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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으로 새긴 꿈, 금박 중요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김덕환
작성일
2008-09-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480



[b]나의 할아버지 이야기[/b]

날이 흐리면 걱정하셨을 것이다. 오늘은 배가 들어오려나. 바람 불고 하늘이 흐리니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다. 때맞춰 중국에서 배가 들어오지 못하면 대례 때 임금께서 입으실 예복은 어찌하나. 할아버지의 걱정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느껴진다. 금실로 짜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금직 예복. 금빛이 내는 우아함과 화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직물을 찾아야 했다. 철종조의 고조할아버지는 궁궐에 물품을 조달하는 일을 하고 계셨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 시절, 임금을 임금답게 할 금빛 나는 임금의 예복을 행사 일에 맞춰 올리기 위해 고조할아버지는 금박을 시작하셨다. 고조할아버지의 금박은 대를 이어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를 거쳐 내게로 전해졌다. 그것은 아주 작은 역사이지만 내 인생에서는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인생에서는 거대한 강물이었고,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의 삶이었다. [b]금 이야기[/b]

금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을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금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할 때, 종교적 믿음을 주고자 할 때, 통치자의 권위를 화려한 품격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금은 언제나 최고의 주제였다. 금으로 자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꿈꾼다는 것이 아닐까. 임금이 금으로 장식한 의복을 입고 세상 앞에 나서면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자가 없었다. 그것은 절대적인 미였고, 종교였고, 최고의 권위였다. 이렇게 귀한 것이었기에 할아버지의 금박 작업이 이루어지던 작업장은 깊고 깊은 궁궐 안이었다. 금박이란 금 덩어리를 종이처럼 얇게 두드려 펴서 직물에 금박을 붙이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나 최고의 아름다움에 꿈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 무늬들은 단순한 무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여러 가지 꿈을 담고 있는 것. 그곳엔 언제나 우리들의 행복한 꿈이 새겨져 있다. [b]금박 이야기[/b]

예전에는 금박지 제작부터 직접 해야 했다. 옻칠 한 종이 위에 금을 올려놓고 몇 날 며칠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얇은 금박지가 금보다 귀한 가녀린 모습을 드러냈다. 금박지로 문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배나무 위에 의복에 어울리는 무늬를 새겨 넣어 금박판을 만든다. 금박판에 새겨지는 무늬는 용이나 봉황, 연꽃, 갖가지 길상문 같은 것이었다. 무늬들은 단순한 무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여러 가지 꿈을 담고 있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금박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각가적인 기질은 필수였다. 금박판이 완성되면 그 위에 풀칠을 하여 직물 위에 찍은 후 금박지를 얹는다. 이후부터가 금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금박지가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주무르거나 손으로 두들겨 직물의 풀이 묻은 부분에 금박지가 잘 붙도록 작업하는 것이다. 그리고 날씨에 따른 풀의 변화를 살피며 건조하기를 기다렸다가 불필요한 금박을 제거한다. 그곳엔 언제나 우리들의 행복한 꿈이 새겨져 있었다. ▶글_ 이지혜 ▶사진_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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