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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교적 격식과 지역적 특성을 결합한 독특한 집, 동해 김형기가옥東海金炯祺家屋
작성일
2013-01-1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927




동해, 산과 바다가 빚어 낸 경치와 문화

영동지역은 태백산맥에 가로막힌 지형으로 옛날부터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과는 구 분되는 독특하고 독자성이 강한 문화를 형성하였던 곳이다. 태백산맥에 가로막혀 영서지역과의 교통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동지방은 태백산맥 동쪽 해안을 따라 형성된 교통로를 통해 함경도 해안지역과 문화적 교류가 많았던 지역이었다. 선사 시대부터 있어온 특성이다. 영동지방의 주택들은 태백산맥 산간지역의 주택과 함 께 함경도 지방의 주택과 통하는 면이 많다.

이 지역의 주택에서 두드러진 특성은 방이 앞뒤로 겹쳐져 있는 겹집 구조가 많다는 점이다. 방의 앞뒤가 외기外氣에 바로 면하도록 된 홑집이 일반적인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주택과 다른 특성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와 이 지역에도 유교적 규범에 맞춘 집들이 많이 지어지기 시 작하였다.

특히 사대부를 비롯한 상류계층의 집은 당시 사회적 규범이었던 유교적 덕목에 맞춘 집을 짓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유교적 규범에 맞춘 집을 짓더라도 지 역적 특성을 무시하였던 것은 아니다. 유교적 규범에 따른 격식을 갖추면서 지역적 특성을 결합한 독특한 집들이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 는 집 중 하나로 동해 김형기가옥을 꼽을 수 있다.

태백산맥과 벗한 고즈넉한 옛집 


동해 김형기가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83호)은 조선 후기인 영조 2년(1726)에 지어졌다고 한다. ㅁ자형의 몸채와 一자형의 행랑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행랑채는 몸채보다 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집은 바다에서 태백산맥 산 쪽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하 고 있다. 태백산맥의 높은 산줄기가 동해 쪽으로 뻗어 내린 나지막한 산을 뒷산으 로 삼았다. 이 뒷산에는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집의 운치를 더해준다. 

집 앞쪽으로는 넓지 않은 들이 있고 그 너머로 산이 있어 아늑하고 고즈넉한 풍광을 자아낸다. 원래 이곳은 산속의 막다른 골짜기였을 것이지만 지금은 영동선 철도가 집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어 옛 정취를 잃고 말았다. 그러기에 이 집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눈 속에서 철도를 지우고 원래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은 선 조의 눈으로 집을 음미하고자 하는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뒷산의 지형에 맞추어 집터를 잡았기에 집은 자연스럽게 동남향을 하고 있다. 행랑채는 대문과 방, 우사, 곳간,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고 행랑채 좌우로는 집 전체를 감싸는 담장이 연결되어 있다. 집 뒤편은 산을 자연의 경계로 삼았기에 담장은 산기슭에서 산에 의지해 끊어져 있다. 자연에 의지하여 적절한 곳에서 손을 뗄 줄 아는 조상들의 지 혜를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격식과 지역풍토가 담긴 가옥

집의 구조를 보면 대청 부분의 처마가 다른 부분보다 높게 되어 있 다. 그리고 대청 정면 중앙의 기둥은 네모진 단면의 방주를 사용한 다른 부분과 달리 원기둥을 사용하였다. 집의 중심이자 사당의 역 할을 겸하는 대청을 다른 부분보다 격식 있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 가 발휘된 것이리라.

그러나 대청의 처마를 높인 것은 남중고도가 낮은 겨울철에 많은 햇빛을 실내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유교적 격식과 추위가 심한 지역의 특성을 함께 배려한 다른 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 집이 지닌 특성이다.

대청 앞에는 분합문을 달아 겨울철의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하였 고, 건넌방 모서리에는‘코클’이라 부르는 이 지역의 독특한 시설이 잘 남아 있다. 코클은 방의 모퉁이에 설치한 일종의 벽난로로 밤에 는 조명의 역할을 겸한다. 독특한 창 하나가 눈에 띈다.

건넌방에서 안마당을 내다 볼 수 있도록 만든 창이다. 추위를 막기 위해 창을 두 겹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안쪽의 창이 아래위로 열도록 되어 있다. 바깥쪽 창이 외여닫이로 폭이 좁을 뿐 아니라 방에 벽장을 설치하 고 한쪽에는 기둥이 있어 안쪽의 창을 일반적인 미닫이로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렇다고 외기外氣에 면한 창을 홑겹으로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고안한 것이 위아래로 밀어 열도록 한 오르 내리창이었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발휘한 지혜를 엿볼 수 있어 즐거움의 눈웃음이 쳐진다.

추암해변, 파도와 바람을 모으는 정자에서의 조망

집을 나서 동해의 바닷가로 향한다. 동해시는 명주군(현재는 강릉에 편입됨) 에 속했던 묵호읍과 삼척의 북평읍을 합쳐 1980년에 새롭게 행정구 역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 동해에는 고려시대의 학자인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서술했던 두타산 무릉계곡을 비롯하여 청옥산과 초록봉 등의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또한 명사십리를 자랑하는 망상해변을 비롯하여 추암, 어달, 감추, 대진 등의 많은 해변들이 있다.

그중에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추암 해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촛대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다. 마침 거센 바람으로 파도가 무섭게 몰아친다. 그 바닷가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정자가 서있다. 해암정海巖亭이라 부르는 정자이다.

6칸 규모 의 팔작지붕을 한 정자로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가 생활하면서 지은 정자라고 한다. 이후 불탔던 것을 조선 중종 25년(1530) 어촌 심언광이 중건하였으며, 다시 정조 18년(1794)에 중수하였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정자가선곳에서는 바람이 잦아든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동해, 우리나라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영동, 그곳에서 문화와 자연을 함께느끼고 만끽하는 즐거움만큼 큰 즐거움도 드물 것이다.



글. 김도경 (강원대학교(춘천) 건축학과 교수) 사진.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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