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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폐가 들려주는 문화재 스토리 - 테마기획
작성일
2007-04-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576


 hspace=6 src=화폐는 그 나라의 경제를 돌아가게 만드는 산물이나, 화폐 속을 들여다보면 역사와 문학, 미술과 음악 그리고 정치와 과학이 들어있다. 즉, 한 나라 문화의 종합 표현 매체라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또한 화폐는 법적으로 가치가 부여된 돈으로서의 고유한 역할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시각 예술품으로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폐의 경우 그 나라를 상징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지폐의 앞면에 도안되는 소재는 역사를 빛낸 인물들과 그들이 남긴 업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특히 인물을 삽입할 경우 그의 업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 그 인물의 영향력 등 폭넓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선정하며, 뒷면에는 앞면의 인물과 관련된 이미지나 그 나라를 상징하는 동식물, 건축물, 문화 예술, 전통 문양, 풍습, 풍속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신권이 발행되어 그 안에 들어간 소재나 도안에 대해 세인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신권 속에 묘사된 지폐 속의 문화재들을 둘러본다.

고구려의 밤하늘과 만나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 (국보 제228호)

만원권에 새로이 들어간 도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앞면에는 세종대왕의 영정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나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문화재가 뒷면에 도안되어 있다. 기존의 만원권에 들어가 있던 자격루를 대신해 조선의 과학기술을 대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생소한 지도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밤하늘에 새겨진 1,467개의 별자리를 기록한 천문도다. 1394년, 태조가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긴 것을 기념하여 그 이듬해 돌에 새겨 만든 것인데, 중국의 순우 천문도(1247년 제작)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 된 천문도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천문도의 원형이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하단부에는 조선개국공신 권근의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이 천문도 석각본은 오래 전에 평양성에 있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대동강에 빠뜨려 버린지 오래되어 이제는 그 탁본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 전하(태조)께서 나라를 세우신지 얼마 안되어 탁본 하나를 바치는 자가 있어 이를 매우 귀하게 여겨 관상가로 하여금 천문도를 돌에 새기도록 명하였다.”
그렇다면 이 지도는 고구려의 밤하늘일까? 실제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 측정 연대와 관측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치는 고구려의 수도 평양의 위도(약39도)에 가까운 북위 40도의 지역이며 서기 1세기 무렵에 관측된 것이라고 한다. 위의 기록을 통해서 조선 건국의 주도자들은 아마 고구려가 하늘로부터 받았던 천명天命을 조선이 계승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만원권에는 이외에도 혼천의(중요민속자료 제 22-13호)와 보현산 천문대에 설치된 1.8m의 천체망원경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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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지녀야 할 덕목과 상징| 일월오봉도

 hspace=6 src=세종대왕의 영정과 함께 만원권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일월오봉도는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 가면 임금이 앉는 용상 뒤편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다. 궁중에서 기록화를 그릴 때에는 왕의 모습을 직접 그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왕을 직접 그리는 대신 일월오봉도를 그려 왕의 존재를 표시한 것인데, 이유는 그림을 본 누군가가 왕의 용안에 흠집을 내는 일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즉 일월오봉도는 왕의 존재를 대신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그림이다. 그렇다면 일월오봉도는 어떤 그림인가? 이 그림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의 해와 하나의 달, 다섯 개의 봉우리다. 하늘에 해와 달이 동시에 걸려있는 것은 하늘의 원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해와 달은 각각 양과 음을 의미하는데, 음양은 우주를 이루고 지속시키는 두 힘이다. 또한 해와 달은 자강불식自强不息, 즉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군왕의 길을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 개의 봉우리가 가지는 의미 도 이와 비슷하다. 오행五行과 인의예지신仁儀禮智信. 즉, ‘왕이 가져야 할 행동과 덕목’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동, 서, 남, 북과 중앙이라는 다섯 방위를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5대 명산을 나타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 나타난 두 쌍의 소나무는 땅과 하늘을 연결해 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색깔이 붉은 것은 적송으로 소나무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성스럽게 여겼던 나무다. 땅 부분을 보면, 구릉이 계속 이어져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국토를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일월오봉도에는 왕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하늘의 이치를 받들고 인의예지신을 갖추어 부지런히 만백성의 아버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또한 이렇게 좋은 정치를 하면 폭포처럼 생명의 기운이 고루 펴져 온 세상이 풍요로울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계상서원인가?  도산서원인가?| 논란 속의 그림 - 계상정거도

 
 hspace=6 src=당시의 나이로 71세이면, 붓을 들 기력도 없었을 터인데 이 그림에서 보여지는 겸재의 손놀림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빠르게 그려낸 구불구불한 소나무, 늘어진 버드나무의 표현이 가히 조선 최고의 산수화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점을 찍듯이 표현한 미법에 의한 부드러운 산의 모습, 당당해 보이는 바위, 흐르는 물과 연동하듯 리드미컬한 소나무들. 물결에서는 금새라도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50~60대에 그렸던 그의 그림들보다 세밀함은 없으나, 진경산수의 역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 그림은 겸재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그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이 그림에 등장하는 두 채의 작은 건물 때문이다. 애초 한국은행에서 도산서원이라고 발표를 했는데, 이를 두고 세인들의 반박이 거셌다. 도산서원이 아니라 계산서원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산서원 측에서는 물의 흐름이나 지형을 보아 도산서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도산서원이라는 당초 설명을 곧 계산서당이라고 바꿨고, 사실 확인도 없이 도안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도산서원인가?   계산서원인가?
퇴계는 51세에 계산서당을 지었다. 그러나 거듭된 임금의 요청으로 관직에 나갔다 곧 사임하고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50~70세까지 무려 29번에 걸쳐 관직을 내렸는데 서울로 향하던 그의 품에는 항상 사직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처럼 바쁘게 서울과 안동을 왕래하던 와중에 계산서당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워낙 단촐한 곳이라 늘 비좁아 새로 공부할 서당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곳이 바로 인근의 도산서당이었다. 퇴계가 도산서원을 만든 것은 그의 나이 60세 때였다. 그림 제작 연대는 이보다 두 해 전으로 전해지는데 그렇다면 계산서당이라는 설에 더 무게감이 실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도선서원측과 한국은행측의 의견이 서로 다르니 어느 쪽이 맞는 지 맞장구를 치려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 이다.

글ㆍ남정우 / 사진ㆍ장명확
사진 제공ㆍ고려대학교 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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