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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판소리의 눈대목
작성일
2016-03-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922

소리의 숨결이 깃들다. 판소리의 눈대목 판소리 용어 중에는 ‘눈대목’ 또는 줄여서 ‘눈’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이야기나 글 따위의 특정한 부분’을 뜻하는 ‘대목’보다 비유적으로 쓰인 ‘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눈’은 ‘어떤 것의 가장 중요한 부분’ 혹은 ‘중요한 기능’이란 의미가 있다. 그에 따르면 ‘눈대목’이란 ‘어떤 판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 말이다.

판소리

 

‘눈’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 ‘이야기’

판소리는 심미적 감상의 대상이다. 긴 서사를 다양한 음악적 구조에 실어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대목은 정말 중요해서 감상의 핵심이 되고, 어떤 대목은 건너뛸 정도로 중요성이 낮다. 감상의 핵심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이야기다. 전체 전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은 ‘판소리의 눈’에 해당한다. 예를 들자면, <춘향가>는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과 이별, 수난 그리고 재회라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것은 <춘향가>일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랑, 이별, 수난(십장가), 재회(어사출도)는 <춘향가>의 눈대목이다. 그러나 이도령과 방자가 수작하는 부분이라든가, 암행어사가 농부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부분은 경우에 따라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청가>에서는 곽씨 부인 유언과 출상, 심청의 부친 봉양, 심청의 인당수 투신, 심청 생환, 심봉사 황성길, 부녀 상봉과 심봉사 개안 등이 핵심적인 부분으로 <심청가>의 ‘눈대목’이라고 할 만하다.

줄거리 면에서 중요한 부분은 판소리를 부를 때 빼놓지 않기 때문에 소리꾼이라면 누구나 다 배우고 익혀야 한다. 물론 판소리는 부분만을 따로 떼어 부를 수도 있고, 또 중간 중간 몇 대목씩 건너뛰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줄거리상 중요한 부분을 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은 소리꾼들이 자신의 역량을 다해서 갈고 닦는다. 소리꾼들의 역량과 노력이 집중되고, 여러 명 창들이 다투어 부르다 보니 서사적 눈대목은 자연스레 음악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눈대목의 두 번째 조건 ‘음악적 측면’

음악적 측면만으로 어떤 판소리의 핵심 곧 ‘눈대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춘향가>의 ‘쑥대머리’나 <수궁가> 17 16 〮깃들다 특집의 ‘고고천변’➊, <심청가>의 ‘추월만정’➋, <흥보가>의 ‘제비노정기’, <적벽가>의 ‘새타령’과 같은 대목들이다. 이 대목들은 줄거리 면에서는 삭제해도 무방하지만 음악적으로 아름다워 판소리 감상에서 빼놓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이런 부분은 특별히 만든 사람의 이름을 붙여 누구누구 더늠으로 부른다. 예컨대, ‘천자뒤풀이’는 김세종의 더늠이고, ‘제비노정기’는 김창환의 더늠이며, ‘쑥대머리’는 임방울의 더늠이라는 식이다. 물론 줄거리 면에서 중요한 부분에도 더늠이 많이 있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눈’ 또는 ‘눈대목’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은 더늠 아닌 것이 없다.

어떤 대목이 판소리의 눈대목이라고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판소리를 보는 눈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뛰어난 부분이라 할지라도 ‘눈대목’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눈대목’으로 한두 대목만을 들 수도 있다. <춘향가>의 ‘십장가’나 ‘어사출도’, <심청가>의 ‘인당수 투신’이나 ‘심봉사 개안’, <흥보가>의 ‘박타령’, <수궁가>의 ‘토끼 배 가르는 데’, <적벽가>의 ‘화공’ 같은 부분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소리꾼 각자가 저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의 성패가 판소리의 ‘눈대목’에서 결정 나기 때문이다.

음악적 측면의 ‘눈대목’ <흥보가> 제비노정기 자진모리와 중중모리장단에 맞추어 불리는 이 대목은 다리를 다쳤던 제비가 봄이 돌아오자 보은의 박씨를 물고서 조선(朝鮮)으로 향해 오는 대목을 노래한 것이다. <수궁가> 고고천변 수궁 용왕의 병에 약으로 쓸 토끼의 간을 구하고자 별주부 자라가 세상(육지)에 나오면서 기막히게 좋은 산천경치를 구경하는 대목이다. <적벽가> 새타령 적벽대전에서 패하여 죽은 조조의 군사들이 원조라는 새가 되어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조조를 원망하는 대목이다.

 

➊ 아침 해가 떠오를 때 동쪽 하늘의 환한 모습’을 나타낸 뜻으로, 별주부가 수궁에서 나와 만난 세상을 노래한 대목이다.
➋ 가을 달이 뜰에 가득 비친다’는 뜻인데, <심청가>에서 황후가 된 심청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탄식하는 대목이다.

 

글‧최동현(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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