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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시대 찬란한 식문화를 지켜낸 주방 상궁 조선왕조궁중음식명인 한희순
작성일
2018-08-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88

조선왕조궁중음식은 519년(AD 1392~1910) 동안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등에서 왕족들이 먹어온 일상식과 의례음식으로, 한국 최고 수준의 음식 문화를 간직한 유산이다. 궁중의 일상식에는 아침과 저녁에 임금이 드시던 진짓상인 수라상과 이른 아침(7시 이전)에 마련하는 초조반상(初朝飯床), 점심의 낮것상의 네 차례 식사가 있다. 보통 수라상은 12첩 반상차림으로 차리는데 원반과 곁반, 전골상의 3상으로 구성된다. 밥은 흰쌀밥과 팥밥 두 가지이며 육류, 채소류, 해물류의 재료를 고르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해 반찬을 마련한다.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의례문화를 꽃피웠던 시대. 조선시대의 궁중음식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전통음식을 대표하며 세계인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01. 조선왕조궁중음식 제1대 기능보유자인 한희순 ⓒ(사)궁중음식연구원 02. 구절판과 신선로 ⓒ문화재청 03. 아침과 저녁에 임금이 드시던 진짓상인 수라상 ⓒ문화재청 04. 1957년 발간된 『이조궁정요리통고』 표지 ⓒ(사)궁중음식연구원

대한제국의 국운이 다하면서 왕실의 음식을 담당한 소주방 나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맥이 끊어질 뻔한 궁중음식을 지켜낸 ‘마지막 주방 상궁’이 조선왕조궁중음식 제1대 기능보유자인 한희순이다.

한희순은 1889년(고종 26) 서울에서 태어나 열세 살에 주방 나인으로 덕수궁에 입궁했다. 이후 궁중의 주방 상궁으로서 경복궁, 창덕궁을 거치면서 고종과 순종의 음식을 만들었고, 1965년까지 계속 주방 상궁으로 있었다.

그녀는 순종의 계비인 해평 윤씨가 가장 아꼈을 정도로 궁중음식에 조예가 깊었고, 조선시대 마지막 주방상궁으로서 한국 음식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궁중음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계승 발전시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57년에 황혜성, 이혜경과 공저로 『이조궁중요리통고』를 발간하였는데, 상궁들의 기억을 통해서만 전수되던 궁중 음식의 실체를 최초로 체계화하고 기록으로 남긴 중요한 문헌이다.

1971년 조선왕조궁중음식이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되면서 초대 기능보유자로 인정됐고, 이후 궁중음식의 구체적인 면모를 후대에 전수하는 데 힘써 조선왕조궁중음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한희순은 기능보유자로 인정된 이듬해 유명을 달리했으며, 그의 뒤를 이어 제자 황혜성이 제2대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홀로 궁중음식을 지켜가던 한희순이 받아들인 제자 황혜성은 30년 동안 스승을 모시며 궁중요리를 배웠고 1973년 스승에 이어 제2대 기능보유자가 됐다. 1999년 팔순을 맞은 황혜성이 과거를 회고한 글에는 당시의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1970년 12월 24일, 조선왕실 마지막 주방 나인 넷 중 최고령인 한희순 상궁을 모시고 조선 궁중음식이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을지 심사받았다. 1941년 22세에 숙명여전 조교수로 임용됐지만 정작 집안에서 음식을 배울 새도 없었고, 우리 음식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궁중 요리를 배우게 된 것은 숙전에 출근한 첫날,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조선 요리를 가르치시지요’라는 권유를 받고서였다. (중략) 창덕궁 낙선재로 찾아갔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던 왕실이지만, 서릿발 같은 기품은 당당하고 대단했다. 궁인들은 나를 바깥사람이라며 견제하고 눈길도 주지 않고 서럽게 하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배운 즉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니 숫기 없는 나였지만 그만둘 수도 없어 청파동 숙전에서 안국동 낙선재를 전차타고 다니며 눈동냥, 귀동냥으로 알아듣지도 못할 궁중말을 되묻지도 못하고 기록부터 했다.” 어렵게 한희순의 마음을 얻은 황혜성은 12첩 반상이 기본인 수라상을 비롯해 다양한 궁중음식을 배워나갔다. 한희순의 기능을 전수받은 황혜성이 사망한 뒤에는 그의 큰딸 한복려와 제자 정길자가 각각 궁중음식과 궁중병과 부문의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조선왕조궁중음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글. 성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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