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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출세와 벽사의 의미를 담은 ‘원숭이 그림’
작성일
2016-04-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7303

출세와 벽사의 의미를 담은 ‘원숭이 그림’ 우리 선조들은 원숭이(申, 잔나비)를 부(富), 명예(名譽) 등을 얻을 수 있는 출세(出世)와 잡귀(雜鬼)나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상징물로 여겼다. 그래서 각종 그림과 조각을 비롯한 공예, 문방구, 탈춤, 설화, 풍속, 종교 등의 예술품이나 생활용품 그리고 풍속이나 종교의 의례용품에 자주 원숭이를 등장시켰다.

높은 관직 제후를 상징한 ‘원숭이’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존재인 원숭이는 외모가 사람과 가장 유사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동물이다. 특히나 원숭이는 생태와 습성에 있어서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행동이 날쌔고 빠르며 모방과 흉내를 잘 내는 만능 재주꾼이고, 또한 꾀가 많고 뛰어난 지혜를 지녔기 때문에 출세의 의미와 연관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후(猴)의 음과 획이 제후(諸侯)를 뜻하는 후(侯) 자와 비슷해 출세, 급제, 관직 등의 상징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높은 관직을 뜻하는 ‘제후’를 얻게 되면 당연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의미 때문에 선비들의 문방사우에는 원숭이가 자주 등장했다. 인장이나 벼루, 연적 등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원숭이는 아이를 안고 있기도 하고, 포도나무에 매달려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기도 하다.

조선 시대 과거를 앞둔 선비들은 원숭이 그림을 특히 좋아했으며 사랑방에 걸어 놓고 장원 급제를 기원하였다. 선비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도 ‘원숭이 그림’이었다.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는 소나무 밑 바위에 앉은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꺾어 두 마리의 게를 꾀는 그림이다. 원숭이가 솔가지를 들고 게를 잡는 모습은 더욱 높은 출세, 벼슬의 기원을 담고 있다. 갑각류인 게의 ‘갑’이 다름 아닌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나타내는 ‘갑(甲)’자와 소리가 같기 때문에 원숭이와 함께 그려 넣어 더욱 높은 관직을 기원하였던 뜻을 담은 것이다. 솔가지를 꺾어 낚시질을 하듯 게를 잡는 원숭이의 모습은 영민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여백을 통해 원숭이의 행위를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고 있다. 또한, 출세를 기원하는 그림의 특징 중 하나인 세로 형식의 구도를 통해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이르는 승진의 의미를 품고 있다.

벽사와 길상, 풍요의 ‘원숭이’

출세 외에도 원숭이를 벽사의 상징물로 믿게 된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일단 원숭이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중국 고전 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를 들춰볼 필요가 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을 통해 원숭이는 변화와 신통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 온갖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동물로 여겼다. 또한 원숭이는 시(時)·공간상(空間上)의 수호신(守護神)인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중 하나로, 사기(邪氣)나 재앙(災殃)의 침입을 막아주는 수호의 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의 <십이지신 그림> 중, 원숭이 그림은 잡귀·잡신을 물리치기 위해 손에 무기를 들고, 얼굴은 비장한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몸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옷이나 목도리, 그리고 몸을 휘어 감고 있는 긴천을 오방색으로 화려하게 색칠하여 사기나 재앙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더욱 강한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있다.

<십이지신 그림(12폭 중 1폭)> ©통도사 성보박물관 <쌍원취과도> <권원취도도> ©경기대학교 박물관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후(猴)의 음과 획이 제후(諸侯)를 뜻하는 후(侯)자와 비슷해 출세, 급제, 관직 등의 상징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높은 관직을 뜻하는 ‘제후’를 얻게 되면 당연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밖에도 원숭이를 우리 생활 곳곳에 길상(吉祥)의 소재로 사용한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숭이는 부부지간(夫婦之間)의 섬세한 사랑과 모자지간(母子之間)의 지극한 정(情)을 비롯한 장수, 건강, 다산, 사교, 화합 등 정말 다양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경기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쌍원취과도>는 원숭이 가족이 석류를 긴 막대로 따고 있는 장면을 아주 흥미롭게 묘사해 놓고 있는데, 석류는 그 열매 안에 보석 같은 많은 씨앗이 소복이 담겨져 있어 ‘아이를 많이 낳다’는 뜻으로 ‘다자’를 나타낸다고 여겼으며 동시에 석류의 붉은 꽃은 잡귀를 물리친다고 여겼다. 그만큼 이 그림에는 부귀나 다산(多産)에 대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또한 원숭이가 포도 알을 따먹거나 포도나무 가지 사이로 다니는 장면은 풍요(豊饒)와 부귀(富貴), 그리고 다산을 상징한다. 포도 외에도 원숭이 가족끼리 손을 잡는 모습도 다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권원취도도>처럼 상상의 과일 천도복숭아를 손에 들고 있거나 먹고 있는 모습의 그림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장수하고 싶은 소망을 나타낸 것이다. 천도복숭아는 3,000년 걸려 맺은 열매이고, 그 열매가 익는데 다시 300년이 걸리는 과실이기에 장수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숭이가 천도를 쥐거나 먹는 것은 장수와 의미가 연결된다. 원숭이가 동작이 빠르고 영리하며 재주꾼이라 하늘의 귀한 천도복숭아까지도 능히 따서 먹을 수 있을 거라는 발상에서였던 것 같다. 연초에 노부모를 위해 이러한 그림을 선물함으로써 축수를 기원하고는 했다.

그 외에도 신라 시대 토우에서도 원숭이가 등장한다. 얼굴과 몸체가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원숭이 토우는 길상의 상징물로 여겨졌으며 가야금을 타는 원숭이 토우에서는 재주꾼의 모습이 엿보인다.

끝으로 우리 선조들에게 원숭이는 자기 잔재주와 잔꾀만 믿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비유되는 부정적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확인했듯이 대부분 신성하고 상서로운 영물로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전통 예술품과 생활용품 그리고 종교 의례용품에서 다양한 상징성을 나타내며 비장하거나 재미있게 묘사되었다. 그런 까닭에 ‘원숭이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다른 어떤 전통 회화보다도 재미있고 계속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며 풍부한 에너지를 전달받게 된다. 올해가 원숭이 해인 만큼, 우리 모두가 원숭이의 좋은 기운을 받아 건강하고 높게 비상하면 좋겠다.

 

글‧김용권(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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