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신비로움으로 꿈틀대는 천혜의 보고
작성일
2017-05-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767

신비로움으로 꿈틀대는 천혜의 보고 - 천연기념물 제446호 용천동굴화산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그 자리에, 수십만 년 동안 살아 꿈틀댄 상상의 세계가 있다. 해외 동굴 전문가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란 찬사를 받는 ‘용천동굴’. 용암이 거칠게 지나간 곳마다 기이한 형상의 동굴 생성물이 가득하고, 용이 승천했을 법한 천 년의 호수는 동굴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토기와 동물 뼈 등이 대량 발견돼 고고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용천동굴, 그 비밀의 문이 열렸다. 용천동굴 내 천 년의 호수

수 만년 동안 닫혀있던 용천동굴

2005년 5월 제주 월정리 일대에서는 도로 전신주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땅을 깊게 파는 과정에서 전신주가 지하로 쑥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한 대형굴이 발견됐다. 천연동굴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용천동굴이 세상에 첫 모습을 보인 순간이었다.

당시 제주도는 세계적으로 만장굴과 빌레못동굴 등이 알려진 상태였으며, 1995년 발견한 당처물동굴까지 학계에 보고돼 있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신청 준비가 활발한 때였다. 지질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뛰어난 용천동굴의 등장은 세계의 이목을 끌며,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데 힘을 실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세 가지를 말하며, 이중 용암동굴계에는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이 포함되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두터운 모래층으로 입구가 폐쇄되어 있던 용천동굴은 발견 당시 천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를 보존하기 위해 현재 학술조사와 모니터링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으며, 입구를 완전히 밀폐 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단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세계자연유산 제주 홈페이지’ 내 동굴가상체험관에서 용천동굴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제주 내 동굴가상체험관, 3D 스캐닝으로 완성한 용천동굴 영상

01_용천동굴 내 황금빛 생성물 02_용천동굴 조사 현장

예술 같은 생성물과 천 년의 호수

비밀의 문이 열리자, 수십만 년 동안 감춰져 있던 이야기가 시작됐다. 용천동굴의 규모는 주굴, 가지굴, 호수의 길이를 합쳐 약 3.4km에 달하며 폭 14m, 최대 높이 20m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영국 출신 세계적 동굴학자인 크리스 우드는 용천 동굴 탐방 후 “하얀색, 노란색, 붉은색이 어우러진 석회질 생성물이 동굴 절반을 덮고 있다. 긴 호수와 평범하지 않은 내부가 인상적이다”라며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용천동굴 내로 들어가기 위해 사다리로 10m 가량 내려가야 한다. 어둑한 동굴에 도착하면 화려한 용암폭포와 바닥을 따라 이어지는 밧줄 형태의 용암 두루마리가 시선을 끈다.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둥글게 말리면서 만들어진 것이 며 이 외에도 용암단구, 용암선반 등이 발달되어 있다. 용천동굴은 분명한 용암동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는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황금빛 탄산염 생성물들이 가득해 세계의 찬사를 받는 것이다.

바람에 실려 온 바닷모래가 동굴 위에 쌓이고 그 위에 비가 내리면서 생성된 탄산염이 동굴로 스며들면서 종유석을 만들었다. 나무뿌리를 따라 켜켜이 탄산염이 쌓여 수많은 기둥을 이룬 장관은 생명의 또 다른 진화를 보는 듯하다. 나무로 태어나 광물로 변화한 것이니 신비로울 수밖에 없다. 천장 절리면을 따라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종유관이 매달려 있고 수천 년 동안 빗물이 만든 종유석, 동굴 커튼 그리고 꽃처럼 피어난 동굴 팝콘과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을 굴러다니며 생긴 동굴 진주는 그저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용천동굴의 시간은 과거에 멈춰있지 않았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처럼 끊임없이 성장하며 독특하고 신비로운 생성물을 창조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용천동굴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천 년의 호수’ 때문이다. 수심이 8~13m인 호수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바다와 연결되어 있거나 땅에서 동굴 내부로 유입된 물이 고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곳에는 3~4cm 길이의 희귀종, 눈이 먼 흰 물고기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미끈망둥속의 일종인 이 어류는 머리가 유난히 크고 멜라닌 색소가 적어 분홍색으로 투명하다.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높아진 6,000여 년 전, 동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환경에 적응하면서 눈은 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굴의 입구가 차단되면서 생물의 서식조건이 매우 열악해 박쥐조차 볼 수 없는 용천동굴에는 곤봉털띠노래기 등 19종 정도가 살아가고 있다.

03_탄산염 성분으로 피복된 용천동굴 내부 전경 04_용천동굴 바닥의 동굴 진주 05_용천동굴 내 발견된 희귀한 생명체 ‘눈먼 흰 물고기’ 06_탄산염 물질이 결정을 만든 동굴팝콘 07_동굴 내에서 발견된 토기

사람의 흔적, 고고학적 자료

용천동굴의 가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연의 신비로움뿐만 아니라 2009년 고고유물 및 수중 조사 결과 60개 지점에서 깨진 토기편 등이 나와 동굴 내 사람의 흔적을 짐작하게 했다. 통일신라시대 토기 22점을 비롯해 철제 망치 1점, 철기 3점, 멧돼지 뼈 등을 수습했으며, 상형문자로 추축되는 문양도 발견됐다. 이 외에도 전복이나 삿갓조개와 같은 패각, 목재, 숯과 재 등이 조사됐으며 이러한 흔적은 용암동굴계에서는 용천동굴이 유일하다. 무슨 연유로 이곳에 이러한 흔적이 남아 있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수수께끼이다.

 

글‧최은서 사진‧(사)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