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세시풍속으로 엿보는 문화유산 - 정월대보름
작성일
2006-02-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084



우리의 정월대보름은 새해에 들어와 맞는 큰 민속명절로서 설날보다 민속놀이나 행사들이 더 많은 즐거운 명절이었다. 그리고 이날의 흥취와 아름다운 추억은 사람들 누구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으면서도 새해 농사일에 더욱 힘을 내도록 고무해 주었다고 한다. 음력 정월 보름날. 새해에 들어와 처음으로 보름달이 세상의 어두운 부분마저 환히 비추어주는 날이기도 하다. 한자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하는데, 우리 세시풍속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서 설날만큼 중요한 날이다. 보통 1월 1일이 시작하는 날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하는 사회에서는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이 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율력서律曆書에 의하면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면에서 보면, 그것은 달-여신-대지의 음성원리 또는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하였던 것이라 하겠다. 비록 자연계절에 차이가 있을 수가 있어 태양력에 의한 24절기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세시풍속에서는 여전히 달의 비중은 결정적이고 대보름달은 상징적인 부분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다양한 제의祭儀와 점세占歲, 그리고 놀이의 향연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다양한 제의와 점세, 그리고 놀이가 행해진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농촌에서는 마을 공동 제의로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동제洞祭를 지냈다. 집집마다 각자 성의껏 경비를 각출하여 제비를 마련하고, 정결한 사람으로 제관을 선출하여 풍요로운 생산과 마을의 평안을 축원하는 것이 바로 동제인 것이다. 경북 안동군 도산 부인당제 • 마령동별신제, 전남 보성군 벌교갯제, 강원도 삼척군 원덕 남근제 등이 있다. 점세적 농경의례로서는 풍요다산을 기원하면서 암줄과 숫줄을 만들어 암줄이 승리해야 풍년이 된다는 ‘줄다리기’가 있으며, ‘지신밟기’는 정초부터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농악대가 집집마다 돌며 흥겹게 놀고 축원도 해주는 풍속이 있는데, 집안의 지신地神을 밟아 위로하는 민속놀이이다. 마을의 청장년들이 모여 꽹과리, 징, 장구, 북과 사대부 • 포수 등 다양한 잡색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집안팎에서 고사반을 외며 지신밟기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대문 앞에 가서 “주인 주인 문여소. 나그네 손님 들어가오”하고는 집안 곳곳을 다니며 지신밟기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신이 흡족해 하면서 주인의 건강, 부 등 제화초복除禍招福을 마련해 준다고 한다. 주인은 급히 떡과 과일, 술상을 차리고 지신을 밟아 고맙다는 표시로 곡식이나 돈을 주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 마당 밟기, 매귀埋鬼, 걸립乞粒이라고도 하는데 지금도 상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이 번창한다고 믿어 일부러 청하여 지신밟기를 하기도 한다. 평택농악, 집안의 지신地神을 위로하다

지금도 여러 지방에서 ‘지신밟기’가 행해지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서 평택농악의 지신밟기를 들 수 있다. 평택 농악은 이승만 정권 시절,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해 열리는 농악경연대회에서 사용되어지다가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대표적인 웃다리농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농악은 크게 웃다리농악, 전라우도농악, 전라좌도농악, 영남농악으로 나뉘어진다. 평택농악은 웃다리농악의 중심지로서 넓은 소사벌을 배경으로 자연히 농업이 발달하였다. 오랫동안 행해지던 마을놀이 풍물의 두레패적인 전통은 두레굿과 지신밟기를 통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지역을 순회하면서 풍물과 재주를 보여주던 전문 연희적인 성격은 걸립패와 난장을 통해 그 모습을 보여준 복합된 풍물놀이이다. 현재에는 두레패적인 성격보다 전문연희적인 성격이 강하다. 두레패적인 성격의 풍물은 정초의 지신밟기, 농사철의 두레굿 등이 있으며, 걸립패의 전문적인 연희 풍물에는 장터의 난장굿, 큰 다리나 절의 건축비용을 모금하기 위한 걸립, 마을의 공공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지를 순회하며 놀이와 재주를 보여주는 풍물놀이 등이 있다. 이곳의 풍물은 꽹과리, 북, 징, 장구, 소고, 태평소 등을 중심으로 하여 다른 농악에 비해 가락의 종류는 많지 않으나, 10여 가지의 가락이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변주되며, 풍물의 가락은 대체로 빠르고 역동적이며 경쾌한 특성과 더불어 힘이 있는 속도감, 구르기보다는 맺음이 분명한 겹가락 등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빠르고 힘 있는 가락에 맞추어 진풀이를 하는 판굿이 있는데, 30여 명이 펼치는 판굿마당에서 빠르고 힘 있는 가락에 맞추어 하는 진풀이는 구경꾼들과 함께 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남을 알 수가 있다. 특히 판굿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다양하게 전개되는 무동놀이(어른의 목말을 타고 아이가 춤추는 놀이)는 매우 뛰어나다. 또한 평택농악은 걸립을 주로 했던 전문연희패의 성격상 고사소리, 즉 비나리가 매우 발달되어 있다. 현재 평택농악의 기능보유자인 최은창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나리꾼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신밟기나 걸립을 할 때, 화를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기를 비는 사설이 여러 군데 들어간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별식 ‘상원절식’

