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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채춤 꽃을 피워 모란 향기 멀리 퍼지기를
작성일
2016-11-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049

부채춤 꽃을 피워 모란 향기 멀리 퍼지기를 부채춤은 무당춤 등에 그 뿌리를 두지 않은 예술미학적 특유의 상징적 주제와 의미를 표출한다. 부드러운 곡선과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춤사위와 한국적 정서가 깊게 묻어나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한국 전통의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으로 이루어진 음악을 통해 흥겹고 경쾌한 리듬이 역동적인 춤사위로 창출되며, 팔자(八字)형과 갈지자(之字)형으로 태극선과 포물선상의 곡선을 만들어가는 부채춤. 모란의 향기, 그 화려함 속에 깃들어 있는 깊은 향을 만나보자.

부채춤의 태동, 버릴 수 없는 예술가의 창작 욕구

양손에 부채를 들고 아름답게 추는 부채춤은 무용가 김백봉에 의해 1954년 창작된 신무용 계열의 작품이다. 현재 ‘김백봉 부채춤’이라고 불리게 된 원작 부채춤은 창작자 김백봉의 고향인 평안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 전통춤의 근·현대 과정 속에서 꽃피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춤이다.

1947년 8월 스승 최승희의 ‘무당춤’을 보며 대나무로 만든 부채가 지닌 멋과 경쾌한 소리에 매료되었던 김백봉은 부채를 주제로 작품을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스승 최승희와 상의해 보았으나 무신론적 유물사회에서 맞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고, 결국 당시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50년에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터전은 처참한 폐허가 되어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자신의 예술가적 창작 욕구를 버리지 않았던 김백봉은 어렵사리 부채를 구해 1952년 ‘소녀를 위한 소녀들의 부채춤’이라는 부제를 내걸고 첫 공연을 했다. 부채춤의 공식적인 무대는 1954년 ‘김백봉 제1회 무용발표회’에서 독무로 이루어졌다. 이때부터 김백봉의 부채춤은 세인의 관심과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양손에 부채를 들어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과 풍부한 표현력, 춤이 가진 전통의 무게와 현대적 무대예술로서의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작품이란 극찬을 받았다.

이후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문화예술 축제에 한국사절단으로 김백봉이 참가하면서 부채춤은 20명이 추는 군무로 확장, 재구성 됐다. 이때 만들어진 군무 부채춤이 바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의 형태다.

당시 선보인 부채춤은 ‘예의 금메달’(조선일보, 1968)이라는 극찬과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각종 국제행사에 초청돼 한국을 대표하는 춤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제는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부채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널리 추어지고 있다.

 

부채춤의 진짜 이야기 ‘내재된 상징성’

아름답게 피어난 부채춤에는 우주, 생명, 하늘, 땅, 바다가 녹아들어 있으며 삶의 진리와 민족애, 윤회 사상이 깊이 담겨 있다. 군무 부채춤의 구성 순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입 부분은 태초의 생명, 바로 하늘과 땅, 바다가 구성되는 우주의 현상에 대한 상징을 표현한다. 이러한 삼라만상의 태동이 하나의 에너지가 되면서 주체인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삶의 진리를 탐구한다.

도입 부분이 지나면 무용수들은 일출과 조각배를 만들며 하루의 시작을 구성하고 삶의 주체인 우리들의 일상을 표현한다.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그 대가에 감사하며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라는 대표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진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모든 무용수는 기지개를 켜며 잠시 쉬려고 하는데 그때 고향이 생각난다.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떠올리며 부채춤에서 가장 유명한 조형 구도인 꽃이 완성된다. 바로 무궁화이다.

김백봉은 어머니의 품을 기억하며 고향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마을에 피어있던 꽃을 생각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유학시절까지 고향을 떠나 있었던 김백봉에게 고향은 조국 자체였으며, 그 상징은 무궁화로 나타났다.

무궁화 꽃이 활짝 피면 나비가 날아다닌다. 나비는 솔로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나비가 꽃을 건드리는 순간 꽃씨와 향기가 널리 퍼져 나간다. 이것이 부채춤에서 꽃이 갖는 내재적 의미이다. 꽃 모양의 구도는 단순히 형상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꽃씨와 향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통해 민족의 번영을 기리는 것이다. 꽃의 향기가 갖는 힘은 인생의 절정을 맞이하며 자진모리장단으로 희열을 표현한다.

그리고 작품의 결말 부분에는 윤회 사상과 하루의 마감, 그리고 또다른 내일의 시작을 담고 있다. 저물어가는 석양의 아름다움은 다시 찾아올 내일을 기약하는 것. 이러한 의미는 솔로 무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채, 소도구가 아닌 춤의 중심

김백봉의 부채춤은 모란 꽃이 그려진 2개의 부채를 양손에 들고 추는데, 부채의 한지와 부챗살이 펴고 접히는 소리는 하나의 악(樂)이 된다.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켰을 당시 부채가 내는 경쾌한 소리에도 매료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으로 만든 부채를 사용하고 있으나 원작에서는 반드시 한지로 된 부채를 사용한다. 부채춤에서의 부채는 단순히 장식물이 아닌 춤사위를 이끄는 주체로서 작품의 주제와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사람과 부채가 혼화된 하나의 표현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QR 코드를 읽어보세요. 부채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안귀호

글‧안귀호(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무용예술계열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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