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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진화의 자연실험실 울릉도
작성일
2010-02-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924





특산식물의 보고, 울릉도

울릉도와 제주도 모두 식물학적 가치가 크지만 두 섬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울릉도의 특산식물의 종수는 40여종으로 면적이 25배인 제주도와 비슷하다. 이는 울릉도가 독도와 함께 우리나라 유일의 대양도서(oceanic island)라는 점에 기인한다. 제주도가 마지막 빙하시대에, 즉 지금부터 약 15,000년 전까지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던 대륙도서(continental island)인데 비해서 울릉도는 250만 년 전에 생성된 이후 한 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고립된 섬이었다. 제주도의 모든 특산식물이 빙하시대가 끝나고 새로 진화된 1만년 내외의 젊은 극지-고산종으로서, 한라산 정상부근의 좁은 지역에 자라고 있는데 비하여 울릉도의 특산식물은 수십~수백만 년의 상대적으로 오래된 진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고 울릉도 전체에 흩어져 있다.  

생태학적으로 섬은 육지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섬은 일반적으로 특산종의 비율이 높다. 그리고 섬은 같은 면적의 육지에 비해 생물의 종수가 적다. 섬생물지리설에 의하면 섬의 생물종수는 섬의 면적에 비례하고 같은 면적일 경우 육지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제주도의 전체 관속식물 종수가 약 1800종이라면 울릉도는 700종 정도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면적의 차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섬에는 육식성 포유동물 등 특정한 부류의 생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섬나무딸기는 울릉도 특산식물인데 울릉도에 사슴, 산토끼 등의 초식성 포유동물이 없으므로 방어의 필요성이 없어 가시가 많은 육지 산딸기에 비해 가시와 털이 전혀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에 까치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울릉도에는 뱀이 없다. 울릉도에는 쥐를 제외한 포유류와 양서류, 파충류가 원래 없었으며 현재 살고 있는 참개구리와 토끼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식물진화연구의 자연실험실

울릉도의 생태계를 둘러보면 많은 식물들이 육지의 비슷한 종류의 식물들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섬노루귀, 섬현호색, 섬나무딸기, 우산고로쇠, 섬광대수염, 울릉미역취, 섬단풍, 왕호장근, 왕해국, 왕매발톱나무 등의 특산식물들은 비슷한 육지의 식물보다 잎과 꽃, 키가 크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울릉도의 해양성기후 탓으로 생각된다.

육지와 같은 종이라고 하더라도 울릉도의 식물은 유전적으로 다를 수 있다. 울릉도에는 암벽에서 자라는 향나무, 일명 석향이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공도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를 감시하기 위한 수토관이 울릉도를 다녀오면 그 증거로 울향(울릉도 자생 향나무)을 가져오게 했다는데 이것을 보면 육지와 울릉도의 향나무는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도동을 비롯하여 울릉도 곳곳의 절벽위에 향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그 중 울릉도 남쪽의 통구미(천연기념물 제48호 울릉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와 북서쪽의 대풍감(천연기념물 제49호 울릉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의 향나무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유사한 종의 유전적 차이와 같은 종이라도 환경이 아주 다른 개체군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진화의 역사를 밝히는데 좋은 연구대상이며 이러한 점에서 울릉도와 한라산 산정은 진화의 현장실험실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울릉도의 특산종들은 하나의 종이 여러 종으로 나누어지는 분기진화가 아니라 하나의 원종이 새로운 하나의 종으로 바뀌는 향상진화를 통해서 생성된 것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울릉도의 특산식물 중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섬노루귀 등은 분포범위가 넓지만 섬시호, 섬현삼, 울릉국화, 섬국수나무 등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서식지의 수와 개체군의 크기가 작다. 특히 섬개야광나무와 섬댕강나무는 서식지가 크게 제한되어 있어 도동항의 절벽 상부지역을 천연기념물(천연기념물 제51호 울릉 도동 섬개야광나무와 섬댕강나무 군락)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난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

식물분포학적으로도 울릉도는 매우 특이하다. 울릉도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굴거리나무 등의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북한자생지이면서 섬백리향, 만병초, 섬잣나무 등 한대성 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다. 제주도에도 난대성, 아열대성 식물과 한대성 식물이 함께 자라지만 한대성 식물은 한라산의 고지대에만 자라는데 비하여 울릉도에서는 한대성식물이 저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따뜻한 곳에 자라는 동백나무와 추운 곳에 자라는 섬백리향과 만병초가 같은 장소에서 자라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겨울이 따뜻해야 난대식물이 생존할 수 있으며 여름의 기온이 높지 않아야 한대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데 울릉도는 여기에다 공중습도가 높은 해양성기후를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울릉도가 식물분포학적으로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본토에 없고 일본에만 자라는 너도밤나무, 솔송나무, 섬잣나무, 섬조릿대가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꽃가루분석에 의하면 너도밤나무는 과거의 빙하기에는 한반도에 자라고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되고 없다. 한반도는 현재 신갈나무가 우점하는 숲으로 덮여 있지만 울릉도에는 너도밤나무림이 신갈나무림을 대신하고 있으며 이는 해양성기후의 영향과 대양도서라는 섬의 생태적 특성 및 한반도와 일본의 중간의 지리적 위치로 설명할 수 있다. 울릉도는 이처럼 식물지리학적 연구가치도 크다.



천연기념물 지정 대상지 많다

울릉군에서 독도천연보호구역을 제외한 천연기념물은 모두 7건이 지정되어 있지만 노거수와 지질분야에서 지정된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명승도 없다. 울릉도의 숲은 19세기에 러시아와 일본에 의해서 심하게 벌채되기도 했고 해방 전후로도 많이 훼손되었지만 아직도 노거수가 많이 남아 있어 울릉도 특산종 또는 학술적으로 중요한 종의 노거수를 발굴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울릉도에는 나리분지, 알봉, 해안절벽, 삼선암, 공암, 국수바위 등 경관적 가치와 화산섬으로서의 지질·지형학적 가치가 큰 곳도 많아 앞으로 명승이나 지질분야의 천연기념물이 더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19세기말 울릉도 개척시대에 춘궁기의 개척민들을 연명할 수 있게 해 준, 나리분지 이름의 기원이 된, ‘섬말나리’와 ‘명이’(산마늘)의 군락지들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좋은 천연기념물 대상지이다. 울릉도에서 천연기념물 제189호 울릉 성인봉 원시림은 지정 면적이 작아 확대지정이 요구된다. 천연기념물 제52호 울릉 나리동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은 과거에 원식생이 파괴된 후 과다하게 인위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새로운 자생지 개발과 함께 확대지정이 고려되어야 한다.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및 세계지질공원으로의 지정이 검토되고 있다. 울릉도의 식물학적, 식생학적 가치는 매우 크다. 천연기념물의 지정 확대, 천연기념물의 과학적 관리 및 연구를 통하여 울릉도의 가치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 | 조도순 문화재위원,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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