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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물처럼 바람처럼 우리 땅을 여행하는 길 위의 인생 신정일 문화사학자, (사)우리땅걷기 대
작성일
2013-12-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989

충분히가난했고충분히외로웠고충분히방황했다.향토사학자신정일
선생의삶은줄곧지난했다.지금이야그모든시련들이인생의한조각
편린片鱗이었다고 말할수있지만한때는 세상을 원망하고 운명을 한탄
했었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과서를 배울때그는 좁은 방에서
혼자온갖책을읽었다.열다섯무렵,가정형편때문에학업을중단해야
했던그는무작정집을나와뜨내기처럼이곳저곳을떠돌았다.우리산,
우리강, 우리 땅이 너무 아름다워 다니기를 멈출수없었고, 그렇게두
발로걸으며몸소채득한우리땅이야기가『새로쓰는택리지』를비롯한
60여권의책이되었다.

01. 경주 읍천리 주상절리.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신정일 씨는 국토답사를 통해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또 알리고 있다.
02. 문화사학자이자, 60여권의 책을 낸 역사 저술가, 도보여행가인 신정일. 그는 저술활동과 답사 프로그램 진행 등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에대한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30여년의 국토순례, 60여권의 책

신정일 씨를 만난 곳은 전주시 진북동에 있는 한 아파트. 집필실로 사용하는 공간은 전체가 커다란 서가인 것처럼 어디에나 온갖 책들로 가득했다. 답사를 가지 않으면 거의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신정일 씨는 문화사학자이자, 60여권의 책을 낸 역사저술가, 도보여행가다.『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새로 쓰는 택리지』,『사찰 가는 길』등 이 땅의 문화유산과 역사를 소재로 한 수많은 책을 집필했다. 1985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으며,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한국의 10대 강을 걸었고, 조선시대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관동대로를 도보로 답사했다. 우리산, 우리 강, 우리 땅이 너무 아름다워 걷기를 멈출 수 없었고, 전국방방곡곡을 답사하며 얻게 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신정일 씨. 꿈이나 희망 따위는 사치에 지나지 않았던 어두운 시절도 있었지만 그 결핍과 방황이 그를 일으켜 세운 지렛대가 됐다.

03.『 새로 쓰는 택리지』. 2004년 첫 번째 책이 출간된 후 8년 만에 전 10권으로 완간됐다. 이 책은 왜 우리가 죽도록 이 땅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말하고 있다. 
04. 집필실로 사용하는 공간은 전체가 커다란 서가인 것처럼 어디에나 온갖 책들로 가득하다.

문화의 길, 역사의 길

“제대할 때 병장월급으로 받은 2천4백 원이랑 적금 2만원 탄 걸 들고 종로서적에 가서 차비만 남기고 전부 책을 샀어요. 서점을 나오면서 과연 내가 쓴 책이 여기 꽂힐 날이 있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먹고살 길이 막막하더군요. 공사판을 전전하면서도 주말이면 서점에서 책을 사 읽고 클래식을 들었으니 가난한 주제에 취미는 고상했죠.”지금 돌이켜 보면 공상만 많고 실천은 못하는 나약하고 아픈청춘이었다. 현실이 매정할수록 책은 더 큰 위안이 돼주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신정일 씨에겐 실로 그랬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조선상고사총론』을 읽고 전통사상에 눈을 떴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동학농민운동을 깊이 파고들면서이를 계기로 1989년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해 김개남 장군 추모비건립 등 동학농민운동을 재조명하는 일들을 전개했다. 그렇게 묻혀있는 역사를 발굴하고 지역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해나갔다.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지식이 아니고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옛사람들도 책상 앞에서 문사철文史哲을 익힐 뿐만 아니라 산천으로나가 유람을 했던 것이다. 글로만 배우는 것은 반쪽짜리 공부밖에 되지못한다. 그래서 그도 길을 나섰다. 책에서 읽은 것을 직접 만나기 위해 답사를 했고, 답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을 다시 책에 옮겼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나섰다. 우리 땅 구석구석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사단법인‘우리땅걷기’는 그렇게 생겨나 올해로 8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회원은 만여 명에 이른다.“‘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것과 같다’고 하지요. 그냥 구경만 다니는 게 아니라 자연을 만나고,문화재를 통해 역사, 문화, 인물을 만나는 거예요. 처음엔 걷기가 좋다니까 건강을 생각해서 들어온 분들이 대부분인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우리 땅의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왜 이제야 알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런답니다.”

책에만 천착했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들을 벌이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세상 한복판을 누비고 있었다.수십 년간의 답사 경험을 토대로 동해 해파랑길, 울진 십이령 옛길소백산자락길 같은 도보답사코스를 국가에 제안했고, 숨은 옛길 복원, 풍류마을 조성 등의 사업도 추진했다. 이런 일들의 요체要諦는 옛길을 찾고, 끊어진 길을 잇고, 그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도록 만드는데 있다.

05. 삼척 맹방리 한치재 부근의 바위. 마치 웃는 얼굴을 닮았다. 신정일 씨는 길을 걸으며 국토 구석 구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06. 카메라는 답사를 갈 때 꼭 챙기는 필수품이다.사진은 또 하나의 기록이다.

길 위에서 찾은 안식

“이것 좀 보세요. 꽃 한 송이가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특이하게 부채꼴로 누워있는 주상절리예요. 이 바위는 또 웃는 얼굴처럼 생겼고요. 다니다 보면 정말 희귀한 지형이 많아요.”우리 국토만큼 여러 가지 아름다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땅은 없을 거라고 말하는 신정일 씨. 수백 번을 가도 어느 계절 어떤 시간에 가느냐에 따라, 그리고 날씨에 따라 늘 새로운 게 우리 산천이다. 그리고 어딜 가나 보물 같은 옛이야기가 숨어있다. 그의 말처럼 도처에 경탄하고 감탄할 곳이 너무 많다.여태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그는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평양, 의주, 북경을 거쳐 열하까지 연암 선생이 걸었던 길을 걷고 싶고동해 해파랑길을 연장해 원산, 함흥을 거쳐 두만강까지 가보고 싶다.“길 없는 길도 많고 가다가 길이 끊어져 돌아올 때도 있지요. 하지만돌아가는 것도‘즐겁지 아니한가!’말입니다.”수 없이 많은 길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여행이 늘 정해진 경로로만 갈 수 없듯 우리네 인생도, 유구한 역사도 같을 것이다. 다만 옳은 길이든 틀린 길이든 그 뒤안길에 되새김의 깊은 묵상이 있어야 한다. 새로 배우고 따라잡아야 할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문화재를 통해 과거를 회고해야 하는 이유다.

“통영 미륵산에 있는 장군봉을 참 좋아해요. 그곳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일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그리고 부석사 무량수전, 강진 무위사, 김제 귀신사도 좋아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내가 죽으면 그곳들에 조금씩 뿌려달라고 했어요. 내 마음의명당이라고 할까,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니까요.”

평생 길 위에서 살았던 그는 우리 땅을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걷는다는 것은 역사를 읽고 문화를 읽고 삶을 읽는 가장 행복한 독서였다.

글. 성혜경 사진. 김병구,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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