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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문화재 보기
작성일
2006-04-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495



최근 영화 <왕의 남자>의 바람을 타고 ‘남사당 놀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남사당 놀이는 조선후기 유랑예인 집단인 남사당패들에 의해 전승되어온 놀이로 영화 속에서는 장생과 그의 무리들이 이를 재현하고 있다. 풍물,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의 6마당으로 구성되는 남사당놀이는 무형문화재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1964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첫 마당 ‘풍물’은 꽹과리, 징, 장구, 날라리를 불고 치며 노는 풍물이다. ‘버나’는 대접이나 접시를 돌리는 묘기로 버나잡이와 광대가 주고받는 입담과 소리가 재미를 더한다. ‘살판’은 재주넘는 묘기로 ‘잘하면 살 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뜻에서 불렀다고 하며,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장생과 공길이 한양에 올라와 육갑이 무리와 실력을 겨루던 장면에서 볼 수 있었다. ‘어름’은 줄타기로, 버나와 마찬가지로 광대의 대사와 소리가 더해지며, ‘덧뵈기’는 탈놀음, 맨 마지막 마당은 꼭두각시 놀음인 ‘덜미’가 펼쳐지는데, 지방에 따라서 ‘박첨지 놀음’ 또는 ‘홍동지 놀음’이라고도 하였다. 이 가운데 줄타기는 얼음 위를 걷듯 어렵다는 뜻으로 ‘어름’이라고 했지만 허공 속에 메어진 외줄 위에서 퉁~! 퉁~! 튀고, 쪼르륵‥ 총총‥ 잰걸음으로 달려가면서 노는 모습은 땅위에서 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 보인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부터 공중제비를 넘는 화려한 땅재주에 그들이 풀어놓는 풍자와 해학이 더해진 놀이판에서 오랫동안 저잣거리에서 민초의 사랑으로 시대를 초월해 전승되어온 ‘전통의 힘’이 느껴진다. 장생과 공길의 옷이 한지로 만들었다는군요 사실, 줄타기나 남사당놀이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 혹시 <왕의 남자>에서 한지漢紙는 찾으셨나요?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던 경극 공연장면에 등장했던 옷이 바로 한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장생이 입고 나온 종이옷은 천을 안감으로 삼고 한지를 겉감으로 삼아 여기에 화려한 색을 더해 한지 특유의 질감과 색이 어우러져 독특한 미를 뿜어낸다. 옛사람들은 옷의 보온을 높이기 위해 옷감 사이에 한지를 넣기도 하였으며, 이승을 떠날 때 입는 마지막 옷인 수의를 한지로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끈으로 묶은 틀 위에 발을 놓고, ‘앞물’을 떠서 뒤로 버리고 ‘옆물’을 떠서 옆으로 버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종이의 두께를 조절하는 초지(抄紙-종이를 뜨는 기술)는 우리나라 한지 제작의 핵심을 이룬다. 한지를 제작하는 장인 ‘한지장’은 지난 200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로 지정되었다. 닥나무와 황촉규黃蜀葵를 주재료로 숙련된 기술과 장인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한지는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고, 다시 삶고, 두들기고, 고르게 썩고, 뜨고, 말리는 아흔아홉 번의 손질을 거친 후 마지막 사람이 백 번째로 만진다 하여 옛사람들은 한지를 ‘백지百紙’라 부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한지는 고려시대부터 그 명성이 높아 중국인들도 제일 좋은 종이를 ‘고려지高麗紙’라 불렀고, 송나라 손목孫穆은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고려의 닥종이는 빛이 희고 윤이 나서 사랑스러울 정도라고 극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태종대부터 조지서造紙署를 설치해 원료 조달과 종이의 규격화, 품질 개량을 위해 국가적 관심사로 관리해왔다.

이제 녹수의 처소로 들어가 보자. 녹수의 방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전장식과는 다른 화려한 색상들로 꾸며진 가구들이 눈길을 모으는데, 이것이 바로 화각장이다. 화각華角은 쇠뿔을 종이처럼 얇고 투명하게 만든 판 뒷면에 각양각색의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인데, 화각에 사용되는 뿔은 2~3년생 어린 수소의 뿔을 잘라 끊는 물에 삶아 사용한다. 암소의 뿔은 구부러진 정도가 심하고 젖소의 뿔은 색이 어두워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화각공예는 재료가 귀하고, 만드는 공정이 까다로워 귀족이나 왕실용 목공예품에 주로 이용되었다. 특히, 무늬가 아기자기하고 색상이 화려해 보석함, 경대, 반짇고리 등 여성용 왕실 가구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화각장華角匠은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로 지정되었다. 물론 이밖에도 침선장, 자수장, 대목장 등등 많은 무형문화재들을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무형문화재는 석굴암이나 달항아리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유형문화재와는 달리 솜씨와 기술, 몸짓, 소리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름 그대로 형체가 없는 문화재, 숨어 있는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들을 이제는 퉁~! 퉁~!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모습으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현희 / 무형문화재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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