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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하고 화려한 테크닉 속에 숨은 발레리노의 삶, 발레리노 이원국
작성일
2012-05-0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856

 

발레의 대중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다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발레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발레란 고급예술이라는 타이틀이 전면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레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조차 머릿속에 길게 늘어선 관객석과 한 단 높고 넓디넓은 무대, 화려한 조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선입견에 한국 발레리노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원국 발레리노가 ‘발레의 대중화’라는 타이틀을 던졌다. 새로운 발레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레가 들어올 때 대형화된 무대에서 출발했어요. 작은 무대, 야외무대와 같이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대중화의 큰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극장에서 4년 째 <이원국의 월요 발레 이야기>를 하고 있고, 국군위문공연이나 서울역에서 관객을 만나기도 해요. 시장이 아직은 크게 형성되어 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것부터 출발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프로 무대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대중 앞에서 발레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이원국의 월요 발레 이야기> 공연 전에 이루어졌다. 공연을 한 시간 남짓 남긴 대학로 소극장 내부는 안무를 조율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즐거운 긴장감으로 꽉 차 있었다. 화려한 조명도, 널찍한 무대도 없지만 그래서 더욱 이들의 호흡과 몸짓을 가깝게 볼 수 있기에 소극장에서의 발레는 기억 속에 깊게 새겨진다. 이것이 이원국 발레리노가 발레의 대중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새기고자 하는 발레의 인상印象이 아닐까.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

발레에 대한 두 번째 선입견은 발레를 오로지 ‘서양문화’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클래식 발레는 러시아나 유럽문화를 담고 있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클래식 발레의 대표적인 작품인 <호두까기 인형>에 중국 춤이나 스페인 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동서양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이 발레임을 알 수 있다. 이원국 발레리노가 기획하는 공연이 신선한 점은 한국의 고전과 발레를 접목시킨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를 발레에 접목시켜 알린다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발레리나 춘향>이라는 공연을 무대에 올렸지요. 어떤 공연에서는 국악에 발레를 녹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발레’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발레가 유럽에서 출발했고 러시아에서 성장한 것처럼 그 나라 안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자연스럽게 결부되며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음악이나 몸짓, 작품에 우리 것을 녹이는 것이 결코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정서가 깃들면 자연스레 혼魂이 깃든다. 한국의 전통적인 몸짓 또한 그러하다. 한국의 몸짓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이원국 발레리노의 발레를 보고 우리 것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며, 우리 문화를 모른다고 해도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양적인 색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 고전을 발레와 접목하는 시도를 하면서 한국인들만 할 수 있는 춤사위를 많이 개발했습니다. 비록 한국무용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장고춤, 선비춤, 동래학춤과 같은 우리의 춤사위를 보면서 좀더 새로운 것을 발현해낼 수 있었어요. 사물놀이나 농악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우리 춤사위를 어떻게 발레로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저에게 가장 큰 숙제예요. 이 부분이 아직 많이 혼란스럽기는 해도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 색깔을 표현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레리나를 더 아름답게, 더 빛나게 하는 존재

공연 시작 직전, 좁은 소극장 안에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좁혀 앉아 있다. 공연의 오프닝은 발레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을 위해 기본적인 설명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발레는 무용수가 말을 하지 않고 몸짓이나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기에, 몸짓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려면 우선 ‘발레마임’에 대해서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서 오로지 고급문화로만 생각되던 발레의 견고한 벽이 십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스르르 허물어진다.

<이원국 월요 발레 이야기> 공연은 유명한 클래식 발레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이원국 발레단의 무용수들은 쉼 없이 점프하고, 턴을 한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무용수들이 강한 테크닉이 있는 동작을 할 때 흘리는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발레리노와 발레리나의 차이점은 극명합니다. 발레리노는 토슈즈를 신지 않지요. 대신에 훨씬 더 강한 점프, 테크닉, 턴을 해요. 발레리나가 아름다운 선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 끝으로 서 있을 때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더 아름답게, 더 빛나게 해주기 위해 서포트를 기도 하죠. 발레리노는 테크닉, 발레리나는 아름다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귀 기울이지 않겠냐만은, 이원국 발레리노의 이러한 활동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를 체득해 나갔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머니께서 한지공예 중에서도 지승공예를 하고 계세요. 사십 몇 년 째 몸담고 계시지요. 그 외에도 다도나 전통예절 분야에서도 활동하세요. 그래서 남들보다 전통문화를 몸소 체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가끔씩 우리나라의 청자 색깔이나 다보탑을 보면서도 이것을 발레로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생각하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아 어떤 스토리를 뽑아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고민합니다.”

오로지 서양 문화라는 것에만 갇혀 있던 한국 발레. 이원국 발레리노가 꿈꾸는 한국 발레는 그저 고전 발레를 무대에 올리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소재를 가지고 발레 작품을 만들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화된 발레는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이원국 발레리노의 이야기다.

“앞으로는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같은 인물을 발레에 녹이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같은 인물이지만 장르에 따라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03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동래학춤은 동래지방에서 전승되어오는 학춤이다. 주로 정월대보름날 동래야류나 줄다리기를 할 때 추던 춤으로, 어떤 춤꾼이 도포에 갓을 쓰고서 덧배기 춤을 추는 모습이 “학이 춤추는 것과 같다”라고 한데서 학춤이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04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 농악. 농악은 농부들이 두레를 짜서 서로 도우며 일할 때 연주하는 음악이다. 05, 07 무대 위의 발레리노. 06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나라에서 발레가 성장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글·박세란 사진·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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