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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 고치기로 깨달은 잘못과 실수를 대처하는 지혜로움
작성일
2017-07-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808

집 고치기로 깨달은 잘못과 실수를 대처하는 지혜로움 - 이규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이옥설(理屋說)  이 칼럼은 과거의 인물이 현대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가상칼럼입니다. 김홍도 <기와이기> ⓒ국립중앙박물관

※이규보 고려 중기 대문호인 이규보의 작품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이다. 떠오른 바를 그대로 표출하는 자기표현이 두드러지며 옛사람들의 문체를 그대로 따르지 않은 신선하고 독창적인 글을 선보였다. 그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은 53권으로 구성된 시문집으로 <동명왕편>과 자신의 삶을 적은 <백운거사전> 등이 실려 있다.

작은 잘못이라 해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법이지요.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이 모두 같은 이치입니다. 온 나라가 시끄러웠습니다. 국정 혼란과 허망하게 바닷속으로 떠나보낸 아이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까지 꼬리를 문 난제(難題)들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 아니라 잘못을 제때 바로 잡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좌절감으로 자포자기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스스로 뜯어고칠 수 있을 때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세요. 그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저도 우연한 기회를 통해 알았습니다.

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중략) 그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 지 오래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 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중략)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이옥설 中 -

집을 고치는 일은 인간사와 참으로 닮았습니다. 집에 비가 새기 시작한 것을 오래 내버려 두면 나무가 모두 썩어 못쓰게 될 뿐만 아니라 제때 고치지 않으면 그것을 다시 되돌리는 데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삶 역시 때가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 때 냉철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실패를 맛보는 순간마다 혹시 주변 상황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상황이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도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지요. 무인들이 집권하면서 그때까지 정사를 담당했던 문인들은 대부분 쫓겨나고 심지어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자신이 쓰일 곳이 없다 하여 혹은 할 일이 없다 하여 포기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신동이라 일컬었던 저도, 그런 흐름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방황했습니다. 20대 초반 과거에 급제했지만, 저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환경만 탓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삶을 곰곰이 들여다보자 고칠 것 천지더군요. 나 혼자 고매한 줄 알고 거만하게 세상을 살아온 것이 보였습니다. 더 겸손하기로 했지요. 저의 그런 변화를 두고 후세의 사람들은 지조를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 선택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문호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많은 글을 남길 수 있었지요.

사실 여러분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와 잘못, 실패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들이란 생각이 들겠죠. 그런 작은 일로 속을 끓이며 ‘절망’에 허우적대는 동안 마음의 지붕에는 비가 새며 썩기 시작합니다. 저는 나이 40세가 되어서야 실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고,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찍 이를 깨달았다면 보람되는 일을 더 많이 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공자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잘못이 있으면 바로 고치기를 꺼리지 말 것이다)’라고 하였지요. 실수란 누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바로 고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란 집을 튼튼하고 오래도록 지켜내는 지혜입니다.

 

글‧정병헌(전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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