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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나누는 혁신 이야기
작성일
2005-09-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914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문화재 의병義兵''과 함께 만들어 가는 혁신성과



우리 역사 속에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수많은 의병義兵이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은 달라도 이들 의병의 모습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자발성’이다.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거나, 강요에 의한 의병이란 있을 수 없다. 목숨을 내 걸고 전장으로 나아가 싸우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자발적인 참여야말로 의병 본연의 모습이자, 존재의 의의인 것이다.
   두 번째는 ‘무대가성’이다. 의병봉기의 이유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논공행상’을 위한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대가없는 그들의 노고와 희생은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이다. 참여 동기의 순수성이야말로 의병을 새삼 고귀한 존재로 만든다.
   세 번째는 ‘민관협력’이다. 전세를 읽고 전략을 세우며, 전술을 구사함에 있어서 관군官軍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애초 관군의 힘만으론 부족할 때, 민民과 관官 각각 소속은 달라도 합세하여 당면한 ‘국난극복’의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되지 않았던가.
   여기 이제 현대판 의병집단들이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봉기하고 있다. 물론 지금이 전시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문화재 분야 만큼은 사정이 좀 다르다. 지난 수 십 년간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활용의 문제 등은 관 주도의 방식으로 좀처럼 풀어가기 쉽지 않은 난제였다. 절대 부족한 예산과 인력, 경직된 조직을 가지고 문화재를 가꾸고, 지킴은 물론 나아가 ‘즐김의 문화’로까지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고심 끝에 손을 뻗었고 자발적 참여로 화답한 많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문화재 의병을 자처하고 나선 ‘문화재지킴이’들이다. 어찌 보면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혁신의 주인공인 셈이다.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은 지난 해 11월부터 문화재청이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정책사업이다. 소중한 문화재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꾸고 지켜나감으로써 문화재 행정의 당면한 한계(인력, 예산, 조직)를 극복하고, 나아가 ‘문화재 애호’의 사회적 분위기를 새롭게 확산시켜 보겠다는 정책의지가 담긴 국민운동인 것이다. 말하자면 멍석은 문화재청이 깔았지만, 국민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자기 주변의 문화재를 하나씩 맡아서,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즐기고, 돌보고, 가꾸자는 운동이다.
   현재 이 운동에는 개인, 가족, 단체 등 다양한 유형별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그 가운데 당해 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와 협의를 거쳐 문화재지킴이로 승인 및 위촉된 건수는 8월 현재 총 1,056건.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이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에도 문화재 분야에 기업의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복지, 또는 환경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분야를 기업의 독립된 사회공헌 활동의 한 영역으로 바라보고 나섰다는 점은 향후 예상되는 사회적 파급력이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전문인력과 전문장비는 물론 관련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까지 ‘문화재 보호 및 보존분야’ 등에 ‘기업사회공헌’ 활동으로 본격 지원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기업 메세나(Mecenat;문화예술지원) 활동으로까지 참여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을 전담하고 있는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과 조용곤, 강경보, 강임산 세 사람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을 감지하고, 기업의 본격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의 특성을 문화재 분야에 접목 시킬 수 있도록’ 특성화 전략을 강구해 왔다. 여기에는 기업의 고유한 정체성을 특성화할 수 있는 전략을 착안하였고,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에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들에 대한 별도의 조사 작업도 병행하게 되었다. 이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동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작업은 문화재청 각 과의 직원들은 물론 참여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각각 실시해 보았다. 그 가운데 아이디어 수집은 공식 회의석상은 물론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이렇게 수집된 ‘특색 있는’ 아이디어는 다시 정리해 이를 구체화시키고, 현실화 시킬 수 있도록 ‘재가공’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조직망들 가운데 문화재 보호 및 보존활동 분야에 쓰일 수 있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참여 기업 측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회사의 첨단 기술과 장비가 문화재 분야에 쓰일 수 있다니 그저 놀랍고 반가울 따름입니다.” 더구나 해당 분야의 기술이 문화재청에서는 예산과 인력의 부족함으로 그간 어려움을 겪어 오던 분야라 그 의미는 더욱 컸다. 하지만 기업의 참여는 단지 문화재 분야에 선진기술의 적용과 도입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참여는 우리 사회에서 문화재 애호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함은 물론,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문화재지킴이 참여 1호 기업인 ‘한화리조트’의 경우, 콘도미니엄과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해당 기업은 ‘국민들의 여가문화’를 이끄는 입장에서 전국 12개 콘도미니엄 사업장 주변의 문화재를 직원과 고객들이 함께 가꾸고 돌보며 즐기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중이다. 또한 골프장 관리기술의 핵심기술인 잔디관리 기술을 능 잔디관리 기술의 과학화를 위해, 융건릉을 시범지역으로 정하여 매월 2차례 이상 잔디관리 활동에 나섰다. 이른바 ‘왕릉지킴이’ 사업은 향후 성과를 체계화하여 전국 13개 능 지구관리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또한 전국의 400여개 지점망을 활용하여 전국 범위에서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전개함은 물론, 각 지점을 문화재 및 문화재 정책의 홍보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로써 서울 중구에 소재한 신한은행 본점 바로 옆 국보 1호 숭례문을 임직원들이 매월 주기적으로 정화활동을 전개함은 물론, 숭례문 개방에 따른 기부 및 지원활동까지도 나서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전국의 주요 민속마을을 비롯한 문화재자료 등 사람이 거주하며 LPG를 사용하는 문화재들을 활동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 LPG 사용자는 도시가스 사용자와는 달리 주기적인 안전점검의 의무가 없는 까닭에 항시 가스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한국가스공사의 전국 8개 권역 조직망을 활용하여 권역별 LPG 사용 문화재 실태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들 문화재에 대해 민속마을을 시작으로 가스안전점검, 노후시설교체, 기타 안전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9월 중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식을 앞두고 있는 포스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철 관련 기업에 걸맞게 철불, 철당간, 동(철)종 등 지정된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 분석은 물론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우선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조사, 분석된 해당 문화재에 대한 향후 부식정도를 전문가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로서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등록문화재 제78호)을 영구보존처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일반 기업의 전문기술도 당해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직접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착안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경우처럼 문화재 분야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하지는 않다.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그래서 특색 있고 흥미로운 일쯤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곧 문화재 분야의 기업 참여형태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정착하게 될 것이다. 이제 ‘기업이 가꾸는’ 문화재를 동시대인들이 함께 감상하고 즐기며, 이를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혁신활동이란 변화를 쫓아가기 보다는 변화를 리드하는 것이며, 현실상황의 끊임없는 변화에 조응하며 늘 스스로를 변화시켜가는 일련의 과정활동이다. 이렇게 볼 때 문화재 분야에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그 변화양상을 예측하면서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지금시기 더 없이 소중한 활동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운동’협약을 앞 둔 기업체는 16개 업체. 아직은 운동의 초창기인 까닭에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하는 상태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체계적인 성과관리 시스템의 정비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 까닭에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은 이제 본격적인 혁신활동의 출발선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혁신의 주인공인 문화재 의병들과 손 맞잡고 본격적인 혁신성과를 일구어 나갈 때인 것이다.

조용곤 / 문화재정책과


※ 의병義兵 : 외적의 침임을 물리치기 위하여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군대, 또는 그 군대의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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