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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들에 담긴 생태철학
작성일
2010-02-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131





쾌적하고 이상적인 바닥난방

구들과 서양의 대류난방을 비교해보자. 스토브, 페치카 같은 서구난방은 실내공기를 직접 데우는 방식이다. 실내공기가 가열되면 대류현상이 일어나 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내려와, 아래는 덥고 위는 차가워진다. 서있으면 위쪽의 더운 공기를 호흡하니 심폐 내 산소분자수가 작아져 호흡환경이 안 좋아진다. 구들의 바닥난방은 방바닥에서 올라온 온기로 인해 실내온도가 수직적으로 분포하고, 수평상으로는 열이 바닥 전체에 고루 퍼져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열이 직접 신체에 닿으므로 낮은 온도로 방열되고, 축열된 구들장에서 열이 서서히 나와 따뜻함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구들장에서 나오는 원적외선

구들장이 열을 받으면 원자들이 진동하면서 전자파가 나온다. 원적외선이라 부르는 이 전자파는 낮은 온도 쪽으로 열을 전달한다. 원적외선이 몸에 닿으면 피부 속의 물 분자를 움직여 열을 만들기 때문에 체감속도가 빠르다. 적외선에 의해 몸속의 물 분자가 분당 2천 번 정도 진동하니 열이 발생하여 혈관이 확장되며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렇게 원적외선은 신체의 대사순환을 촉진하고 열효율도 좋다. 열효율이 좋다는 것은 적외선이 전달하는 복사열이 ‘대류’나 ‘전도’로 전달하는 열보다 체감온도가 높다는 뜻이다. 30℃의 물에 몸을 담그면 따뜻하지 않으나 같은 온도의 햇볕을 쬐면 따뜻하다. 이것은 햇볕 속에 있는 원적외선이 피부 속에 복사되어 들어와 물 분자를 움직여 열을 만들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에 열을 빼앗기지 않고 신진대사 활동이 필요한 곳에만 직접 열을 전달해 체감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구들장에서 나오는 복사열은 발열과정에서 석유스토브 같은 대류난방기구를 작동할 때 발생하는 공기오염, 먼지나 소음, 냄새, 습기 등이 발생하지 않아 위생적이며 쾌적하다.



온돌의 과학적 작동원리

구들난방에서는 전도, 복사 외에 대류 방식의 열전달도 사용된다. 대류현상은 더운 공기는 올라가고 찬 공기는 내려가는 현상이다. 그래서 아궁이 바닥은 낮게 하고 굴뚝 쪽은 높게 하여 열기가 잘 흘러가게 한다. 또한 방바닥 고래 끝에 ‘개자리’라는 구덩이를 파서 무거운 찬 공기를 내려가게 한다. 이렇게 개자리를 파놓으면 고래 속을 지나는 더운 공기 밑으로 깔리는 찬 공기가 이 개자리 쪽으로 빨려 내려감으로써 더운 공기가 잘 지나갈 수 있게 된다. 이뿐 아니라 고래를 통과한 열기가 개자리를 지날 때 통과면적이 갑자기 넓어져 열기의 통과속도가 뚝 떨어진다. 갑작스런 속도저하로 와류가 생김으로써, 열기가 잠시 머무르면서 공기막이 생긴다. 때문에 고래 속의 열기가 금방 굴뚝으로 빠져 나가지 않아 열손실도 막고, 또 굴뚝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아궁이와 고래가 연결되는 부넘기를 좁게 한 것도 재미있는 원리가 숨어있다. 즉 현대생활에 많이 응용되는 베르누이법칙을 이용해 불 입구를 좁혀 고래에 열기가 빨리 들어가도록 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방고래를 지나가는 열기(유체)의 양은 일정하므로 면적을 줄이면 유체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부넘기 입구를 좁힘으로써 열기가 빨리 들어가 고래 끝까지 열기가 잘 흐르도록 했다.  
 


구들난방의 열 저장창고 ‘구들장’

구들방이 오랫동안 따뜻한 것은 고래 위를 덮고 있는 구들장이 열 저장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열을 저장하는 축열 기능은 기체나 액체보다 고체가 가장 좋다. 비중이 높아 열을 그만큼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들장은 화강암과 편마암을 썼는데, 화강암 중에 열을 받아 변한 화강편마암을 구들장 재료로 많이 썼다. 이중에 점판암은 얇게 잘 쪼개져 많이 사랑받았다. 조상들은 화강암 중에서 운모성분이 많이 들어간 구들장을 선호했는데, 암석 자체는 열전도율이 높지만 운모는 절연기능이 좋아 열전도 속도를 늦춰 열을 조금씩 내보내기 때문이다. 구들장을 고래 위에 얹을 때는 불을 많이 받는 아랫목은 두꺼운 돌을 깔고, 윗목 쪽은 얇은 돌을 깔아 축열을 효율적으로 했다.





