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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우리의 전통무예
작성일
2012-10-1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330



놀이적 요소를 통해 대동단결의 장을 만드는 무예 택견

외유내강의 무예 택견은 그 동작이 부드럽고 곡선적인 몸놀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술의 실제적인 목적인 일격필살을 추구하는 여타 무술과 달리 상대를 해하기보다는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배려와 상생의 무예이다. 무엇보다도 택견을 놀이로 경기해서 그 행위 자체를 즐기면 유희가 되고, 택견을 수련하여 호신하고 공격하게 되면 무술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유희적인 면과 무술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택견의 이중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택견의 유희적인 요소는 집단적 유희성 안에서 개별적인 자의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택견의 경기방식인 연승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연승제란 현대의 토너먼트 방식과는 다르게 한 선수가 이기게 되면 계속적으로 상대선수와 겨룰 수 있는 방식이다. 즉 한 편에서 이기게 되면 다른 편에서는 다음 선수가 자의적으로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가 있는 편이 이기게 되는 방식인데, 이때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를 판막이라 하여 이긴 마을에선 이 선수를 극진히 대우했다고 한다.

이러한 연승제를 통해 택견의 판은 선수와 관중이 함께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게 되며, 집단적 일체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동단결의 장을 이루게 된다. 또한 무술은 신비스럽고 폐쇄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러한 모습을 통해 택견은 공개적이며 민중과 함께하는 백성의 무예인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택견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난 2011년 11월 28일 무술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어 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승되어야 할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었다.




정조의 명을 받아 정립된 투쟁의 몸짓 24반무예

24반무예는 『무예도보통지』를 복원한 전통무예로서 조선시대 과거시험(무과시취武科時取)의 과목이자 군사들의 훈련교범으로 사용된 국방무예이다. 『무예도보통지』는 정조 14년(1790) 국가방어와 군사들의 심신단련을 위해 정립하게 되었는데,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였다. 고증을 담당한 일본에 관한 최고의 학자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와 선진문물과 과학기술의 선구자인 어모禦侮 장군 박제가, 그리고 북벌을 주장한 24반무예의 실기를 담당한 장용영의 초관 백동수가 정조의 명을 받들어 도보圖譜를 중심으로 해설한 종합무예서이다.

특히, 『무예도보통지』는 조선 국가사업의 일환으로서 한·중·일 삼국 145권의 관련문헌을 참고하여 편찬, 간행된 역작이며, 당시 조선의 문중무경文重武輕의 풍조 하에 이렇게 장대한 무예서가 간행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사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하여 지상무예 18기와 마상무예 6기로 구성된 24반무예가 정립되었으며 조선 국방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24반무예에서 현대인은 문명생활과정에서 본능적 감각기능이 많이 상실되었는데, 이러한 감각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예수련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신체상으로는 반사적 경지에 이르고 정신적으로는 동중정을 얻는 것으로 동적 균형 상태에 이르게 됨을 의미하게 되는데, 그럼으로써 평상심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병장기 수련으로 꼭 살상을 위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련으로 인한 정신의 안정과 신체의 단련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비범한 안정성을 겸비하게 되는 것이다.

불가 승려의 전통수행법 선무도

선무도의 본래 명칭은 불교금강영관佛敎金剛靈觀이라고 하며, 부처님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승가의 전통적인 수행법으로, 정중동의 조화를 통하여 신身, 구口, 의意, 삼밀가지三密加持를 이룸으로써 몸과 마음과 호흡의 정화를 통한 정신과 육체의 깨달음을 구하는 불교의 전통적인 즉신성불의 실천 수행법이다.

갑오경장 때 승군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선무도는 호국사상을 바탕으로 국난이 있을 때에 승군으로서 나라의 위난을 구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에 의해 암암리에 명맥을 이어오다 현재는 경주 골굴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선무도는 선호흡을 통해 흐트러진 몸의 리듬을 바로 잡고 선요가를 통해서 유연성을 기르고 선기공으로 몸 안의 기의 소통을 원활히 하게 되며, 선무술을 통해서 육체를 단련하게 되므로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찾아주는 전통무예이다.

선무도는 승가의 전통적인 수행법이었지만 현재는 일반인들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생활무예로도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무도의 수련을 통해 탐진치貪嗔癡 삼독심三毒心을 순화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된 참다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며, 선무도의 기공수련과 참선명상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여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한다.

벌써부터 서양에서는 부처님의 수행법과 그 건강의 효과를 깊이 연구하고 밝혀 현대인들의 건강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선무도 수련을 하고 있다. 선무도가 불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기가 조금은 꺼려질 수도 있지만 종교적인 차원을 벗어나 선무도를 통해 건강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전통무예의 현대적 사명

현재 전통무예 재현 행사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택견을 토대로 하여 벌써 14회째 이어지고 있는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우리나라의 전통무예와 세계 각국의 무예가 축제의 장을 이루고 있어 무술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에게도 호응을 받고 있으며, 세계택견대회도 4회째 개최하고 있다. 또한 문화재청의 후원행사인 ‘택견 인간문화재 공개발표회’를 매년 10월에 개최하여 일반인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화성문화제는 정조시대의 전통무예전을 주제로 24반무예를 상설공연화하여 전통무예를 문화관광의 한 범주로 정착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데, 24반무예를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중심으로 무예 공연을 펼쳐 더 의미가 깊으며, 서울 남산봉수대 봉화의식에서도 매일 상설공연을 하고 있다. 경주 골굴사에서는 승가의 전통수행법인 선무도를 활용한 템플스테이와 선무도 공연단을 통해 매년 수천 명의 외국인이 찾아오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통무예의 공연이 이제는 단순한 시범에서 그치지 않고 스토리가 있는 공연형태로 탈바꿈하여 일반인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러 전통무예들의 체계적 정립과정과 그 이후 변천과정은 그 성격이 서로 다를지 몰라도 호국사상과 더불어 민족의 혼을 바로 세우려는 전통무예의 정신은 같다. 무엇보다도 전통무예는 현대사회에서 일반대중의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는 심신수련의 생활무예로 발전되어 가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무예와 스포츠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가 최고수준의 경기력 발현을 목표로 한다면 무예는 궁극적으로 심신수련을 대명제로 하고, 스포츠가 기술, 체력, 타인과의 대결구도라면 무예는 움직임과 호흡, 의식의 일치 그리고 극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전통무예는 소수 특정인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는 제한적인 전승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다가가는 생활무예로의 역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국가정책적으로 전통무예진흥법안이 통과된 것이며, 이는 전통무예의 진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2011년 택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우리 전통무예의 우수함과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앞으로도 전통무예는 현대적 재현행사 등을 통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더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글·신종근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국가이수자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택견국가전수회, 충주시립택견단, 사단법인 24반무예협회, 선무도 총본산 골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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