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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동백의 낙화와 함께 봄의 중심으로…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작성일
2015-03-0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753

동백의 낙화와 함께 봄의 중심으로…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바람이 한결 가벼워지고 흙이 헐거워지는 3월. 봄이 시작되는 길목이라선지 몸이 한결 가볍다. 마음이 간질간질, 어디론가 나서고 싶은 기분. 내친 김에 겨우내 얼었던 발걸음을 풀고 훌쩍 서천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마량리 동백나무숲. 가장 아름다운 시절, 온 몸으로 낙화하며 봄을 깨우는 동백의 자태를 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바다와 숲, 그 가운데 선명한 핏빛으로 몽우리를 맺는 동백꽃. 눈앞에 바다와 어우러지는 동백나무 숲을 떠올리니 자꾸만 길을 재촉하게 된다.

서해바다를 낀 나지막한 언덕섬

서해바다를 낀 마량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69호)은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정겨운 언덕을 이루고 있다. 가파르지 않은 언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조붓한 돌계단, 그리고 수 령 500여 년 의 동백 숲. 바닷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 덕 동쪽 자락에 80여 그루의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숲이 어서 오라는 듯 찾는 이를 반긴다. 비릿한 바다 내음, 아직은 일러서일까? 동백꽃은 수줍은 꽃 몽우리로 사철 푸른 동백나무에 선명한 붉은 점들을 흩뿌려놓았다. 가슴 깊숙이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돌계단을 오른다.

계단의 끝에는 중층 누각, 동백정과 마량당집이 자 리 잡고 있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 숲을 이 룬 동백꽃, 그 유래는 재미난 전설로 전해진다. 500여 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에 바닷가에 있는 꽃 뭉치를 심어 키우면 마을에 항상 웃음꽃이 피고 번영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것. 그 길로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동백꽃이 있어 이것을 숲 전체에 심어 키웠다는 전설이다. 계시처럼 마을에는 늘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났을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알 수 없으나 매년 음력 정월에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제를 지낸다는 설명을 읽으니 어느 정도는 이루어졌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01.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이어진 조붓한 돌계단, 그리고 언덕 동쪽 자락에 80여 그루의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숲이 어서 오라는 듯 찾는 이를 반긴다.

봄의 중심으로 낙화하는 동백

돌계단의 시작, 무성하게 자란 동백나무가 계단 사이로 서로 맞닿아 터널을 이루고 있다. 가까이 들여다본 동백은 과연 사람의 마음을 빼앗을 만큼 아름답다.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중략)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면서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어느 시 인 이 동백나무를 묘사한 구절이다. 수많은 꽃들 중 왜 하필 동백은 이토록 많은 시인들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을까? 피처럼 붉은 빛깔과 자태가 고와서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툭, 통째로 떨어지는 낙화가 인상 깊어서였을 것이다. 어떤 시인들은 젊은 시절, 가장 아름다운 때에 툭하고 스러져간 수많은 청춘들을 동백에 비유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며 보니 이끼 낀 동백나무 밑둥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는 것 같다. 뒤틀리고 엉키며 살아낸 500여 년의 세월, 사람 의 통찰로는 감히 뭐라 말하지 못할 무게감이다.

02. 가까이 들여다본 동백꽃은 과연 사람의 마음을 빼앗을 만큼 아름답다.

서해바다를 한 눈에

마침내 돌계단의 끝, ‘동백정冬栢亭’이 가지런하게 쓴 현판의 글씨가 보인다. 이 글씨는 1965년 여름 동교 민태식(閔泰植, 1903~1981) 선생이 쓴 글씨라 한다. 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고 써내려간 글씨에서 선생의 성정을 느낄 수 있다. 단숨에 2층 누각에 올라 시원하게 열린 서해바다를 바라본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 바다는 역시 언제 보아도 좋다. 싫증이 날 때까지 둘러본 후 동백나무들 사이 세워진 마량당집을 둘러본다. 바로 여기서 매년 풍어제를 지낸다니 바다를 삶터로 살아온 어민들의 고난과 기원을 살짝 엿보는 기분이다.

03. 마량포구는 서해에서도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빨간 등대와 점점이 서있는 작은 배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04. 서천 끝자락에 위치한 춘장대해수욕장. 이곳은 푸른 해송과 아카시아 숲이 무성해 서해안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힌다.

살아 숨 쉬는 날것의 삶

여행의 백미는 그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라 했던가? 어민들의 삶을 둘러보고 시끌벅적, 삶이 살아 숨 쉬는 수산시장을 들러보기로 한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서해에서도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마량포구. 계절마다 제철 해산물로 넘쳐나는 곳으로 마량포구는 펄떡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이 가득하다. 눈길을 사로잡는 빨간 등대와 점점이 서있는 작은 배들,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이 어민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이제 3월이니 조금 있으면 쭈꾸미 축제도 시작되겠지?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해질 마량포구를 생각하니 괜히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마량진 앞바다는 최초의 성경 전래지로도 유명하다. 1816년 조선서해안 해도 작성을 목적으로 마량진 앞바다에 도착한 영국 군함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과 현감에게 성경을 전달한 것. 마량진 포구 한 귀퉁이에는 성경 최초 전래지 표지석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비를 둘러보고 이번에는 발길을 춘장대해수욕장으로 돌린다.

 

해안을 걸으며 노을을 만나다

넓게 펼쳐진 춘장대해수욕장은 많은 해송과 아카시아로 전국에서도 유명한 해변이다. 수심이 얕아서일까? 작게 부서지는 파도가 찰싹찰싹 정겨운 소리를 낸다.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걷고 있으니 바다 저편으로 붉은 노을이 진다. 해안과 노을을 같이 만나는 철새나그네길, 그 중에서도 1코스로 조성된 붉은 낭만길은 홍원항에서 부사호까지 8km에 걸 쳐 이어진다.

붉은 동백부터 쭈꾸미, 해안을 따라 걸으며 봄을 맞는 기분, 거기에 검붉은 노을이 함께 하니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다. 3월 말 동백꽃, 쭈꾸미 축제에 다시 한 번 들러야지. 그땐 흐드러지게 핀 동백과 살 이 알맞게 오른 쭈꾸미가 오감을 가득 채워 주리라. 봄을 맞을기쁨에 미리 설레며 붉은 노을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글. 신지선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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