구들과 한국문화의 함수

구들로 인한 좌식생활은 한국문화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바닥난방을 하는 우리는 온돌 특성상 방바닥에 신체를 많이 접촉하고 생활한 반면, 서양은 대류난방으로 바닥은 차고 습해 입식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런 좌식과 입식생활의 차이는 문화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먼저 복식을 보면 좌식에 편하도록 바지 품이 넓어졌으며, 상·하의는 분리되고 방한에 좋게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복식문화가 발달했다. 좌식으로 인해 신을 벗고 생활하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생활로 흰옷을 즐기는 백의민족이 가능해졌다. 우리의 흰옷생활은 중국의 한서漢書에선 변진弁辰사람들의 옷이(흰옷으로) 결청潔淸하다고 하고, 송사宋史에선 고려 선비와 여인들이 흰옷을 선호했다는 기록을 보아 꽤나 오랜 전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온돌방 아랫목에 어른을 모시고 윗목에는 젊은이들이 차지하는 장유유서도 형성되었다. 겨울에는 화롯불에 모여 앉아 옹기종기 이야기꽃을 피웠고, 한 이불 속에 여럿이 같이 누워 혈육의 정을 두텁게 했다. 아랫목은 산모가 몸을 풀고 아기가 자라는 요람이며, 노인의 최후를 맞는 임종공간도 되니 아랫목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로병사와 제사까지 사람의 일생에 대한 통과의례를 모두 관여하는 신성공간도 되었다.


구들과 손의 발달

좌식생활은 인체구조에도 변화를 주었다. 채식식단 중심에 좌식생활로 상체가 길고 발달한 반면, 하체는 짧은 데다 활동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발육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오랜 좌식생활로 우리의 손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쓰임이 많아져, 손재주가 발달하게 되었다. 손재주 발달은 젓가락 사용과도 관련 있다. 육식민족은 포크를 많이 사용하고, 채식민족은 젓가락을 많이 사용해왔는데, 젓가락문화는 구들에 의한 좌식문화로 더욱 발달되었다. 좌식생활은 농기구에도 영향을 미쳐 농사지을 때 좌식자세에 편하게 농기구도 짧고 작게 만들었다. 입식문화권의 서양 호미나 낫이 긴 데 비해 우리 농기구가 짧음으로 인해 일솜씨가 섬세하고 정교하여 도자기, 수놓기 등 수공업이 발달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좌식생활은 무용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야외에서 행하던 동작들이 구들방으로 들어오면서 제한된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춤동작이 곡선적이며, 동작의 테두리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무용은 곡선적인 팔동작 중심이면서 서양무용에 비해 다리동작과 율동이 적다.





구들이 한옥과 가구에 미친 영향

좌식이냐 입식이냐에 따라 건물의 공간구조도 달라진다. 좌식은 방바닥에 신체를 접촉시키므로 난방공간을 최대한 집중 사용한다. 그래서 한 방이라도 요와 이불을 깔면 침실, 밥상을 놓으면 식당, 서안을 놓으면 공부방이 된다. 이렇게 한 공간을 통합적, 다기능적으로 쓴다.

좌식으로 생긴 통합공간은 최대한 효율화하기 위해 문과 창도 여기에 맞춰졌다. 구들장에서 올라온 열을 최대한 가두기 위해 여닫이 대신 미닫이문을 많이 사용했다. 좌식은 우리의 침구와 가구에도 영향을 끼쳤다. 방바닥의 열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요를 깔고 위에 이불을 덮어 그 사이에 따뜻한 체온과 열기를 맴돌게 했다. 가구는 사계절의 변화로 계절별 보관물건이 많아 수납가구가 필요했다. 전통가구는 좌식생활에 맞게 앉거나 서서 사용하기 알맞은 높이로 설계되었고, 가구를 옮길 때 작은 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가구 크기도 좁고 낮았다.

 

우리의 전통난방법인 구들난방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부뚜막 없는 함실아궁에서 난방만 하는 것을 군불 땐다고 한다. ‘군불’은 ‘쓸데없는 불’을 말하는데, 난방으로만 불 때면 아깝다는 뜻이다. 아궁이에서 취사할 때 나오는 열기를 고래로 보내 난방까지 해야 좋다는 것이다.

취사의 잉여열기로 난방하는 구들, 바닥난방의 특성에 맞게 건축과 가구, 음식문화를 발전시켰던 우리 민족, 오늘날까지도 구들의 바닥난방 을 포기하지 않고 현대화 시킨 우리. 이렇게 구들에 담긴 에너지의 효율화와 절약정신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깊게 박혀 있건만 최근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영향으로 에너지 과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쯤, 구들문화가 주는 메시지를 잠시 돌이켜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글·사진 | 이동범 문화유산활용연구소 소장    
사진·수선재출판(벽난로온돌방, 저 이화종)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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