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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전통 건축물의 건립 시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작성일
2012-04-1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789

 

상량문과 건축 양식 특징을 통한 건립 시기 파악

건축물의 건립 시기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립일 등을 기록한 상량문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상량문은 일반 한옥인 경우 대청마루에서 쳐다보면 종도리 아랫면에 간단히 기록되어 있기도 하지만, 규모 있는 건축물인 경우 대개 상량식 거행 때 종도리나 종도리를 받치는 장여 등에 파낸 홈 안에 넣어 보관된다. 이 경우 건립 시기를 알기 위해서는 지붕을 해체하여 상량문을 꺼내거나 건립 시기가 기록된 현판 등 별도의 자료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격동기를 지나오면서 많은 사료들이 소실되어 현실적으로 건립 시기를 알지 못하는 건축물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건물 연대를 알기 위해서 무조건 지붕을 해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전통 건축물의 외관만 보고 지어진 시기를 알 수 있을까?

전통 건축물에는 그 시대만의 특징이 담겨 있다. 고종 임금 당시에는 건축물을 신속히 지을 수 있는 건식기법乾式技法 발전에 따라 사찰 전각 등의 측후면 벽체는 흙벽(외를 엮은 바탕에 흙을 맞벽치기하여 구성한 벽)보다는 판재를 사용한 판벽으로 구성하였고, 공포부의 포벽 또는 화반벽(익공과 익공 부재 사이의 벽)도 흙벽보다는 긴 판재로 구성하였으며, 이 판재에 첨차나 화반의 모습 등을 돋을새김하고 단청하거나 돋을새김 없이 단청만으로 표현하였다. 또 실학사상의 발전과 광작 농업의 발달 등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다듬돌 초석 사용이 일반화되었고, 공포는 앙서 윗면에 연꽃을 조각하고 수서 아랫면에 연봉을 조각하여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지붕은 취두·용두 등 당대의 고유한 미감을 담은 장식 기와로 화려하게 꾸몄다. 이들 건축 양식 특징을 통해 건립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

 

건축 양식 특성의 중요성
지금은 전통문화대학교에 옮겨져 있는 안국동 별궁 사례를 보자. 고종17년(1880) 건립된 안국동 별궁 건물의 일부가 한양컨트리클럽 대지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YTN의 보도(2006. 2. 1)가 있던 다음날인 2006년 2월 2일에 필자는 현지 조사를 맡아 한양컨트리클럽에 들렀다. 현광루와 경연당, 그리고 이 두 건물을 연결하는 행각으로 이루어진 건축물 현장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나와 있었고, 모두들 안국동 별궁 건물이 맞는지를 물어왔다.

현지 조사 당시 일부 변형에도 불구하고 기단과 초석, 상부 가구 및 지붕부가 원래의 모습대로 매우 잘 보존되어 있었으므로 안국동 별궁의 진위는 좀더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건축물 특징을 들어 조선 말기에 지어진 왕실 관련 건물임을 기자들에게 분명히 밝힐 수 있었다. 우선 이익공 공포로 구성된 현광루와 경연당의 화반벽이 긴 판재로 구성된 점, 그리고 이 판재에 화반 모습을 양각과 단청을 함께 사용해 표현하고 있어 고종조에서도 전반기 건물임을 보이고 있는 점, 이와 함께 이 건물에 사용된 지붕 장식재인 용두와 취두 등의 모습이 19세기 후반기에 서울·경기 일원에서 사용되었던 다른 용두와 취두들의 외형적 모습과 거의 닮아 있다는 점, 이밖에 궁궐 건축에서 보이는 지붕 막새(처마 끝에 사용된 비흘림판이 달린 수키와)의 희喜자 무늬, 내림새(처마 끝에 사용된 비흘림판이 달린 암키와)의 용무늬, 너새(박공을 빗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얹은 암키와)의 거미무늬, 그리고 천장 단청의 봉황 무늬 사용을 볼 수 있어 왕실과 관련된 건축 수법을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이었다.

이처럼 건축물의 양식적 특징은 건립 시기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조선시대에는 건물을 매입하여 해체 후 그 나무 부재들을 그대로 활용해서 다른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건축물에서 나무 나이테를 활용한 목재 연륜연대 측정값은 나무 벌채 연도는 알려주어도 건물 건립 연도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건축 양식 특성 파악이 중요한 이유이다.

새봄이 찾아온 주말에 서울 도봉구의 화계사 대웅전(1870년)이나 남양주시 별내면 흥국사 영산전(1892년) 등으로 고종 당시 건축물 특징을 찾아 문화재 나들이를 가면 문화재가 우리 곁으로 한층 더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김성도 문화재청 시설사무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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