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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식의 미래, 세계화에서 길을 찾다
작성일
2014-11-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8976

한식의 미래, 세계화에서 길을 찾다
우리 한식은 건강식, 자연식의 대표적인 이름이 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굴지의 언론사는 물론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한식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때에 한식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가 및 상품 관련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한식의 세계화와 현대화의 측면에서 여러 과제들을 생각해본다.
01. 한상 가득 차려진 한식의 모습. 다양한 재료가 한데 만나는 조화로운 음식이다. ⓒ해외문화홍보원

필자가 덴마크에서 대학원 수업을 받을 때 덴마크인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면 건강식(health food)을 먹는 날이라며 만사를 제쳐놓고 모이곤 했다. 그들은 흰쌀밥에 불고기, 잡채, 김, 김치, 찌개를 앞에 놓고 오랜만에 보는 건강식이라며 흡족해 했다. 특히 그들이 생전 먹어보지 못한 말린 바다풀(김)의 독특한 감칠맛과 밥상 위에서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투박한 토기속의 된장찌개는 빵·햄·치즈·삶은 감자에 고기 덩어리와 브라운소스에 익숙한 덴마크인들에게 실로 오감을 자극하는 별식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식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우리 집 밥상은 세계 최고의 음식문화를 경험하는 자리가 된다.

02. 한식은 재료와 정성에 재미를 더해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음식문화이다. ⓒ해외문화홍보원 
03. 외국인에게 한식은 맛있고 특별한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통인시장에서 한식 도시락을 고른 후 들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문화홍보원

한식의 본류와 한민족의 음식문화

일본 큐슈 북단에 있는 후쿠이 동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1만 2천 년 전의 토기가 발견됐다. 이것은 중국이나 유럽에서 발견된 토기보다 4~5천 년 정도 앞선 것으로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한반도 남해안과 큐슈 북단이 원시토기문화의 발상지라는 가설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기원전 8천 년에 사용했던 토기유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기원전 6천 년경에 한반도 전역에서 사용됐던 조개무지와 원시토기들이 발견되고 있다.

토기의 발명은 인류 최초로 물을 담아 끓이는 용기를 개발한 것이다. 대한해협 연안에서 원시 토기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은 이 지역에 살던 어로채집인들이 끓임(boiling) 조리법을 시작했고 젖은 음식을 용기에 담아두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발효현상을 처음으로 터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의 유목민족들이 발전시킨 구이(roasting) 문화에 대비되는 동양의 끓임문화가 대한해협 연안지역의 원시토기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발달한 끓임 문화와 발효기술은 그 시대 사람들의 식품 저장기술과 식품위생 상태를 크게 개선했을 것이며 남만주와 한반도에 살던 동이족(東夷族)들이 콩을 식용으로 사용하면서 영양상태가 크게 호전되어 기골이 장대하고 인구가 늘어 이른 시기에 동북아의 엘리트 그룹으로 성장하였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여러 고전들이 동이족(큰 활을 메고 다니는 민족)을 우수한 문화민족으로 그들보다 앞서 군림했던 민족으로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동아시아인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한식에 깊이 매료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04. 삶음과 날것을 조화시킨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일본의 음식 문화 ⓒ이미지투데이 
05. 삶음과 기름에 볶는 조리법이 많은 중국의 음식 문화 ⓒ이미지투데이

역사성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고급화 전략

음식문화의 세계화는 맛과 멋을 수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간장, 된장 발효기술을 중국과 일본에 전파해 동북아시아의 두장(豆醬) 문화를 열었으며 동아시아 음식 맛의 뿌리를 만들었다. 해변에서 토기에 바닷물을 넣고 찌개를 끓이면서 이른 시기에 소금 제조기술을 개발했고, 젓갈 제조기술을 발전시켜 동남아에 전파함으로써 동남아 어장(魚醬) 문화의 태동에 기여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한식을 세계화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21세기에 한식이 다시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맛에 과학기술이 접목되어 실용성과 시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한류가 가져온 멋과 인기에 더하여 맛(기호성)과 저장성, 편이성, 안전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미국의 맥도날드가 전 세계의 외식시장을 공략한 것처럼 국내에서 성공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이미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에 우리 토종 외식 체인점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 나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과 학계의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

한식이 중화요리나 일식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으려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정책이 있어야 한다. 지난 5~6년간 정부 주도의 한식 세계화사업으로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많은 진전을 보았다. 그러나 일본이 ‘사시미와 스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한 것을 보면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중국은 삶거나 기름에 볶는 조리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일본은 삶음과 날것(회)을 조화하는 기술이 돋보인다. 우리는 삶음 문화의 발상지로서 두 지역의 특징을 모두 포용하면서 삶음과 데침(blanching)을 중시하고 있다. 비빔밥과 나물, 삼계탕, 곰탕과 같은 탕류, 북방의 육식문화와 한반도의 장류 발효문화가 결합해 만들어낸 불고기, 어로채집문화의 산물인 김밥, 한국에만 있는 냉면 등 한식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대표메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그 역사성을 부각시키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 한식을 손맛과 정성이 깃들어야 하는 슬로우 푸드(Slow Food)라고 하는 고급화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식품산업이 첨병이 되어야

한식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이 한식 세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식의 시장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에 따라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식의 핵심가치(맛, 건강)를 지키면서 형태나 형식을 그 나라에 맞게 적절히 변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퓨전음식이 점차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음식문화는 외래문화와 접촉하면서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므로 오늘의 퓨전음식이 내일의 한식이 되는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에 가장 앞서 나가야 하는 첨병은 역시 식품산업이다. 특히 발효식품산업은 우리의 맛을 외국에 알리는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다. 식품산업은 외국에 있는 한식 레스토랑의 재료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식품산업의 발전 없이 세계화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묶여있던 대기업의 전통식품 제조가 2000년대 초에 풀리면서 집중적인 연구투자가 이루어져 전통 장류와 김치 등 우리 고유의 맛을 지닌 식품들이 세계시장에 크게 진출할 수 있었다. 최근 이들 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묶였지만 세계화를 위해서 조속히 풀려야할 일이다.

06.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접목된 한식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가장 적합한 문화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사진은 경남 산청군을 찾아 다도체험을 하는 외국인의 모습이다. ⓒ해외문화홍보원

한식의 미래가 보인다

한식의 기원은 대한해협 연안의 원시토기문화에서 형성된 삶음문화와 발효문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음식문화는 한반도와 남만주에 거주한 동이족들의 고대 선진문화를 이끌었으며 동아시아의 맛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스며들게 되어 있다.

전통식품을 산업화한 국내 식품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게 되었고 세계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고 있다. 한국산 장류, 김치, 라면, 즉석밥, 즉석김이 외국 시장에서 고급 제품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한국산 조미료, 소스류가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에까지 진출해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식은 이제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정부와 학계, 기업이 혼연 일치가 되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

 

글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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