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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 가을의 향연 궁궐(1)
작성일
2005-09-2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043





바야흐로 만산홍엽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단풍은 온 산에만 가득한 것이 아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 속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곳. 바로 ‘궁궐’의 가을을 만나보자.

경복궁
경복궁의 단풍 시기는 대략 10월말~11월 초순경. 서울의 궁궐들 가운데 가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이다. 경복궁의 가을 단풍은 백악의 줄기를 타고 내려오다 향원정 주변에서 빨갛게 타오른다. 특히 향원정 주변은 북쪽의 백악산과 서쪽의 인왕산의 가을풍경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완연한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곳이다. 그리고 또한 향원지 남쪽과 동쪽을 따라 심어 놓은 붉은 단풍 나무들도 불붙는 듯 타오르며 절정을 이루는데 바로 이곳이 향원정 가을풍경의 ‘백미’이다. 이처럼 향원정이 붉은 물결이라면, 자경전 주변은 온통 노란색이다. 자경전의 북쪽으로 오래된 은행나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경전 북쪽 담장, 향원정으로 가는 길목 어간에는 온통 노란 물결로 넘실거린다. 마침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어 깊어가는 가을풍경을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경복궁의 돌담을 따라 낙엽을 밟으며 청와대 앞으로 한 바퀴 돌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한 복판을 거닐게 될 것이다.

창덕궁·창경궁
창덕궁의 단풍 시기는 경복궁과 3~5일간의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략 11월 초~중순경이다. 경복궁의 가을단풍이 백악을 타고 내려온다면, 창덕궁의 가을단풍은 응봉을 타고 내려온다. 이는 응봉의 산자락 끝에 창덕궁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창덕궁의 가을 풍경 중 단연 으뜸은 부용지와 애련지, 그리고 후원 깊숙이 존덕정에서 옥류천으로 이어지는 그 일대의 풍경들이다. 주합루와 부용지 사이의 붉은 단풍나무는 달력사진에 나올듯한 자태를 연출하며 붉게 타오른다. 영화당 옆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비친 가을 햇살과 그 실루엣 또한 눈여겨 볼만한 가을의 풍경이다. 또한 애련지와 애련정 일대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애련정 낙양창으로 보는 애련지 일대의 가을 풍경은 마치 액자에 가을을 담아 놓은 듯하다. 존덕정에서 옥류천으로 이르는 코스, 그리고 옥류천 일대의 모습 또한 창덕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코스 가운데 하나이다. 낙엽 쌓인 호젓한 후원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이곳이 서울 한 복판이란 사실을 잊게 된다. 창경궁의 단풍은 춘당지 주변과 후원 일대가 으뜸이다.

덕수궁
덕수궁 주변 돌담길은 서울 도심 가운데 가장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걷고 싶은 거리로 선호되는 곳’ 또한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 일대로 조사된 바 있다. 대한문에서 정동교회 앞 분수대로 이르는 길은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곳곳에 쉬어 갈 수 있는 의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다시 정동교회 분수대에서 덕수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길은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의 원조코스다. 다만 약간의 흠이라면 돌담길과 이웃한 미대사관저 경비로 인해 전경들의 경비가 삼엄하다는 점. 하지만 플라타너스 낙엽 쌓인 이곳 돌담길을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의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해 볼 수 있어 좋다. 절정의 시기는 11월 중순.

종묘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공간이다. 그런 이유로 여느 궁궐과 달리 화려한 단청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왕조 실록에 따르면 엄숙한 분위기를 위해 ‘화려한 꽃나무도 심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묘의 분위기는 엄숙하고 검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을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붉고, 노란 단풍의 물결이 가을 한 철 신을 즐겁게 위로하는 듯하다. 특히 어숙실과 정전으로 이어지는 통로와 그 주변의 풍경은 종묘의 가을풍경 중 단연 으뜸이다. 절정의 시기는 11월 초~중순경이다.

   서울 하늘 아래 위치한 궁궐들이라도 그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단풍의 절정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략 5일 가량의 시차를 두고 궁궐과 종묘를 두루 돌아보며 절정에 오른 가을의 정취를 흠뻑 만끽해 보자. 역사와 문화유산의 노천박물관 궁궐. 그곳에서 자연이 빚어내는 가을의 향연은 문화유산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키워줄 것이다.

강임산 / 문화재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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