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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일 년에 한 번 빛을 보는 악기, 종묘제례악의 국악기
작성일
2013-05-1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1329



종묘제례악은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쳐 왔는데, 세조 당시에는 팔음八音을 갖춘 40여 종에 이르는 대편성이었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치른 후 팔음을 구비하지 못한 채 연주되었다. 팔음이란 악기재료에 따른 분류법으로 금金·석石·사絲·죽竹·포匏·토土·혁革·목木의 8가지 재료에 따른 분류법이다. 종묘제례악은 두 개의 악단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당상堂上에서 연주되는 등가에는 편종編鐘과 편경編磬, 방향方響, 축筑, 절고, 장구, 어 ,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과 노래가 편성되고, 당하當下에서 연주되는 헌가는 편종, 편경, 방향, 진고晉鼓, 어, 장구, 축, 징, 태평소, 당피리, 대금, 해금, 노래가 편성된다.

현재 종묘제례악 연주에는 대금, 당피리, 태평소, 해금, 아쟁, 편종, 편경, 박, 축, 어, 방향, 장구, 절고節鼓, 진고, 징(대금)으로 총 15종의 악기가 사용된다. 이러한 악기 편성은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한 것이다. 세종 때에 아악을 종묘제례에서 사용할 때의 편성악기는 당연히 아악기로만 구성되었다. 세조 때에 향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대업과 보태평을 종묘제례악으로 채택하면서 일부의 아악기 외에 대부분 향악기와 당악기로 바뀌었다. 이후 성종 때『악학궤범』에는 30여 종의 악기로 규모가 커졌으나,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이후 악기편성이 대폭 축소되어 현재의 15종의 악기로 편성되어 연주되고 있다. 편종과 편경은 대표적인 아악기로, 각각 음높이가 다른 종과 돌 열여섯 개를 나무틀에 걸어 소뿔로 된채로 친다. 방향은 당악기의 하나로, 나무틀에 매단 16개의 금속으로 만든 소리 편을 치는 유율타악기이며, 소리편의 두께에 따라 16음의 높낮이가 다르다. 축은 사각의 나무 절구통처럼 생겼으며, 바닥을 찧어 연주하는 악기이다. 대나무 끝을 갈라 아홉 조각을 만든 채로 등에난 27개의 나무톱니를 긁거나 머리 부분을 쳐서 소리를 낸다. 진고는 각목 형태의 네 기둥을 세우고 횡목橫木을 친 틀 위에 북을 올려놓는다.

제례의 절차인 아헌에서는 진고 10통, 종헌에서는 진고 3통을 친 후에 박의 연주와 함께 음악의 시작을 알린다. 절고는 진고의 축소형처럼 생겼으며, 음악의 시작과 끝은 물론 매 악절의 처음과 끝 등 악곡의 일정한 법칙에 따라 연주된다. 장구는 허리가 가늘고 잘록한 통의 양쪽에 가죽을 붙인 타악기로 궁중의례와 연향, 민간의 농악과 굿, 탈춤패 등의 민속연희 등에 편성된다. 당피리는 관대를 황죽이나 오죽으로 만들고, 8개의 지공으로 되어 있으며 음량이 큰 당악 계통의 궁중음악과 종묘제례악에 편성된다. 대금은 신라 삼죽의 하나로 젓대라고도 하는 횡적橫笛으로 취구, 청공, 지공, 칠성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평소는 몸통 부분인 관대와 서, 동구, 동팔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날라리, 쇄납 등으로 불린다. 해금은 공명통 위와 주아周兒에 연결된 두 줄을 원산遠山으로 고이고 줄 사이에 낀 활의 배와 등으로 그어 소리를 내며, 궁중, 민간, 민속음악 등 전통음악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아쟁은 현악기 중에서는 가장 좁은 음역을 지닌 저음악기이다. 7개의 줄을 개나리나무의 껍질을 벗겨 송진을 칠한 활로 문질러 소리 낸다. 징은 농악, 불교음악, 무속음악, 군악인 대취타 등에 편성되는 금속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에 따라 손에 들고 치거나, 틀에 매달아 앉아서 치고, 엎어 놓고 치기도 한다. 박拍은 당악기의 하나로, 6개의 나뭇조각을 부채살처럼 폈다가 순간적으로‘딱’소리를 내며 접어 올려 음악의 시종始終과 음악 진행의 변화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종묘제례악에는 조선시대의 다양한 사상이 숨어 있다. 조상의 제사를 모신다는 점에서 유교사상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악기편성에서도 음양오행 사상과 삼재사상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재료에 따른 악기 분류법인 8음을 음양오행사상의 예로 들 수 있다. 8음의 악기 중 금金, 석石, 토土부는 만물이 응축하는 서방의 악기이고, 포匏, 죽竹, 목木부는 만물이 생성하는 동방의 악기이며, 사絲부는 여름을 상징하며 남쪽을 의미하고, 혁革부는 겨울을 상징하며 북쪽을 의미한다. 삼재사상은 우주와 인간세계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면서 그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하는 천지인天地人을 일컫는다. 등가登歌는 하늘에 응하는 것을 형상한 것이고, 헌가軒架는 북두칠성 자루가 지상을 가리키는 것을 형상하여 천·지를 상징하며, 사람을 상징하는 일무佾舞가 구비되면 천지인의 삼재사상이 갖추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종묘제례악은 오랜 기간 조선왕조와 명운을 같이한 대표적인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에 의해 창조된 악·가·무에 따른 종합적인 예술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묘제례악이 왜 문화적·역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고 중요한 자산인지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글. 유은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 실장) 사진. 문화재청, 정주원, 강운구, 임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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