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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고 재생시키는 아름다운 기록
작성일
2013-01-1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164



인생의 2학년 2반

작년 한국에서 8장, 미국에서 20장 팔린 한 음반이 제54회 그래미상 엔트리에 올랐다. 악당이반에서 제작한‘정가악회 풍류 3집’. 이 앨범 은 그래미‘서라운드 사운드’와‘월드 뮤직’부문 엔트리에 이름을 올 렸다. 전국 심산유곡의 소리꾼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가곡을 녹음하고 음반을 제작해온 악당이반 김영일 대표. 국내의 어떤 음반사들도 해내 지 못했던 성과에 악당이반과 김영일 대표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 졌다. 관심의 초점은 그래미상 수상의 배경, 그리고 아무도 하지 않는 국악음반 제작에 뛰어든 사연이었다.

그도 예전에는 라디오에서 국악 방송이 나오면 주파수를 바꾸거나 꺼 버리던 사람이었다. 한 잡지사의 의뢰로 국악인 채수정을 촬영하던중 인생이 바뀌었다.“ 당신은 소리하는 사람이니까 소리를 하고 나는 사 진사니까 사진을 찍겠다, 그랬죠. 그녀가 단가를 하나 부르기 시작했 는데, 그 곡이 끝날 때까지 셔터를 못 눌렀어요. 그냥 충격이었습니다. 완전히 소리에 압도 당한거죠.”그는 사진촬영을 접고 채씨에게 대화 를 청했다. 그는 물었다. 대체 지금 한 것이 무엇이냐고, 대체 무엇이 기에 목이 찢어질 듯이 소리를 지르느냐고 말이다.

그 일이 있은 후 1년 쯤 지났을까. 김 대표 앞에 다시 나타난 채씨는그를 데리고 다니며 전국의 소리꾼들을 만나게 해준다.“ 칼만 안 들었지 살벌해요. 고수는 소리꾼을 잡으려고 들고, 소리꾼은 북을 타고 넘 으려고 하죠. 그렇게 놀고 아침에 헤어지면서 음반을 사서 듣고 싶다 고 물었더니만 누가 우리 같은 사람에게 음반을 내주냐고 되묻더군요. 그럼 내가 해야지 생각한 겁니다.”



수년만에 찾아낸 가장 훌륭한 스튜디오

“시각적인 기록이든 청각적인 기록이든 저한텐 똑같아요. 보이는 것 을 기록하던 이가 들리는 것의 가치가 귀에 들어오니까 그걸 또 기록 하기 시작한 거죠.”김영일 대표의 관심은 우리 음악에만 있는 것이아 니라 우리의 옷, 집, 음식 같은 전통적인 것의 전반에 있다. 그런데 국 악에 더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라져가 는 우리 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음향장비를 들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소리꾼들을 찾아다녔다. 팔리든안팔리든 매년 10여장씩 꾸준히 음반을 제작했고 지금까지 72장의 음반을 냈다. 첨단장비를 갖춘 스튜디오가 아닌 한옥, 궁, 사찰, 서원 등에서 녹음한 음반들이다. 편 집이나 기계효과 없이 현장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 바람소리, 천둥소 리, 풀벌레소리까지 있는 그대로 담는다. 이 모든 소리가 추임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스튜디오, 제일 좋은 공연장이 어딘지 찾아 다니는 데 몇 년을 허비했어요. 옛날에 그 형님들, 누이들이랑 한옥에 서 아침 먹고 상 물리고 또 놀고 왜 이런 느낌이 안 나지? 가만히 생각 해보니 제가 바보짓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우리 노래가 수백 수천 년 동안 불렸던 공연장이 어디였는지 잊고 있었던 거예요.”

김영일 대표는 말로 설명할게아니라며 태블릿PC를 가져와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대청마루가 무대인 판소리 공연, 빗소리 속에 울리는 아 쟁의 선율, 문지방 앞 혹은 마당에 멍석 깔고 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관 객들. 그 어떤 크고 화려한 무대에 비길 바 되지 않는 훌륭한 스튜디 오, 최고의 공연장이 그곳에 있었다.



가치를 만들고 전하고 나누는 꾸준한 걸음

“누가 국악이 뭐냐고 물어보면 전 국민이 모르는 음악이 국악이라고 대답합니다. 종묘제례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데 서울 시민, 종로 주민도 종묘제례악 첫음이 어떻게 시작하는지 아무도 모르 잖아요. 저는그렇게생각합니다. 한나라의문화는온국민이공유해야 해요. 문제는 공유점이 없다는 겁니다. 소를 물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억지로 마시게 할 순 없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열장 스무장팔리는 국악음반을 제작하고 공연을 기획하는건 사람들이우리음악에다가갈수있는접점을만들기위해서입니다.”

돌아오는 1월 10일 김영일 대표는 여성과 우리 옷을 주제로 한 사진전 을 연다.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촬영해온 한복 사진들을 선보이는 이 번 전시회의 제목은‘한복, 허상 또는 실상 - 귀한 사람들’이다.

한복 은 더 이상 누구도 즐겨 입지 않는 옷이 되었으나 우리나라 대표 의상 은 한복이라고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잘 아 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에게 잘못 인식되어 있는 한복의 실체, 그 본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영일 대표가 이런 일들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누군가는 사 라져가는 전통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문화 자산을 지 키고 알리는 것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저변이 된다는 신념이다.

그는 5년째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미뎀Midem이라는 음반 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람회의 작은 부스를 지키며 그는 우리 국악 음반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박람회에 가서 보면 거기서 가장 할 일 없는 성냥팔이 소년이 바로 저예요. 우리 문화의 전파성이라는 게 힘이 없어요. 다른 나라 것 열개 사올 때 우리 것 하나라도 팔아야 죠. 팔지 못하더라도 알리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 것’이라고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거나,‘ 왜 이걸 모르세요?’라 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맹목적인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김영일 대표는 우리 전통문화를‘사람들이 좋아할 만한’가치로 만드 는 일을 계속 해나가려고 한다.

“산조는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현대음악적인 요소 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산조 앨범을 마무리하는 것이 한 가지 목 표이고요.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미탄아라리 같은 토속민요 앨범 도 계속 제작하려고 해요.”

김영일 대표는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우리삶속에서 향유되는 전통문 화, 인정받기보다는 불리고 사랑받는 전통음악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 기대를 위해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소리를 담아 세상 속으로 실어 나르려 한다.



글. 성혜경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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