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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 한가위 명절, 종가의 차례
작성일
2005-09-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245



사당차례(한주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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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차례(한주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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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

‘만남’과 ‘모임’, 그리고 ‘놀이판’의 축제

계속되는 농사일에서 간헐적인 생일 구실을 하는 명절은 예로부터 그 계절 아니면 먹기 힘든 시절음식과 새 옷,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와 이웃들이 함께 즐기는 민속놀이가 한데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추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언제나 가윗날 같아라는 말처럼 가을 수확을 앞둔 농심農心의 풍성함, 넉넉함으로 농심의 극치가 되는 명절이다. 정월대보름놀이가 한 해의 풍년과 복을 비는 농경의 예축의례와 관련이 있고, 단오놀이가 씨 뿌리고 심어놓은 농작물의 성장의례라고 한다면 추석은 풍성한 수확에 대한 조상과 신에 대한 감사의례라고 할 수 있다.
   추석에 관한 삼국사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신라 유리왕 때에 7월 16일부터 추석날 까지 왕도王都를 2부로 나누어 길쌈내기를 해서 추석날 그 성과를 심사해서 진 편은 이긴 편에 술과 음식을 내고 “회소회소”하며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서도 추석을 농촌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삼는다고 적고 있어, 추석이 옛날부터 큰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에는 혈연적인 제의[조상제사]를 핵심으로 해서 ‘만남’과 ‘모임’ 그리고 신명나는 ‘놀이판’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추석놀이로는 중서부지방의 소놀이, 중부지방의 거북놀이, 경기 강원 이북지방의 사자놀이, 호남의 강강수월래 등이 있다. 영호남에서는 농악이 성하고, 지방에 따라 각종 씨름대회, 소먹이놀이, 소싸움과 닭싸움 등이 추석 무렵에 놀아져 명절의 분위기를 더한다. 또 이때에는 농악이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치는 가운데 마을마다 남녀노소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한 해의 풍년을 축하하는 마을의 농악 축제판을 벌인다.



가마싸움(국립민속박물관 소장_백동자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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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싸움(국립민속박물관 소장_백동자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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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의 시절음식이나 제사 상차림도 수확의 계절답게 풍성하다. 이때는 햅쌀로 밥을 지으며, 떡도 하고 술을 빚는다. 송편 속에는 햇콩으로 만든 고물이나 참깨, 밤, 대추 등을 넣는다. 햅쌀로 빚은 술을 신도주新稻酒라고 하는데 추석차례나 손님을 청하여 대접할 때도 이 술을 쓴다. 동국세시기에 추석의 시절음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는다. 떡집에서는 햅쌀로 송편을 만들고, 또 무우와 호박을 섞어 시루떡도 만든다. 또 찹쌀가루를 쪄서 반죽하여 떡을 만들고 삶은 검은 팥, 누런 콩의 가루나 깨를 바른다. 이것을 인절미라 한다. 또 찹쌀가루를 쪄서 계란같이 둥근 떡을 만들고 삶은 밥을 꿀에 개어 붙인다. 이것을 율단자栗團子라 한다. 또 토란단자도 있는데 율단자를 만드는 방법과 같다.”

 




   이러한 한가위의 시절음식은 가짓 수도 풍부하려니와 그것이 다 신선하고, 또 풍성한 마음과 좋은 기후가 어울려서 더욱 미각을 돋운다.
   추석 이삼일 전에 조상의 묘를 찾아가서 잔디를 베고 잡초를 제거하는 벌초伐草 풍습이 있고, 호남지방의 ‘올벼심리’와 영남의 ‘풋바심’이라는 풍속도 있다. 이 풍속은 벼가 거의 여물 무렵, 또는 채 여물기 전에도 잘 여문 부분을 골라서 베어다가 조상에게 바치고 집안 식구들이 다 모여서 회식을 하는 것이다. 또한 여름이 다 가도록 농사에 바빴던 일가친척들이 추석 무렵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양편의 중간지점에서 서로 만나보는 ‘반보기’ 풍속도 있었다. 양쪽에서 나온 사람들은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서로 음식을 권하며, 소식을 묻고 하루를 즐기다가 저녁에 각기 집으로 돌아간다. 겨우 한나절 동안만 정을 나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온보기’가 못되고 ‘반보기’라고 하는 것이다.
   최남선은 정월 대보름과 추석을 우리 농촌 본위의 2대 명절이라고 했다. 설은 신년의 매듭이니까 당연히 큰 명절이고, 이 설을 제외하면 사실 우리 농촌 본위로서는 추석과 대보름이 양대 명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설과 추석이 법정공휴일로 되어있고 또 고향과 친지를 찾아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만큼 실질적 2대 명절로 자리잡힌 상황이다.
   팔월 한가위에는 뭐니뭐니해도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이 그 절정이다. 보름달은 초하루와 반대로 달이 완전하게 차오르는 상태로 밝음·광명·젊음 등을 상징한다. 모든 것이 원만구족한 보름달 아래서 이번 팔월 한가위에는 저항과 인고, 질타와 용서가 융합되고 불협화가 협화되는 그런 신나고 흥겹고 멋스런 축제의 한바탕이 되길 천지신명께 빌어본다.

천진기 /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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