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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식음(食飮), 나를 찾아 떠나는‘혀’행
작성일
2020-07-3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718

식음(食飮), 나를 찾아 떠나는 ‘혀’행 한 시대의 음식 문화에는 그 당시 사회 구조가 반영되어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라는 건 결국 우리 사회 구조가 굳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묻는 건, 그 자체로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된다. 우린, 어떻게 살아왔을까?

당신이 먹는 음식에 당신이 담겨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다.”


음식과 관련된 글에서 가장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프랑스의 한 미식가가 한 말이다.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씀 해 주세요.”


막상 이렇게 질문을 받으면 크게 당황할 것이다. 프랑스의 그 미식가가 틀린 말을 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어지는 대화로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당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있다. 어떤 된장찌개인가요, 그 된장찌개를 처음 먹었을 때가 언제였나요, 누가 해 준 된장찌개였나요, 된장찌개를 같이 먹었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등등의 질문과 대답 안에서 당신의 출신지, 가족관계, 경제적 사정, 사회적 위치 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당신’의 자리에 ‘한국인’을 놓을 수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어 오는 음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인은 어떤 삶을 살았고 또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한국인의 음식에 담겨 있다.


넉넉하진 않지만, 다양한 산물이 있는 우리 삶터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작은 반도가 한국인의 삶터이다. 대륙에서 뻗어 온 산줄기는 동쪽으로 치우쳐 반도를 관통하고 있다. 산은 높지 않으나 빽빽하여 평야가 귀하다. 산줄기의 여러 골짝에서 발원한 강은 다소 편편한 서쪽과 남쪽으로 흘러 바다로 든다. 몬순 기후대에 들어 여름에는 비가 많고 무더우며 겨울에는 대륙의 찬 기운을 고스란히 받아 매우 춥다. 먹을거리가 넉넉한 땅은 아니다.


산물은 다양하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과 이들 산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강물, 그리고 그 강의 자락에 펼쳐진 좁지만 기름진 평야, 또 삼면의 바다에서 얻어지는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이 다채롭다. 특히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하나의 좁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그 땅과 물이 내는 먹을거리는 변화무쌍하다.


부족한 먹을거리가 도리어 요리의 다양성을 확보해 주는 노릇도 하였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 중 1,000여 종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이며 그 목록과 조리법이 전승되고 있다. 이 다양한 푸성귀 음식은 여느 민족에게서는 쉬 발견되지 않는다.


산업화 이후 한국인의 먹을거리가 크게 변하였다. 부족한 먹을거리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또 새로운 요리법이 유입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그 변화의 중심축에는 변하지 않는 한국인만의 무엇이 존재한다. 음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습성에 따른 것이다. 인간은 음식을 만들고, 다시 음식이 인간을 만든다.



글. 황교익(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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