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갯벌과 인류
- 작성일
- 2023-10-31
- 작성자
- 국가유산청
- 조회수
- 205
갯벌의 위기
우리나라 갯벌은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고 있고 리아스식 해안 중 만의 입구가 좁아 파랑의 영향이 거의 없는 갯벌의 형태로 주로 발달해 매립이 쉽다는 점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간척사업이 진행됐다. 매립의 역사는 과거 고려시대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식량 확보를 위한 농지와 개발을 위해 수도 없이 갯벌을 매립해 왔다. 지금도 역시 갯벌은 개발을 위한 토지 제공의 일 순위로 여겨지고 있다.
갯벌의 위기는 간척뿐이 아니다. 수많은 양식업에 따른 오염원 배출, 상상할 수도 없는 양의 해양쓰레기, 무분별한 채취에 따른 자원 사막화 등 자원 채취가 이뤄지면서 생태계 순환 구조가 깨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법 도구를 사용한 해루질이다. 과거부터 갯벌의 이용은 필요한 만큼만 이뤄졌었다. 이에 갯벌의 온전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갯벌의 현명한 이용이 필요하다.
현명한 갯벌 이용의 대표 사례, 갯벌어로
갯벌어로란 갯벌에서 맨손이나 호미 같은 손 도구를 활용해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해류와 조류, 지질 등 해역에 따라 다양한 어로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또한 갯벌의 종류에 따라 어로 방법과 도구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전통 채취 방법 중 하나는 보성갯벌의 뻘배(널배)이다. 보성갯벌의 전통 어로 방법인 뻘배는 세립질 퇴적물이 우세한 펄갯벌에서 주로 행해지는데 갯벌의 특성과 수산물의 종류에 따른 도구 선택이다. 보성갯벌은 꼬막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면서도 사람이 도보로 걷기 힘든 펄갯벌로 뻘배 같은 도구가 없는 경우에는 몇 걸음도 채 내딛지 못할 정도로 걷기 힘든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갯벌어로 역사는 서남해안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패총부터 시작한다. 패총은 갯벌에서 채취한 조개의 껍데기 군집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조선 후기 문신인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 갯벌의 패류와 낙지 같은 연체류 등의 채취에 대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부터 이어온 현명한 갯벌 이용은 높은 생태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 갯벌을 보호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이용할 만큼만 채취하는 과거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갯벌과 공존하는 방식을 우리가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 사진. 고경남(신안군 세계유산과 과장,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