정월대보름에 만들어 먹는 별식을 ‘상원절식’이라고 하는데, 정월 열나흗날 저녁에는 장수를 빌며 오곡밥(쌀, 보리, 조, 콩, 기장)이나 약식을 지어 먹고 데우지 않는 술 한 잔을 보름날 아침에 먹는 ‘귀밝이술’, 쌈을 먹으면 부富를 쌈 싸듯이 모을 수 있다는 풍습에서 나왔다는 ‘복쌈’, 보름날 아침에 자기 나이 수대로 잣이나 호두, 밤, 은행 등을 깨물어 먹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부럼’ 등 새해소망을 정월대보름을 통해서 나타나고자 하였다. 한편 아침 식사 후 소에게 오곡밥과 나물을 주면서 오곡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하였고, 아이들은 ‘액연을 뛰운다’고 하여 연에 ‘액’ 혹은 ‘송액’ 등을 써서 해질 무렵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보내는 액막이를 한다. 정월보름달에 행하는 풍속 중에는 특히 ‘달’에 관련된 풍속이 많은데, 그 중에서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놓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른다. 이와 더불어 쥐불놀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볏가릿대 세우기, 복토 훔치기, 용알 뜨기, 나무그림지점, 달붙이, 닭 울음점 등이 있다.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는 놀이로는 사자놀이, 관원놀음, 들놀음과 오광대 탈놀음, 고싸움, 쇠머리대기, 동채싸움 등이 있다. 주로 북부지방의 농촌에서 농한기에 행하던 사자놀이는 풍농을 기원하는 모의의례로, 거북놀이• 소놀이와 함께 농촌에서 하는 지신밟기의 대표격이다. 주로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하여지는데, 사자모양의 커다란 탈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서 추는 사자무가 중심으로서 집안에 풍물을 울리고 사자를 놀리면 그 집의 잡귀가 물러난다고 하였다. 지방에 따라 사자 외에도 소• 말 등의 형상으로 탈을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또한 고싸움은 줄다리기와 같은 덕복을 지닌 마을의 대농놀이이며, 준비 기간도 길고 또 ‘고’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큰 규모의 민속놀이로서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정월대보름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8대축일의 하나로 중요시 여겼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고 하면서 이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일부의 북유럽에서도 대보름날을 신년 제1일로 삼았던 오랜 역법의 잔존이 남아 이 날을 하나의 축일로 삼고 있다. 옛날의 정월대보름은 새해에 들어와 맞는 큰 민속명절로서 설날보다 민속놀이나 행사들이 더 많은 즐거운 명절이었다. 그리고 이날의 흥취와 아름다운 추억은 사람들 누구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으면서도 새해 농사일에 더욱 힘을 내도록 고무해 주었다고 한다. 보름달은 생명의 순환, 기원, 평화, 자연 조화, 생산활동, 에너지를 상징하고 있다. 새해의 보름달은 그 의미가 더욱 새로울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_ 국립문화재연구소•국립민속박물관 글•구성 _ 편집실 정월대보름과 발렌타인데이 2월 14일은 서양의 몇 개 나라들에서 연인의 날로 알려진 발렌타인데이다. 원래 이 날은 3세기경 로마에서 순교했던 성인聖人 발렌타인을 추모한 날이다. 그런데 일본이 초콜릿과 발렌타인데이를 결부시켜 사랑의 선물로 치장하여 유행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도 발렌타인데이가 무슨 대단한 날인 양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 유인하여 상혼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월대보름은 옛적부터 연인들의 날이라고 하여 처녀들도 공식적으로 외출을 허락받는 날이기도 하였다. 그 날의 외출은‘탑돌이’를 통해 나타내어지는데, 선남선녀들이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는 그런 날이었다. 그 정도가 심해 조선 세조 때에 서울 원각사의 ‘탑돌이’는 풍기가 문란하여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이렇듯 정월대보름은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정월대보름을 연인의 날로 정한다면 나름대로 아름다운 풍속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