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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경 호산춘 이야기
작성일
2016-05-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442

문경 호산춘 이야기 문경시 산북면 한두리마을에 호산춘을 빚는 집이 있다. 그 집은 문경의 장수 황씨 사정공파 종가집이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종가집 마당에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135호로 지정된 400년이 넘는 탱자나무가 있고, 사당에는 황희 정승이 사용하던 벼루, 갓끈, 문진도 전해오고 있다. 이 집의 종손 황수상 씨는 조선 초기 명재상인 황희 정승의 23대손으로, 황희 정승이 즐겨 마셨던 호산춘(湖山春)을 빚고 있다.

신선이 즐겨 마셨다는 호산춘

문경 호산춘은 1991년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었다. 호산춘은 고택 옆의 살림집에서 빚어지다가, 2014년부터는 산북면 대화리의 현대식 제조장에서 빚어지고 있다. 호산춘 제조 기능은 집안의 여성들이 빚었기에 종택의 며느리인 권숙자 씨에서 송일지 씨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대식 제조시설을 갖추게 되고 물리적인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서 남자들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종손인 황수상 씨가 빚고 있다. 용기나 설비는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제조법은 집안에서 전해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봄에 마시는 춘주(春酒)는 중국 당나라 때에도 존재했던 술의 명칭이다. 여름 술이나 가을 술은 딱히 이름을 얻지 못했는데 봄 술이 이름을 얻은 것은 그 맛이 좋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술은 온도가 낮은 겨울에 빚는 게 안정되고 맛있다. 춘주는 제법도 특별하여 통상 세 번 덧 담근 술을 이른다. 단번에 술을 빚지 않고, 빚은 술에 술밥을 시간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 더 넣는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맛도 깊다.

홍만종(1643~1725)이 쓴 『산림경제』에도 호산춘(壺山春)이 전해온다. 그 호산춘은 전라북도 여산 지방에 위치한 천호산의 별칭 호산(壺山)에서 이름을 얻었다. 현재 여산 지방에 호산춘 보존회가 있고, 복원 작업을 시도하면서 천향 호산춘이 제품화되었다. 하지만 천향 호산춘은 문헌에 전해오는 그대로 복원된 상태는 아니다. 문경 호산춘은 여산 호산춘과 계보를 달리하고 이름도 다르다. 문경 호산춘(湖山春)은 물가 호(湖)자를 쓰고 여산은 호리병 호(壺)자를 쓴다. 문경 호산춘은 본래는 호산춘(壺山春)이라고 불러 왔는데, 1991년에 문화재 등록을 할 때, 여산의 호산춘과 구분 짓기 위해서 호(湖)자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호산춘은 신선들이 탐할 만한 술이라 해서 호선주(好仙酒)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상주 목사는 이 집에 놀러 와서 호산춘에 취해 잠들었다가, 밤에 요강을 들이켰다는 얘기도 집안에 전해온다. 서울에서 내려온 황 씨 아버지 친구들은, 떠난다고 인사하고 길을 가다가 술맛을 못 잊어 되돌아와 술단지를 비우고 돌아갔을 정도다.

집안에서 호산춘을 빚을 때면 한 번에 한 재 정도씩 빚었다고 한다. 한 재는 밑술에 쌀 8되, 덧술에 쌀 16되 들어가는 분량이다. 물은 쌀의 분량과 똑같이 넣는다. 누룩은 밑술 할 때 고봉으로 2되, 덧술 할 때도 고봉으로 2되가 들어간다. 밑술 할 때는 멥쌀로 백설기를 찌고, 덧술 할 때는 찹쌀로 고두밥을 찐다. 호산춘에는 솔잎이 들어가는데, 백설기를 할 때 넣어서 찐다. 술밥 속의 솔잎은 여과포와 술지게미 사이에서 완충지대를 형성해, 여과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밑술이 완성되는 데는 7일에서 10일이 걸리고, 덧술이 완성될 때는 20일이 걸린다. 1차 여과는 자루에 넣고 눌러서 3일이 걸리고, 2차 여과는 공기압력을 넣어서 필터로 한다. 그리고 술을 30일에서 60일 동안 숙성시킨 뒤에 병에 담아 내놓는다.

종손에게 호산춘에 어울리는 안주를 물어보니 육회와 문어를 꼽았다. 술을 빚어 물을 거의 타지 않고 원주에 가깝게 내어 알코올 도수 16도로 독하고 진한 술이다. 그 맛은 달콤하면서도 묵직하고 구수한 뒷맛이 돈다. 호산춘 한 잔에서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열기가 올라온다.

Tip. 호산춘 & 문어 카르파초

황희 정승이 즐겨 마시던 술로 널리 알려진 호산춘. 호산춘과 어울리는 안주는 바로 문어로 조리한 음식이다. 쫄깃한 식감으로 혀를 춤추게 만드는 문어는 대표적인 보양식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타우린이 풍부해 원기를 돋우고, 고단백 식품이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오이, 삶은 콩, 바질 등을 넣고 레몬즙으로 간을 한 문어 카르파초를 만들어 보자. 호산춘에 상큼한 향의 카르파초를 곁들이면 그 맛이 배가 된다.

글‧허시명(술평론가)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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