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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시대 미투리의 과학적 보존
작성일
2017-10-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182

조선시대 미투리의 과학적 보존 - 사천 구암리유적 출토 미투리 선조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사용됐던 자연 재료 중 하나인 짚과 풀. 그중에서도 풀은 짚신이나 바구니, 멍석과 같은 생활용품에 요긴하게 쓰였다. 하지만 재질 자체가 부식이 쉽고 약해 전해지는 유물이 많지 않은 편이다. 사천 구암리 회곽묘에서 발견된 미투리를 보존처리했던 과정은 유물의 소재 분석에 따른 강화제 선별과 형태 유지를 최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좌)보존처리 전 > (우)보존처리 후

고대부터 생활용품 재료로 사용된 짚과 풀

뚜렷한 사계절의 기후 및 낮은 산지를 바탕으로 농경사회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초본류를 얻기에 더할 나위없는 좋은 환경이었다. 때문에 신석기시대 이래로 우리 선조들은 초본류를 이용한 생활용품을 많이 사용해왔다.

식물은 크게 나무를 가리키는 목본류와 풀인 초본류로 나눌 수 있다. 단단한 목질인 나무는 건축물, 가구, 농기구 등에 사용된 반면, 부드러운 초본류는 멍석, 짚신, 바구니 등과 같은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쓰였다. 초본류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볏짚, 보리짚, 수수짚, 밀짚 등과 잎이나 줄기가 길고 섬유질이 발달한 식물인 왕골, 골풀, 부들, 띠, 억새, 갈대, 삼, 모시가 주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초본류 사용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청동기시대 평양 호남리에서 발견된 넓이 2cm 정도의 쪼갠 갈대를 격자무늬처럼 엮어 만든 삿자리 조각이다. 삿자리 조각 이후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 출토된 원삼국시대 싸리비와 노끈, 부여 궁남지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짚신,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멍석과 갓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짚과 풀을 이용한 생활용품이 선조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조선시대 회곽묘에서 발견된 미투리

초본류를 사용한 생활용품은 재질 자체가 쉽게 부식되고 약하기 때문에 발굴보다는 기록에 의해 형태와 쓰임이 유추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유기물이 비교적 잘 보존되는 저습지 발굴이 증가함에 따라 보존상태가 양호한 초본류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다. 이번에 보존처리 된 사천 구암리 회곽묘 유적에서 출토된 미투리 역시 이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2011년 (재)경상문화재연구원에서 발굴한 사천 구암리 회곽묘에서는 조선시대 생활양식을 짐작케 하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특히 목관과 미라화된 피장자가 입고 있던 복식, 버선과 미투리 등은 17세기 이후 조선의 생활양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번에 발굴, 보존처리 된 미투리는 짚신과 재료에서 차이를 보인다. 짚을 이용한 짚신과 달리 미투리는 삼, 왕골, 칡 등의 다양한 재료의 속을 분리해 만들어 ‘삼신’이라고도 한다.

출토 직후의 미투리 한 쌍은, 관 내부에서 발생된 여러 가지ㅏ 오염물을 머금어 어둡게 착색되었으며 수분으로 인해 강도가 약해져 있었다. 중앙부에는 목재가 있고 주변부는 초본류로 엮은 복합재질로 앞총부가 없어지거나 끊어지는 등 보존 처리가 시급한 상태였다.

재질분석과 보존처리를 위한 예비 실험

문화재에 맞는 적절한 보존처리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출토 문화재의 재질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천 구암리유적 출토ㅏ 미투리에는 총 3종 이상의 초본류가 사용되었다. 씨줄(신바닥 가로줄)과 도갱이는 볏짚(벼속 Oryza spp.)이 사용되었으며, 앞총(앞당김잇줄을 고정하는 부분)부는 마섬유가, 당김잇줄(총을 꿰어 고정하는 부분)과 갱기(당김잇줄에 총을 고정하는 부분)는 쌍자엽식물이 각각 사용되었다.

먼저 미투리의 약해진 재질을 강화하기 위해, 강화제 선정이 진행됐다. 목재 및 초본류 보존처리에 많이 사용되는 약품 5종(Polyethylene Glycol, Paraloid-B72, Dammar gum, Methyl Cellulose, Silicone resin)을 선정하여 예비 실험을 하였다. 시편재료는 약 1년 간 수중에서 침지 시킨 볏짚을 자연건조 후 사용하였으며, 미투리의 상태가 취약하여 보존처리 시 용액에 함침처리 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강화제를 표면에 분사하는 스프레이 도포 방법을 선택했다. 예비 실험 결과에 따라 색도와 광택변화가 적고 인장강도가 높게 확인된 PEG를 적합한 강화제로 최종 선정하였다.

입체적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존처리

사천 구암리유적 출토의 미투리 보존처리는 유물의 세척→강화→형태복원→건조→접합→지지틀 제작 순으로 진행하였으며 보존처리 기간은 약 1년여가 소요되었다.

세척은 부드러운 붓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유적물에 뭍은 먼지 등의 오염물을 제거하였으며, 미투리의 윗부분부터 증류수를 뿌려 고착된 오염물이 표면으로부터 제거되도록 하였다.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에는 예비 실험을 통해 선정된 PEG #4000을 5%부터 80%까지 점차 농도를 높여가며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유물의 강도를 높였다. 강화제를 뿌리는 방법은 붓을 이용하여 표면에 바르는 식과 스프레이로 뿌리는 식을 병행했으며, 미투리 내부에는 신발모양의 모형을 제작하여 유물 본래의 형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강화 처리 후 미투리의 이질감을 보완하기 위해 천연 염색된 견사를 사용하여 끊어진 앞총을 고정, 임시로 제작한 밀폐장 내부에서 습도를 조절하며 형태가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물을 서서히 건조시켰다. 건조 시 표면으로 새어나오는 강화제(PEG)를 붓을 이용하여 닦아 제거했다. 건조 이후 미투리의 입체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향후 보관에 용이하도록 미투리 앞부분에 투명 PET 필름지로 만든 지지틀을 대주었다.

사천 구암리유적 미투리는 비교적 형태가 잘 보존되는 저습지 유물이라고는 하나 목재와 초본류가 함께 있는 복합 재질로, 보존처리가 복잡하고 앞총이 50%이상 끊어지고 무너져 있는 등 초본류 유물의 특성상 형태유지가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보존처리 시 목재와 초본류를 함께 강화할 수 있는 방법과 미투리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확인,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여 보존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보존처리를 진행하면서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 같다. 이러한 경우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찾아 적용 및 실현 가능성을 구상해 보고 예비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 같은 보존처리를 하는 다른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통해 유물에 가장 적합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사진‧송지애(문화재보존과학센터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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