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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신묘함으로 가득한 바둑판에 펼쳐진 하나의 세상 ‘기원’
작성일
2014-11-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312

신묘함으로 가득한 바둑판에 펼쳐진 하나의 세상 ‘기원’
바둑은 참 신기하다. 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상과 교훈, 인간사의 지혜가 네모난 틀 안에 담겨 있다. 한때 여러 천재적인 바둑기사들을 통해 바둑붐이 일었지만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 사실. 그런데 최근에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관심을 끌며 대중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둑이 지닌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한국기원 압구정지원 장시영 원장에게서 수천 년 바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기원 압구정지원 장시영 원장

바둑은 4천 년 동양정신의 정화(精華)다. 이 한 마디로 족하다. 주역과 음행오행을 담고 있으면서 양자역학과 컴퓨터를 구동하고 있으니 더 이를 나위가 없다. 바둑은 천 개의 얼굴을 지녔다. 도(道)요, 철학이자 오락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스포츠라고도 한다.

바둑기원은 바둑의 역사를 잇는 ‘바둑 대중’의 현장이자 일선이다. 사실 초창기에는 이미지가 밝지 않았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화로 우리나라 현대 바둑이 발아하던 무렵 조남철(1923~2006) 선생을 두고 사람들은 “노름꾼 대장이 지나간다”면서 수군거렸다고 한다. 요즘이야 웃고 넘어갈 일이다. 근래에는 바둑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선구자 조남철 선생을 비롯해 조치훈·조훈현·이창호·이세돌 같은 불세출의 바둑 천재들 덕분이다. 세칭 1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다는 그런 천재들이 동시대에 줄을 이었으니 우리 바둑의 홍복이다.

바둑이 놓여진 바둑판

인간 철학과 우주의 이치가 담겨있는 바둑

이들이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바둑을 만개시켰다면, 오페라의 오케스트라처럼 무대 아래에서 토양을 가꾸어 온 사람도 있다. 한국기원 압구정지원의 장시영 원장이 그중 한 사람이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6살부터 바둑을 시작해 다소 늦었다고는 해도, 같은 동향인 이창호 기사를 가르쳤던 사람이다.

“사실 바둑은 배우기가 쉽지만은 않지요. 아마도 여가생활 중에서는 난이도가 높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 번 배우면 꾸준히 즐길 수 있고 두뇌활동에 도움을 주니 두면 둘수록 건강에 좋아지지요.”

그의 말에 따르면 바둑에는 자유와 평등, 조화의 세상 섭리가 담겨 있는 철학의 결정체라고 한다. 지금 유리한 국면이라도 나중에는 불리함에 처해지기도 하고, 지고 있다가도 종반부에 이르러서 역전도 가능하므로 마치 사람 사는 인생곡절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란 뜻을 아느냐' 묻는 장 원장, 이 신선놀음이 바로 바둑이랍니다. 삼라만상의 모든 모습이 바둑판 속에 들어있는 거죠.

바둑은 가로세로 각각 19줄이 그어진 바둑판에 361개의 교차점에 흑돌과 백돌을 두면서 상대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 이기는 간단한 원리로 진행되지만, 교차점에 돌을 놓는 경우의 수에 상대의 돌을 덜어내고 채우는 과정에서 종잡을 수 없는 또 다른 경우의 수가 생겨 복잡성이 더해진다.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란 뜻을 아느냐”고 묻는 장 원장. “이 신선놀음이 바로 바둑이랍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모든 모습이 바둑판 속에 들어있는 거죠.”

최근에 바둑을 소재로 영화와 드라마, 만화 등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 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바둑기사와 애호가들이 찾는 기원들은 유지가 어려운 형편이다. 국내 아마바둑 최고수들이 찾는다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압구정지원도 대부분의 고객은 50대 이상이다. 기료(기원 이용료)는 8천 원, 얼마 전 1만 원에서 인하했다고 한다. 다른 기원은 5천 원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평일에는 30여 명, 주말에는 50여 명 정도 꾸준히 찾아옵니다. 거의 십수 년 찾아온 분들이죠. 앞으로 바둑이 더욱 대중과 친숙해지고 고급 여가문화로 많이 알려지게 된다면 다시금 한국바둑의 중흥기가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둑하는 사람은 늘 바둑을 두고 있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놓은 백돌과 상대의 흑돌을 바라보는 장 원장. 마음 속 품은 여러 생각을 한데 모아 내려놓는 듯, 그의 손에서 천천히 백돌 하나가 내려앉는다.

바둑을 두는 모습

 

글 이광구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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