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역사의 위대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 양동화 문화재청 직영사업단 단장
작성일
2018-03-3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531

 역사의 위대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 양동화 문화재청 직영사업단 단장 고즈넉한 궁궐 앞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머리색이 달라도, 옷차림이 달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를 품는 우리의 고궁. 그 특유의 한적함과 너그러움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문화재만의 기품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늘 단정하게 채비하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그리고 그 뒤에는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남모르게 힘쓰는 이들이 있다. 01. 문화재청 직영사업단은 궁궐과 왕릉의 시설물 보수 및 정비, 관리를 맡고 있다. 02. 양동화 단장의 업무 공간은 조선시대 궁궐과 왕릉이다. 고건물과 시설물을 둘러보며 안전을 점검하고, 보수 상황이 생기면 적기에 시공한다.

지붕 위의 기와, 고궁을 지킨다

깜깜한 새벽, 불빛하나 없는 궁은 칠흑같이 어둡다. 새벽이 되면 더욱, 텅 빈 공간이 쓸쓸해 보이는 궁궐 안. 뭐라도 나올 것만 같은 새벽의 궁궐을 문화재청 직영사업단 직원들이 돌아가며 순찰한다. 그중에서도 직영사업단을 총괄하는 양동화 단장은 손전등 하나 없이 어두운 궐 안을 돌아보곤 한다. 처음가본 이에게는 다소 무서운 공간일 수 있지만, 그에게 텅 빈 궁궐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출근 시간이 이른 편이에요. 관람객이 들어오기 전에 보수에 필요한 장비나 자재, 차량을 미리 옮겨두어야 하니까요. 아무도 없는 궁궐 안에 들어올 때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요. 눈이라도 온 날이면 더욱 그렇죠. 우리나라 궁이라면 산속까지 지리가 훤하기 때문에 새벽에도 손전등 없이 다니고 있어요.”

양동화 단장의 업무 공간은 조선시대 궁궐과 왕릉이다. 고건물과 시설물을 둘러보며 안전을 점검하고, 보수 상황이 생기면 적기에 시공한다.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기에 사전 점검은 매우 중요하다. 더 많이 훼손되기 전에 즉시 고치는 일, 이것이 문화재청 직영사업단의 일이다. 미장일, 목수일, 단청일 등 다양한 종류의 작업이 있지만, 특히 기와를 보수하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 고궁은 모두 목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지붕을 보수하는 일에 특히 더 신경 쓴다. “고궁은 물에 가장 취약해요. 장마철이나 겨울철에 부식되기 쉬운데, 사전에 기와만 잘 보수해도 목재가 부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옛날의 기와는 흙으로 빚어졌다. 사람의 손으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우리의 옛 기와는 스스로 숨을 쉰다고. 비가 오면 물을 머금었다가 해가 나면 머금었던 수분을 밖으로 뱉어내는 식이다. 기와는 암수로 구분하는데, 오목한 것을 암키와, 볼록한 것을 수키와라 부른다. 이 두 기와는 서로 정교하게 이어져 빗물이 건물 내부로 침투하지 않고 처마 끝까지 흐르도록 한다. 서로 짝을 이루어 습기로부터 내부를 지키도록 설계된 것이다. 궁궐을 둘러싼 흙담을 보수하는 일도 많다. 담장의 줄눈 작업이나 담장 위의 기와 보수 역시 허투루 하지 않는다. 흙은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담이 빨아들인 습기가 궁을 상하게 할 수도 있어서다.

 03. 양동화 단장과 직영사업단 직원들이 사직단 담장을 둘러보고 있다. 04. 구기와와 신기와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 기와 보수는 문화재청 직영사업단의 주요 임무이다. 05. 습기로 인해 부식된 사직단 외곽 담장의 서까래 06. 양동화 단장이 보수를 위해 쌓아놓은 기와를 살펴보고 있다.

옛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잇는 일

양동화 단장의 일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한 여름, 뜨거운 열기 때문에 기왓장이 뜨겁게 달아올라도 보수할 일이 생기면 여지없이 지붕에 오른다. 반대로 비가 올 때면 궁궐 내부를 보수하곤 한다. 궁궐 바닥이나 서까래, 기둥 등 내부에도 보수할 곳이 많다. “궁궐을 보수하다 보면 곳곳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요. 참 머리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기계가 있던 것도 아닌데, 마치 기계를 사용한 것처럼 모든 것이 정교하거든요.” 궁궐의 온돌은 지금도 가끔 내부의 수분을 말릴 때 사용한다. 실제 궁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이때 장작이 아닌 숯을 사용하는데, 그러면 온기가 오래갈 뿐만 아니라 연기 때문에 맵지도 않다.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쓴 것을 보면 가희 왕의 공간답다. 궁궐에는 온돌처럼 아직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요즘의 것으로 교체된 것도 많다. 수명을 다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오랜 보존을 위해 새것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 제 기능을 다 했을 지라도 모두 가치 있기 때문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 보수 방식도 옛 방식과 재료를 그대로 따른다. “나무의 경우 미리 주문해 몇 년간 바짝 건조시켜 준비합니다.

자재 창고가 따로 있어서 모든 자재를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요.” 문화재를 보수하며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원형을 지키는 것’이다. 문화재는 한번 보수하면 길게는 20~30년간 보수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후대를 위해 원형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재에도 쌓여가는 세월의 나이

창덕궁은 우리나라 궁궐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궁궐과 왕릉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아있어 모두 애틋하지만, 창덕궁은 더욱 그렇다. “어려서 창덕궁 근처에 살았어요. 친구들과 몰래 담을 넘고 들어와 밤도 주워 먹고, 아카시아 꽃도 따먹고 여기 저기 놀러 다녔죠. 그런 기억 때문에 더욱 친근감이 들어요.” 창덕궁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안락함 때문이다. 평지에 지어진 다른 궁들과 달리 창덕궁은 산자락에 위치해있다.

산에 포근히 안긴 듯 자연의 지세에 따라 건축물이 조성된 덕분인지 도심에서 안으로 들어오면 포근함이 느껴진다. 궁이 산에 지어진 것인지, 산이 궁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할 어울림. 그 아름다움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위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유난스럽지 않은 곳, 그래서 양동화 단장은 이곳을 좋아한다. 처음 문화재 보수 일을 권유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어느덧 그가 문화재와 함께한 지도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문화재를 고치는 일이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일도 재미있고요. 제 손으로 직접 문화재를 보수하고 나면 느끼는 성취감이 큽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그가 나이 들어가듯 이제는 궁궐과 능에도 켜켜이 세월이 쌓이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환경도 변하고 있어, 기존의 방법이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한번 보수해두면 10년씩 가던 것이 1~2년도 안 돼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모두 직영사업단의 몫이다.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보수에 쓰이는 흙이나 석회의 비율을 달리해보기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처럼 세월에 따라 보수 방법을 조금씩 달리하기는 하지만, 자연 그대로 옛 방식을 고수한다는 원칙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물건 하나도 오래되면 닳기 마련인데, 옛 궁궐이나 왕릉은 어떻게 이토록 한결같을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오가고, 때로는 태풍이 오거나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의 문화재는 굳건했기에, 앞으로도 직영사업단이 있는 한 우리의 문화재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궁궐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듯 자신도 임무가 다하는 날까지 문화재를 보수하고 있을 거라는 양동화 단장. 문화재 보수에 평생을 바치고자 마음먹은 한 사람의 삶이 우리의 역사에 나란히 포개지고 있었다.

 

글. 이혜민 사진. 김병구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