡밀식물 등이 사라져가는 원인으로 제주조릿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의 아고산대亞高山帶식물종 구성에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었다. 제주조릿대는 다 자라면 1m 정도 높이의 관목류이며 근경의 번식력이 대단히 뛰어나서 하층식생의 초본류인 김의털이나 흡밀식물들의 서식환경을 악화시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에서 이들 제주조릿대가 번성하는 요인으로 기후온난화에 따른 고온현상과 1988년부터 자연보존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소나 말의 방목 중단을 들 수 있는데, 현재 제주도 한라산에서 제주조릿대가 번성한 곳에서는 많은 종의 초본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 결과 산굴뚝나비의 서식환경도 점차 악화되어 가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하다. 산굴뚝나비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국외 분포지는 몽골인데, 이곳은 제주조릿대의 군락은 아예 볼 수가 없고 시야가 탁 트인 드넓게 열린 초지공간에 먹이식물과 흡밀식물이 풍부하다.
국내에서 천연기념물인 산굴뚝나비의 보전을 위해서는 서식환경의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 즉, 산굴뚝나비의 서식처에서 위해식물로 작용하고 있는 제주조릿대의 방제가 시급하며, 제한된 서식처이지만 특별 보존지구를 설정하여 보호에 만전을 기한 후 추후 서식처의 확대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글. 남상호 (대전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사진. 조영호 (대전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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