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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공동체의 화합과 신명을 담다 ‘농악’
작성일
2014-11-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643

공동체의 화합과 신명을 담다 ‘농악’
농악은 용어 자체에 ‘농사 음악’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농사를 기반으로 했던 한국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기능과 목적으로 연행되어온 전통문화이다. 또 전국적으로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지역,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농악을 일컫는 말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01. 일제강점기 때로 추정되는 옛 농악의 모습(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지정번호 :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
소재지 : 경남 사천시, 경기도 평택시, 전북 익산시, 강원도 강릉시, 전북 임실군, 전남 구례군
지정일 : 1966년 6월 29일, 1985년 12월 1일, 1988년 8월 1일, 2010년 10월 21일

정월에 마을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농악은 당산굿·당굿·매구·매귀·매굿이라 부르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액막이와 축원을 하는 농악은 지신밟기나 마당밟이, 농사를 지을 때 하던 농악은 풍장굿이나 호미씻이라 한다. 공동체의 기금 마련을 위한 연주는 걸궁이나 걸립이라 부르는데, 다리를 만들기 위한 걸립이면 다리걸립, 절을 위해 걸립하는 경우는 절걸립이나 절굿 등으로 부른다. 또 지역에 따라 군대음악의 영향이 있는 지역은 금고나 군고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농악(農樂)이라는 한자 용어는 기록에 자주 등장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농락’이나 ‘농악’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능적, 지역적 특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농악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6개의 농악은 각기 기능과 지역의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농악의 문화권은 웃다리, 영동, 영남, 호남좌도, 호남우도로 나누는 것이 보통인데, 중요무형문화재 지정팀에서 호남 좌도에 2개의 농악과 나머지 지역의 1개씩을 선정해 지금 6대 농악이 지정되어 있다. 기능적 다양성으로 보면 평택농악과 삼천포농악, 이리농악, 필봉농악 등이 판굿 위주의 전문연희패 굿이 주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강릉농악은 농사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판굿이며, 구례잔수농악은 마을굿인 당산제만굿과 마당밟이,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고형의 판굿 중심으로 연행된다.

각 지역 농악의 기능적 특성으로 인해 내용도 크게 달라진다. 전문연희패의 공연용 판굿은 화려한 볼거리와 연주를 강조한다. 평택농악에서는 무동타기를 하는데, 한 사람의 밑무동이 4명을 어깨위에 올리는 5무동을 선보이는 등 마을농악에서 볼 수 없는 기예가 등장한다. 또 평택농악과 삼천포농악, 이리농악, 필봉농악은 소고연주자들이 채상을 집단으로 돌리면서 연풍대를 도는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고, 12발 상모를 돌려 상모놀음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필봉농악에서는 부들상모를 멋스럽게 노는 것에 비해 이리농악은 설장구를 섬세하게 연주하면서 춤을 추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역적 특성이 보다 강한 농악으로는 강릉과 구례잔수농악을 들 수 있다. 강릉농악에서는 1년의 농사과정을 모의하는 농사풀이가 주축을 이루며, 강릉 지역의 투박하고 독특한 춤사위가 있다. 구례잔수농악에서는 찌지깽이나 도리뱅뱅과 같이 토속적인 장단들과 고형의 가락들이 전승되며, 제의성이 강한 구조가 잘 살아 있다.

02. 이리농악의 설장고 ⓒ문화재청

다양하고 섬세한 가락,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우리 농악

농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음악과 춤이다. 농악으로 연주하는 장단은 숫자와 채(마치)를 합하여 삼채, 외마치와 같이 명명하기도 하고 어디에서 연주하는 지에 따라 샘굿, 마당굿, 정재굿과 같이 부르기도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박자구조는 3소박 4박자로 ♩.+♩.+♩.+♩.(3+3+3+3)의 형태이다.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장단을 길굿이라 하는데, 전국의 길굿에는 ♩+♩.+♩.+♩(2+3+3+2)의 구조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박이 불균등하게 나뉘어지므로 서양음악의 행진음악과 전혀 다르다. 불균등한 길이에 맞추어 행진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겠지만, 이러한 장단에 맞추어 행진하면 춤을 추면서 걷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농악의 춤은 개인적으로 추는 춤과 단체로 진을 짜서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층위를 나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추는 춤에는 상모를 이용한 상모춤과 악기 연주를 하는 손을 대신하여 발을 이용한 춤사위가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소고나 법고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연주보다는 춤에 더 집중한다. 단체로 추는 춤은 원형과 원의 변형태가 많지만 근래에는 ‘ㄷ’, ‘ㅁ’, ‘+’ 형의 다양한 형태가 추가되고 있다.

타악기를 합주형태로 연주하며 행진하는 사례는 세계의 여러 민족들에게서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의 농악처럼 다양하고 섬세한 가락을 연주하고, 다양한 상모놀음과 진짜기를 병행하며, 여러 가지 기능과 목적으로 연행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인접한 중국과 일본의 타악 합주가 매우 단순한 가락을 반복하는 것에 비하여 한국은 매우 섬세한 연주 기법을 갖고 있으며 복잡하고 독특한 구조를 가진 장단을 연주하고 있다. 또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려한 춤과 다양한 진법을 동시에 연행하는 등 다른 민족의 문화에서 찾기 어려운 고유한 독자성이 있다.

 

글 김혜정(경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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